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7080, 클래식 TV 디자이너를 만나다

LG전자가 8월 중순 70~80년대 브라운관 TV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클래식 TV(모델명: 32LN630R)’를 출시했습니다. 로터리 방식의 채널과 우드 프레임을 적용해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어디에 둬도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줘 출시 초부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디자인을 주도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HE디자인연구소 김준기 책임과 김연진 책임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HE디자인연구소 김준기 책임과 김연진 책임이 LG 클래식 TV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Q1. 클래식 TV 출시를 축하드립니다.

클래식 TV는 업계 최초로 시도한 LG만의 모험입니다. 2007년 TV사업부장과 제가 저녁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스케치를 한 것이 발단이 되었죠.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 14인치 평면 브라운관의 레트로 TV를 국내에 첫 출시했고, 이후 레트로 TV 2는 해외에만 출시했습니다. LG전자의 CRT TV 사업 중단으로 단종되어 아쉬움이 많았죠.

클래식 TV 디자인의 영감을 불러일으킨 과거 LG TV와 제품 패키지의 모습이다.

당시에는 별도로 박스 디자인도 하고 디자이너 사인도 새겨 넣는 등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에도 문을 여닫는 금성 TV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열쇠로 잠궈 놓아서 몰래 열고 보다가 엄마에게 들켜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나 옛 것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 간직하고 살고 있으니 분명히 시장의 요구는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Q2. 클래식 TV의 디자인 스토리를 소개해 주신다면?

‘빈티지’와 ‘클래식(레트로)’의 차이를 아십니까?

‘빈티지’가 오래된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면, 옛 것에 대한 향수는 간직한 채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요소와 최신 기술을 가미해 재해석한 것이 바로 ‘클래식(레트로)’입니다.

빈티지한 책상 위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여 있는 클래식 TV의 화보 모습이다.

클래식 TV는 LED TV와의 결합을 시도한 작업이었습니다. 첨단 디지털 LED TV에 아날로그 느낌을 강조한 스타일을 TV에 적용해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하는 ‘가구 같은 TV’를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옛 것에 대한 친근한 감성과 현대에 어울리는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접목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클래식 TV 디자인 컨셉 사진으로, TV의 틀과 프레임 컬러, 채널과 볼륨 버튼에 대한 이미지가 차례로 보여지고 있다.

1세대 레트로 TV가 14인치의 큐트한 오렌지 레드 컬러였다면 이번 클래식 TV는 32인치의 우아한 크림 화이트 컬러로 바뀌었습니다. 클래식 TV 기획 초기에는 화사한 오렌지 컬러, 투명, 우드 등 다양한 컬러의 디자인을 시도했으나 결국 좀 더 범용적인 전면 크림 화이트 컬러에 밝고 화사한 우드 테두리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차이가 디자인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셈이죠.

 

LG전자 최초의 흑백TV(모델명: VD-191)의 디테일을 재현하려고 무척 노력했습니다. 아날로그 TV를 연상케 하는 비대칭 레이아웃에 채널과 볼륨 다이얼을 적용해 시각 뿐 아니라 촉각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최대한 높였습니다.

클래식 TV의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 채널 변경 버튼과 제품의 정면 및 후면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클래식TV 정면과 후면

채널과 볼륨 다이얼을 돌릴 때 딸깍거리는 아날로그 느낌의 손맛을 살리느라 무척 고생했습니다. 예전에는 채널이 12개를 넘지 않았지만 지금은 케이블 TV까지 600개가 넘는 채널을 어떻게 손으로 돌릴 것인가가 고민이었죠. 클래식 TV는 과거의 디자인을 재현하면서 최신 기술과 어떻게 잘 접목하느냐가 가장 중요했거든요.

TV 다리의 소재로 사용한 BMC 소재를 32인치에 최초로 적용한 것도 강조하고 싶어요. 보통은 메탈을 사용하는데 효율적인 소재를 발굴해 재료비가 높아지는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뒷면 케이스를 조립할 때 나사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랫치(Latch)방식을 적용해 생산성도 높였습니다. TV 전후면 케이스에 무도장 PC-ABS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적 요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Q3곡면 올레드TV가 나오는 첨단 기술의 시대에 굳이 클래식 TV를 내놓은 이유라면?

사실 이 제품은 이미 일년 반 전에 디자인이 완료되었지만 팔릴까 싶은 걱정에 한참을 미뤄왔습니다. ‘기본 제품이라도 잘 해라, 팔 자신 없으면 디자인 하지 말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세일즈맨 대상으로 클래식 TV에 대한 요구 조사를 한 결과 디지털 기능을 갖추면서 디자인 경쟁력이 있는 소형TV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했고 바로 디자인 아이디어 발굴에 들어갔습니다.

클래식 TV 정면과 측면의 모습이 나란히 보여지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싱글 거주자들이 늘면서 32인치 TV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상품 기획에서도 기본 디자인을 파생시킨 모델이 아닌 경쟁력 있는 새로운 디자인의 TV를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매장에 갖다 놓으면 전시 효과까지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Q4. 국내 최초의 흑백TV인 VD-191(1969)에 바친 오마주가 있나요?

‘VD-191’은 진공관 12개와 다이오드 5개를 채택하고 4개의 다리가 달린 가정용 제품이었죠. 한국 최초의 흑백 TV 1호인 ‘VD-191’이 없었다면 우리도 어색하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언발란스한 비대칭 디자인에 채널, 음량 다이얼 등 이 TV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도록 의도한 것이 사실입니다.

