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눈에 비친 IT 개발자들의 고충

문과를 졸업했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먼 이력을 가진 기획자(특히 서비스 기획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개발자 이해하기’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기획자는 많은 개발자들과 협업합니다. 하지만 기획자와 개발자는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 생활 및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전 글을 통해 각자의 언어와 용어에 대해 학습하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나아가 기획자의 눈에 비치는 우리 주변 개발자들의 모습과 그들과 협업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협업해야 하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이기 때문입니다.

[황과장의 IT 캐스팅] ④ 개발자 제대로 이해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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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개발자들의 현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연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2010년 통계 기준)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업종 중 IT 개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단연코 최상위(한겨래 기사)에 있습니다. 이런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개발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이야기처럼 주말 근무도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소속된 회사와 업종에 따라 이런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개발자들은 야근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개발자들의 근무환경 또한 상대적으로 열악합니다. IT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근무환경의 격차는 큽니다. 특히 파견근무를 하는 SI 업종의 개발자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한 경우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기획자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인식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개발자들은 항상 밤샘을 하고, 프로젝트 중에는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만일 개발자들이 정시에 출퇴근을 한다면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현실입니다.

근무시간과 근무환경 이외에 또 다른 큰 도전이 있습니다. 바로 개발자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직종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직종도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요하지만 개발 업무의 기본이 되는 개발 언어부터 1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버전이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고, 개발 주변의 상황 자체가 최신의 트렌드를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그 변화 속도 또한 엄청납니다. 자칫 한 순간 시대의 트렌드를 놓치게 된다면 심지어 개발자로서 역량이 뒤쳐진다는 평가까지 받게 되는 현실이 바로 개발자들입니다. 10년 이라는 시간동안 개발을 했더라도 매년 새로운 기술을 쫓아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항상 존재하는 직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발 직종에서도 아키텍트나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오랜 기간의 경험과 기술의 깊이로 그 역량을 발휘하는 분야도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개발자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빠른 변화를 쫓아가야 한다는 숙명에 놓여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하고, 협업했던 직종 중에서 개발만큼 빠른 변화속도를 보이는 직종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실제 이런 변화를 견디지 못해 전업하는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하니 그들의 고충에 대해 다시 한번 이해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개발자들의 외형과 실력

개발자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이유와 경로는 제각각 입니다.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해서 개발자 직업을 선택한 경우부터 대학 전공, 학원 수강,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개발자의 세계로 입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입문했든 개발자가 된 이후부터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나게 됩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프로그래밍 실력이 월등하게 좋거나 늦은 나이에 개발을 시작했다고 해서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개발 업무야 말로 개개인의 프로그래밍에 대한 감각과 노력에 따라 그 격차가 만들어지는 직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가 실력 있는 개발자를 한 눈에 알아보기란 어렵습니다. 개발자들 사이 구루(Guru)라고 불리는 진정한 개발 고수들도 숨어 있지만 이런 개발의 고수들이 일반인이나 기획자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합니다. 실력이 떨어지거나 버그를 만들어내는 개발자 또한 이력과 외형만으로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개발자의 실력을 업무를 통해 경험할 수도 있지만 기획자와 일을 편하게 한다는 것이 개발 실력이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눈에 쉽게 파악하기 힘든 존재가 바로 개발자입니다. 물론 개발자들 또한 기획자나 일반 사용자들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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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unknown, via: webdiscover

개발자의 특징

개발자에 대한 특징을 하나로 규정한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참고하면 좋은 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발자는 스스로 동의하고, 선택한 일에 헌신합니다. 개발 업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그 결과물에 대한 비전과 개발 과정에 대한 충분한 동의가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라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입니다. 본인들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렇다 보니 자발적인 야근과 주말 근무가 생기기도 합니다.

둘째, 자존심에 목숨 거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이 너무 강해 사소한 것에 집착을 보이는 개발자도 있고, 개발자들의 업무를 존중하고, 기를 살려준다면 그들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수행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개발의 연륜이 쌓이면서 이러한 자존심이 책임감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개발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자들 중에는 의외로 자존심이 강한 분들이 많다는 점을 이해해두면 좋습니다.

셋째, 실용미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서로 충돌합니다. 즉, 프로그래밍 언어와 개발과정에는 기획자들이 알지 못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코드 수준으로 개발을 하는가와 어떤 개발방법론을 따르는가라는 영역들이 그 예입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만들든 그 결과물이 기획의 방향과 맞으면 되겠지만 개발자들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을 밟습니다. 이때 고민하는 것이 바로 개발자 스스로 또는 프로젝트에서 규정한 개발 수준입니다. 개발자로서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신의 개발방법론을 도입할 수도 있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코드 한 줄을 작성하더라도 잘 알려진 패턴을 적용할 수 있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활용하여 수준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일정에 큰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 개발자의 의견을 존중하되 고객 관점에서 타협하기 힘든 부분은 명확하게 밝히고 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할 수 있는 이유도 쉽게 찾지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도 쉽게 찾는 존재가 개발자입니다. 개발은 컴퓨터와 대화하는 과정의 하나로 프로그래밍된 결과는 0과 1의 이진법으로 컴퓨터와 소통하게 됩니다. 이진법이라는 속성처럼 개발과정에는 0.5는 것은 없습니다. 0 아니면 1, 즉, 참(True) 아니면 거짓(False)만이 용납됩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개발자들 대부분 어떤 업무나 기능이 주어질 때 직감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을 만들고자 할 때 왜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쉽게 쏟아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획자가 아무리 설득해도 이미 개발자의 머릿속에 이런 기능들은 무엇 때문에 안될 것이다라고 직감적으로 규정해버리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잘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원하는 프로젝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기획자의 눈에 비친 개발자들의 현실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획자의 개발자 이해하기 (2)’를 통해 개발자와 협업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과 개발자들에 대한 배려에 대해 추가로 알아보겠습니다.

황재선커뮤니케이터 벳지

황재선 팀장은 LG전자 클라우드센터 서비스기획팀에서 스마트홈, 에너지, IoT 분야의 서비스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9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업종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스마트 디바이스와 IoT를 통한 고객의 생활 변화와 그 활용을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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