"나는 꼴찌다" 서산 드림스타의 아름다운 도전

“산타클로스 같아요”

인터뷰 말미 ‘서산 드림스타’팀에게 ‘LG여자야구대회’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을 때 인터뷰에 응한 김세인 감독이 던진 답입니다. 서산 드림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의 ‘LG여자야구대회’에서 큰 이슈를 만든 팀입니다. 이슈가 되긴 했지만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죠. 첫 게임을 31대0, 두 번째 게임을 21대7로 패하면서 첫 번째 탈락의 고배를 마신 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단체 기념 사진

▲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개막식에서 서산 드림스타 선수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걱정이 앞섰습니다. 엄청난 점수차로 진 게임에 대해 물어봐야 하고, 그때 상황을 떠올리게 해야 했으니까요. 굳게 마음을 먹고 만나 본 ‘서산 드림스타’팀의 김세인 감독은 뜻밖에도 너무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환한 웃음이 인상적인 ‘서산 드림스타’ 김세인 감독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응답하라 ‘서산 드림스타’

'서산 드림스타' 김세인 감독님 사진

▲ '서산 드림스타' 김세인 감독님

Q. 안녕하세요 감독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산 드림스타’라는 팀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 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희 팀은 올 5월에 창단된 신생팀입니다. 팀원은 1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산 뿐 아니라 충남지역에 하나 밖에 없는 여자야구팀 입니다.

Q. 처음 ‘서산 드림스타’ 창단 시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특히 팀원모집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빨리 모였습니다. 작년 생활체육협회에서 창단을 하긴 했습니다만, 연습도 못하고 해체 되었죠. 그런 과정에서 홍보가 되었는지 올해에는 한 달도 채 안 돼 17명이나 모였습니다.

Q. 아무래도 여자분들이시고 야구를 처음 접한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번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야구에 대한 기본지식은 카페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있고, 주말(토요일, 일요일)에 연습했습니다. 아무래도 각자 직업이 있기 때문에, 9명이 전부 모여서 연습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특히, 연습기간이 무더운 여름이라 일사병에 걸린 선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모두 즐겁게 준비했습니다. 기본기는 감독인 저와 중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김경상 코치가 맡아서 훈련을 시켰고, 체력 단련 같은 경우는 개별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주말 아침부터 야구 경기 연습 준비 중 인 서산 드림스타 선수들의 모습

▲ 주말 아침부터 야구 경기 연습 준비 중 인 서산 드림스타 선수들

Q. 주말을 이용해서 거의 하루 종일 연습하면 주부들의 경우 가족의 반대가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반대하는 집은 없어요. 아이가 있는 주부의 경우 애들과 같이 운동장에 나와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의 야구하는 모습을 신기해하고 엄마는 아이를 곁에 두고 연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합니다.

류병윤 (태권도관장), 김서운 (응급구조사), 유소영 (사격코치)

▲ 서산 드림스타의 미녀 삼총사. 왼쪽 부터 류병윤 (태권도관장), 김서운 (응급구조사), 유소영 (사격코치)

Q. 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면 ‘수영강사, 사격코치, 태권도 관장, 응급 구조사’ 등 특별한 직업들이 눈에 띕니다.  

이 분들 같은 경우에는 야구를 처음 접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보다는 야구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른것 같아요. 근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실력은 비슷비슷 하지만요. ㅎㅎ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죠.

Q. 이번 ‘LG여자야구대회’ 참가를 결정하신 배경이 궁금한데요?

저희 팀은 신생팀이라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분들이 대부분이고 경험도 부족합니다. 보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의 차이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전을 통한 야구의 재미도요. 아무래도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면 연습의 집중력이나 팀의 단결이 극대화되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서산에 여자야구팀이 생겼다는 홍보도 할 생각이었죠.

31대0 그리고 21대7

경기 시작 전에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는 서산 드림스타 선수들의 모습

▲ 드디어 경기 시작! 시작 전에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는 서산 드림스타 선수들

Q. 첫 경기인 ‘베이스조이’와의 경기에서 31대0으로 패배를 하셨는데, 특별히 첫 경기라서 더 긴장을 하신건가요?

아무래도 베이스조이와의 경기는 선수들이 “이기겠다” 라는 생각을 갖지 않은 것 같아요, 베이스조이는 구력이 있는 팀이라 선수들이 더 긴장한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Q. 경기 중 혹시 선수들에게 ‘멘붕(멘탈붕괴)’ 이 오지는 않았나요?