클래식 TV와 클래식 오디오, 미니빔이 한 데 책상 위에 놓여 있다.

‘VD-191’은 지금 봐도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고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Goldstar’라고 새겨진 로고와 글씨체 등이 전체적으로 조화가 매우 잘 되어 있어요. 1960년대 후반만 해도 TV를 구입하면 중산층이었기 때문에 고급 기호품이었던 거죠. (19인치 가격은 8만 7,683원으로 쌀 25가마를 살 수 있는 고가, 구입 신청 평균 경쟁 20대 1이었다고 하죠!)

현재 ‘VD-191’은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최근에는 문화재청에서 근대 유물 등록문화재로 지정할 정도로 역사적인 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멋진 디자인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해 디자이너의 흔적을 남겨 세상에 다시 내놓는 것이 저 같은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Q5클래식 TV 디자인이 다소 모던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기존 레트로 디자인과 차이는?

LG전자 김준기책임연구원이 클래식 TV 옆에 앉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디스플레이의 차이가 디자인에 크게 영향을 미쳤죠. 1세대 레트로 TV가 14인치 브라운관 TV였다면 클래식 TV는 32인치 LED TV다보니 큐트한 디자인보다는 미니멀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재해석이 없는 ‘레트로’는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그럴거면 골동품을 사서 쓰는 것이 낫죠. 옛 느낌을 내고 싶다는 감상에 취해 불필요한 것까지 다 붙여 레트로 요소를 살린다는 강박은 버려야 합니다. 옛 디자인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할 때 비로소 ‘클래식’으로 완성됩니다.

 

Q6. 클래식 TV 제품이 완성된 후,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가격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전용 리모컨을 따로 디자인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워요. 다음에는 안테나를 채용, 라디오 등 부가 기능을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끈한 뒷면을 고수하고 싶었는데 품질 이슈로 뒷면 스크류(나사)를 2개 남긴 것도 아쉽고요. 이미 2014년형 클래식 TV 모델을 디자인하고 있으니 더욱 멋진 모습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클래식 TV를 사랑해 준다면 해외로도 시장이 확대되지 않을까요?

거실 내 탁자 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놓여 있는 클래식 TV의 화보 모습이다.

Q7. 32인치 풀HDTV보다 클래식 TV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1946년 출시된 이탈리아의 베스파(Vespa) 오토바이는 1953년 오드리 햅번의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후 2004년의 영화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독일 폭스바겐의 자동차 비틀(Beatle) 역시 다시 사랑받는 자동차로 재조명되고 있죠.

LED 디스플레이, 디지털TV 기능에 스마트한 기능에 감성적인 가치를 더한다면 상승된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기존대로 일반 디자인의 TV를 사겠죠.

Q8. 어떤 분들이 클래식 TV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지요?

거실 내 서랍장 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놓여 있는 클래식 TV의 화보 모습이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되면서 TV를 구매하는 목적도 다양합니다. 요즘은 TV를 그냥 의미 없이 놓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의미를 찾아줍니다. 싱글족, 세컨 TV를 원하는 계층도 늘었고요.

실제 매장에 가보니 60인치 대형 TV를 사러 온 노부부들이 세컨 TV로 클래식 TV를 하나 더 구매해 가더라고요. 20~30대 중에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계층도 많아졌습니다. 거주 환경 측면에서 보면 가정 뿐 아니라 카페, 인테리어, 전시관, TV 드라마 PPL 등을 확장해보면 그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죠.

김준기 책임 연구원이 LG클래식 TV 옆에 앉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9. 과거의 제품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클래식 TV는 감성적인 제품이다 보니 설사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도 사업적인 성공여부를 확신하지 못해 망설이다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 문화적으로 보면 지역적 풍토 등을 끌어들여 성공한 케이스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샤넬 톰포드가 여성 의류를 디자인하면서 디스코풍, 벨벳 등의 복고 디자인으로 죽어가던 구찌를 살렸죠.

1968년 퓨마 운동화를 2013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소재만 바꿔 출시해 힙합을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전에 사랑받았던 디자인은 돌고 돌아 다시 현대에 새롭게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패션 뿐만 아니라 IT 기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Q10. TV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디자인은?

최근 LG전자가 클래식 TV 단품으로만 출시할 것이 아니라 미니빔TV, 클래식 오디오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 ‘클래식’을 주제로 시리즈를 출시해 더욱 시너지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는 예술가는 아닙니다. 내가 만드는 TV는 감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팔리고 사용하고 결국은 폐기 처분되는 ‘제품’입니다. 저는 TV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클래식 TV 제품 상세 정보 

– 32형 LED TV로 풀HD(1,920×1,080) 해상도의 밝고 선명한 영상 제공
– 시야각 178도의 IPS(In-Plane Switching) 패널 탑재
–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를 TV에 연결해 동영상, 사진, 음악 등 간편히 감상
– MHL(Mobile High-Definition Link) 기능 지원
– 
판매가 84만원, 출시 기념으로 구입 고객에게 깜찍한 디자인의 커피머신 제공

 


1966년부터 2012년까지 TV의 변천사

추억을 회상시키는 2013 LG클래식 TV의 등장

LG클래식 TV의 스펙

32인치 IPS full HD panel

레트로 디자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난 디지로그 볼륨, 채널 조정 버튼

자연의 감성이 느껴지는 클래식 TV 후면 디자인

미니멀한 디자인, 화이트 톤의 라운드 디자인

자연스러운 목재 프레임과 나뭇가지 같은 받침대

모던한 인테리어, 포근한 인테리어 등 다양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클래식 TV

2013 LG 클래식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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