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처럼 부드럽게, 노트북에 감성을 입히는 디자이너

상반기까지 지난해부터 달아오른 미니 노트북의 인기로 노트북 시장이 뜨거웠다. 작고 예쁜 디자인과 휴대하기 편한 넷북에 그래픽 작업까지 가능한 성능을 더할 수는 없을까? 미니 노트북의 휴대성과 고사양 노트북의 성능을 더해 화면은 좀 더 크게, 두께는 얇게, 성능은 높이고 그동안 아쉬웠던 배터리 성능도 보완한 그야말로 ‘완소 노트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화질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무선 인터넷까지 즐길 수 있지만, 가격은 일반 노트북보다 저렴하지만 미니 노트북보다는 비싼 슬림 노트북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시크한 디자인에 얇고 가벼운 노트북, 엑스노트 T380을 디자인한 신종윤 선임을 통해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디자이너 톡톡 ⑨] 시크한 디자인의 모바일 노트북 디자이너 신종윤 선임
신종윤 선임 사진
디자이너 신종윤은 누구?
남들보다 뒤늦게 제품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영상 관련 전공을 하다가 제품 디자인을 하고 싶은 꿈을 버릴 수 없어 다시 입시 준비를 해 중앙대 산업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지금은 원하던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종이에 뭔가를 마냥 끄적이는 것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7살 즈임인가. 누군가가 ‘넌 꿈이 뭐니?’하고 물어봤을 때 화가가 되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말이에요. ^^;
LG전자에 입사한 후로 주로 노트북 디자인을 담당해왔는데, 첫 프로젝트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EVDO노트북인 LW20이었다. 최근에는 박세라 슈퍼 디자이너와 엑스노트 최고급 제품인 ‘P510′디자인을, 팀원들과 X120 디자인을 함께 진행했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 ‘감성 디자인’을 입히다 
XNOTE T380 제품 사진
최근 노트북 시장은 미니 노트북 이후에 초슬림 경쟁에 불이 붙었죠. 현재 출시되는 많은 노트북이 휴대성(Mobility)를 강조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인한 LG전자의 엑스노트 T380시리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7 홈 프리미엄(Window7 Home Premium)’을 탑재한 얇고 가볍고 오~래 쓰는 노트북입니다. 13.3인치의 HD급 LED LCD로 화질이 선명하고, 두께는 2.5mm, 무게는 1.89KG로 얇고 가벼워 휴대용으로 손색이 없구요. 8셀(Cell)배터리를 기본으로 적용해 최대 8셀 배터리를 채용해 10.5시간까지 사용할수 있는 노트북입니다.  XNOTE T380 제품 사진

처음 T380의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미 슬림은 노트북 선택의 기준이 되었고, 뭔가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죠. 사람들이 노트북을 고를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볼까? 내가 만약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노트북을 본다면 무엇이 가장 눈에 들어올까? 

그러다가 노트북이 보통 매장에 전시되어 있을 때 닫혀져 있지 않아 ‘열려 있다.’는 점에 착안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노트북 외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첫 대면하게 되는 내부 디자인에도 더욱 신경을 써서 디자인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XNOTE T380 제품 사진
최근 휴대폰에는 일반화된 터치 입력방식을 노트북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노트북을 열어보았을 때 최대한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파워 버튼과 스마트 온 버튼, 터치 패드를 모두 숨기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죠. 거기에 또 하나의 비밀 병기를 하나 숨겼습니다.
바로 ‘감성 디자인’이죠.  
벨벳 소재의 키보드로 입력시 부드러운 감촉을 더했고, 터치 패드를 사용할 때마다 주변부가 LED로 발광하면서 진동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해 시각과 촉각을 통한 감성적 요소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비록 차가운 디지털 기기이지만, 노트북과 사용자 간의 교감 같은 걸 배려했다고 할까요? 
이렇게 하여 탄생한 엑스노트 T380은 주름치마를 형상화한 에스프레소 블랙의 ‘P510′의 외관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은색(플래티늄 실버)의 내부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마치 명품 가방과 같은 고급스런 느낌은 주고 있습니다. 

XNOTE T380 제품 사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체력, 관찰력, 배려하는 마음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기본인 것 같아요 ^^ 체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심 있게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거기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나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대하는 자세도 필요하구요.

노트북은 다른 제품에 비해 발열량, 소음량, 안정성, 사용성, 키보드의 느낌, 전력 소모량, 신뢰성 등등  통과해야 할 테스트가 유난히 많습니다. 또, 제품의 부품이 이미 규격화되어 있어 자체 개발에 제약이 많다보니 디자인에도 많은 제약이 있는 편이구요. 요즘 소비자 조사를 나가보면, 고객들의 눈높이가 무척 높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에 부응하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요구되는데, 그러다보면 개발 부서와의 ‘발전적인 싸움’을 피할 수 없답니다.  

디자인을 하면서 짜릿했던 순간들
저에게 디자인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얻은 것들이 참 많고, 그로 인해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죠. 때로는 그로 인해 힘들 때도 있지만 그 힘든 순간들조차 행복하게 느껴지거든요. 

디자인 작업을 하는 순간 순간이 짜릿하다고 할까요? 스케치를 하면서 종이에 펜을 그을 때 느껴지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고, 밤을 새워가며 렌더링을 하는 그 순간도 짜릿하고, 목업 작업을 진행하면서 점점 옷이 입혀져 가는 제품을 지켜보는 순간들이 짜릿합니다. 또, 매장에서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사람들이 그 제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살펴보며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순간도 짜릿하구요 ^^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고달플 때
저는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나면  결과가 좋건 나쁘건 항상 아쉬움은 남아요. 나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도, 함께 작업한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어떤 분야의 디자인이건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그 시대의 문화에 잘 녹여 내 그것으로 소비자들과 교감하고 더 나아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의 욕심으로 너무 앞서 나가다보면, 사람들과 공감을 얻을 수 없고 디자이너의 자기 만족에 그치게 되니까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어려움을 얼마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게 행복을 주는 것들
제가 영상을 전공해서 그런지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전문가처럼 잘 찍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수동 카메라를 다뤄와서 그런지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을 무척 좋아합니다.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 같은 사물인데도 달리 보이니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지요.
지금은 주로 니콘 D80이라는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데, 솔직히 카메라의 매력은 디카보다는 롤라이 35나 니콘FM2와 같은 필카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지금은 공간이 없어 못하고 있지만, 예전에 암실에서 작업을 할 때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날, 좋아하는 사람들과 허름하지만 맛깔나는 조그만 술집에서 목소리를 높여 떠들다보면 스트레스가 쫘악~ 풀리곤 합니다. 백열등 아래 맑은 소주잔에 비친 얼큰한 안주거리와 동료들을 생각하면 절로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좋은 디자이너란?
이제 겨우 8년차 디자이너인 나에게 이 질문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것이 좋은 디자이너일까? 수도 없디 생각하지만 아직은 쉽게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디자인은 순수 예술이 아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 고집은 순수 작가에 뒤지지 않지만, 디자인은 수많은 동료와의 협업, 객관적인 고객 조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많은 고객들과 교감 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어 회사의 이익을 창출해야 하니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 어느 부서보다 막중하다.
디자이너로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히트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경영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장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둘 다 만족하면 베스트겠지만 ^^; 

10년 후에도 인간미 넘치는 디자이너로.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도 항상 노력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제품 디자인을 계속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된다면 흙 냄새를 맡으며 도자기를 구워 보고 싶다. 질퍽한 찰흙의 느낌을 손가락 사이로 느끼며, 물레를 돌리면 손 끝에서 형상이 다듬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지금처럼 행복함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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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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