(크게 웃으며) 선수들 전부 멘붕이었죠. 말씀 드렸다시피 ‘베이스조이’는 구력 있는 팀이고, 첫 게임이라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어요. 게다가 상대방이 호되게 몰아치니 선수들이 정신을 못차렸죠. 허를 찌르는 플레이에 크게 당황해서 공을 아무데로 던지거나, 소위 말하는 ‘역주행’을 한 선수까지 있었으니까요, 선수들도 야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을 겁니다.

감독님과 선수들의 뒷모습

▲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감독님과 선수들의 뒷모습

Q. ‘베이스조이’와의 경기 중 감독님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저는 야구를 오래 해왔고 이런 경우를 처음 본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죠. 하지만 너무 많은 점수차가 나고 일방적으로 지게 되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지죠. 혹시 선수들이 이런 이유로 ‘야구에 질려버리지 않을까?’ ‘겁을 먹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은 있었습니다.

Q. ‘베이스조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희 팀은 연습 기간도 짧았고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팀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목표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회에 임하며 ‘3개의 아웃카운트만 정상적으로 잡자’고 했는데 4이닝까지 1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으니 잘한 거 아니냐고 선수들을 격려했죠.

경기중인 선수들의 모습

▲ 블랙캣츠와의 경기 중 공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홈베이스로 들어오는 서산 드림스타 선수

Q. 두 번째 경기인 ‘블랙캣츠’와의 경기는 그래도 7점이나 내셨습니다.

두 번째 게임 상대인 블랙캣츠의 경우 저희와 같은 신생팀이기 때문에 ‘해 볼만 하다’고 생각 했죠. 그런데 첫 게임인 ‘베이스조이’와의 경기에서 너무 큰 점수차로 패하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더 겁을 먹은 것 같아요, 원래 저희 팀이 ‘타격의 팀’ 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20~30%의 실력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Q. 이번 LG여자야구대회 두 게임을 통해 ‘서산 드림스타’ 팀이 얻은 게 있다면?

이제 야구를 막 시작한 저희 선수들에게는 지금이 뭘해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쓰라린 패배를 통해 선수들이 느낀점이 많을 것 같아요. 가령 한 명의 실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결과적으로는 팀원 모두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받은 게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아요.

서산 드림스타_못다한 이야기

서산 드림스타의 유이나 선수 사진

▲ 서산 드림스타의 분위기 메이커! 유이나 선수

Q. 덕아웃 내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 선수를 추천해 주신다면?

많은 선수들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지만, 특히 유이나 선수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들어 올 때면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칩니다. 사실 유이나 선수는 두 게임에서 채 1분도 뛰지 못했지만 파이팅을 외치느라 게임을 뛴 선수들보다 더 녹초가 되었답니다. 이런 선수들이 가장 고맙고 미안하죠.

Q. 경기를 잘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줍니다. 친선게임이나 연습게임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게 해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베스트 라인업을 만들어야 팀 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Q. 감독님에게 ‘서산 드림스타’의 팀원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귀여운 아이들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에 감독생활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야구에 대한 호기심이라든지, 적극성이라든지 신기해 하는 모습들은 기존 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는 모습처럼 기술을 익힐때마다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저한테는 큰 기쁨입니다. 순수한 의지, 열정들은 기존의 팀에서는 볼 수 없으니까요

Q. 야구대회를 후원한 LG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 여자야구팀이 몇 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큰 대회에서 두 팀이 만나 게임을 한다는 것은 이벤트를 넘어 엄청나게 감격적인 일입니다. ‘우리들만의 게임’ 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LG가 우리에겐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죠.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요즘 가장 ‘핫!’하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서산 드림스타’ 팀이 묘하게 오버랩이 되었는데요, ‘응답하라’가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큰 이슈를 일으킨 요인은 ‘향수’ 때문입니다.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열정을 툭툭 건드려 주었던 드라마처럼 감독님과의 인터뷰 또한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 잠시 잊고 지냈던 열정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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