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게, 여러분은 진정 행복하십니까?

불쾌한 악취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로 가득한 거리, 40도가 넘는 날씨에 기차역 주변 바닥에 누워 진치고 있는 사람들.. 며칠 굶은 들짐승처럼 덤벼드는 호객꾼들,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듯한 집들.. 차선도 잘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위험하게 오가는 오토릭샤와 시끄러운 경적소리까지.

인도 공항 밖을 나오는 순간, 이렇게 상상 그 이상의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처음 인도 땅을 밟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겐지스강에서 한 아이가 천을 빨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왜 인도로 갔을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정해진 사회인식과 통념 속에서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문득 이것이 진정한 ‘행복한 삶(Life’s Good)’일까?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또 다른 기준의 행복을 지향하며 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을 정해진 기준 안에서만 찾으려 한다.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고, 상대적인 행복 기준만 가지고 판단하며 살기 쉽다.

좀 더 다양하고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어떤 것인지 답을 줄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찾게 된 완벽한 대조군이자 언젠가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1위를 하기도 했던 나라..

바로 인도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단 준비부터

먼저 회사에 휴가를 냈다. 회사에서 적극 권장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를 3일 내고, 공휴일을 더하니 무려 9일 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보통 직장인에게 열흘에 가까운 휴가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기회를 주신 회사에 무한한 감사를 ^^

여행을 하려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인도는 땅이 넓기 때문에 여행도 북인도/남인도 여행, 인도/네팔 여행, 기간별로 여행 루트도 다양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는 가이드북 혹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도와 친해지기

만약 인도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을 위해 친밀감을 갖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게 하는 사전 팁을 2가지 제시하려 한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책 표지와 발리우드 팻말, 다양한 인도 영화들                                                                <사진 출처 : 네이버 무비 >

첫번째, ‘아는만큼 보이고, 느낌만큼 보인다.’

그 나라의 문화, 언어 그리고 역사 정도는 미리 훑어보고 떠나는 것이 찾아가는 이의 예의(!)이자, 보고 느끼는 것도 많은 법이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라는 책은 인도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미리 읽어보고 여행한다면 인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 전세계에서 영화가 가장 많이 제작되는 나라는 어디일까? 그것은 미국의 할리우드가 아닌, 연간 8천 여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인도의 발리우드이다.(Bollywood : 인도 봄베이 + 미국 할리우드의 합성어). 그러므로 유명한 인도영화를 한 편이라도 보고 가는 것도 인도에 대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사전에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인도라는 나라가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여행필수품을 정리해보았다.

인도 여행 준비 필수품. 여권, 비자, 가이드북, 현금(달러, 루피)/신용카드, 여행자 보험, 침낭, 구급약(지사제 등) 자나깨나 물조심, 손전등, 35~45L 백팩, 작은 가방, 복대 등

인도의 정취와 멋 그리고 여유로움

이제 8박 9일간의 인도여행을 통해 보고 느꼈던 감정을, 인도 특유의 멋과 여유로움을 담은 사진과 글을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
인도에 가고 싶지만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 혹은 시간적인 여유가 안 되는 분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힐링 타임이 되었으면 한다.

사이클릭샤 인부의 뒷모습. 감색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 인도의 주요 교통수단인 3륜차인 사이클릭샤 인부의 모습

인도는 시골로 갈수록 오토릭샤(소형 엔진을 장착한 3륜차), 사이클릭샤(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바퀴 달린 의자를 붙여놓은 3륜차)가 주요 이동수단이다. 왠만한 거리는 50~200루피(한화 약 800~3,000원)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짐까지 합쳐 100kg 가까이 되는 거구 두 명을 운반하는 인부의 모습에 나도 가시방석이었다.

인도의 열차 안 내부 모습. 2층으로 되어 있어 사람이 꽉 차있다.

인도의 열차 안 내부 모습 

열차를 기다리는 길잡이 아저씨. 빨간색과 노란색의 열차 외에는 흑백으로 보인다.

열차를 기다리며..

땅덩이가 넓은 인도의 기차는 도시를 이어주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8시간 ~12시간 장시간 이동은 기본이며, 배차는 정시에 오는 법이 없다. 기본 20~30분 연착인데 이 또한 인도의 매력(?)이지 싶다.

인도 아이 두명이 철조망 안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는 인도의 아이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고 이쁘게 생겼다. 큰 눈망울, 입체적인 얼굴.. 인도에 미남, 미녀가 많다는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하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소의 모습

소들의 천국이 바로 인도가 아닐까 할 정도로 거리에 소가 즐비하다.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시 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길 바닥에 소똥들이 너무 많아 항상 조심히 다녀야 한다. 길을 가다 소똥밟고 미끄러져 허리디스크 걸린 사람도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다.

카레, 탄두라 치킨, 라씨의 모습
인도에서 주로 먹은 대표 음식 3가지다. 커리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실제 인도에서는 10종류가 넘는 커리가 존재한다. 또한 화로에 구워 익힌 탄두라 치킨과 킹피셔(인도 대표 맥주)의 치맥 조합, 하루에 2번 이상은 꼭 먹은 라씨(한국의 요거트)는 인도를 여행하며 꼭 먹어야하는 필수 음식이다.

타지마할 앞에서 점프하는 한 남성의 모습

승리의 문과 카마수트라 사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승리의 문(좌)과 카마수트라 사원(우) 앞에서

인도의 필수 관광지들이 있다. 그 중 타지마할은 각종 매체를 통해서 보았으나, 실제로 보면 그 웅장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적지 앞에선 인증샷은 필수다. 여행을 즐기는 팁 중 하나는 그 나라의 분위기에 맞게 현지인 포스를 풍기며 다니는 것! 실제 알리바바 바지를 2,000원 정도에 구입해 부담없이 입고 다닐 수 있었다.

갠지스 강의 아침은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웠다. 아침부터 수영하는 아이들, 강 위를 한가로이 떠도는 보트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준비해 간 멋진 음악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진 경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인도 가족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노란색 옷을 입은 한 여성 외 모두 흑백의 모습

다양성 그리고 느림의 미학

사원 안에 하얀 꽃과 지폐가 놓여져 있다

큰따옴표다양성이 ‘시간’에서 구현될 때 그것은 ‘느림의 미학’으로 보여진다.

‘빠르다’는 단일한 속성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균일하지 않게 해 여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느림의 미학은 인도철학의 거창한 이론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도인의 삶 속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이거룡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만약 내가 인도를 다녀오기 전에 이거룡 교수의 말씀을 들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를 다녀온 지금 120%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인도인들의 여유로움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지금,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현실의 행복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인도 여행.. 나만의 진정한 ‘Life’s Good’의 의미를 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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