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 고래에서 찾은 '저소음 고효율 팬' 기술의 비밀

지난 11월 초 LG전자와 서울대 산학 공동 연구진이 저소음,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해법을 ‘바다 생물’에서 찾아내 이를 시스템 에어컨 제품에 적용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서울대 공대-LG전자 공동 연구팀은 혹등고래 가슴지느러미의 혹 형상과 조개 표면의 홈 구조를 모방한 장치를 에어컨 실외기 팬에 적용하여 소음을 저감하고 소비 전력을 10% 줄인 신개념 생체모방 팬을 개발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15년 1월 국내 특허등록(등록번호: 10-1483340)을 마쳤으며, 2015년 8월 신기술(NET) 인증(인증번호: 제0937호)을 획득해, 2015년 10월 출시한 LG전자의 고효율 1등급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슈퍼5’에도 적용되었다. 개발에 참여한 LG전자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연구소 사용철 연구위원, 최석호 책임연구원 그리고 오시영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 ‘멀티브이 슈퍼5’ 개발자 인터뷰 – 사용철 연구위원, 최석호 책임, 오시영 선임 

사용철 연구위원, 최석호 책임연구원 그리고 오시영 선임연구원이 팬을 들고 웃고 있다

Q1. 에어솔루션 연구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H&A사업본부 에어컨서울연구실에서 시스템에어컨의 세계 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별화 기술을 발굴하는 선행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에어컨(VRF: Variable Refrigerant Flow)이란 한 대의 실외기에 여러 대의 실내기를 연결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현장 여건에 맞게 다양한 형태와 용량의 냉난방 및 환기 설비를 할 수 있는 토털 공조 시스템을 말합니다. 시스템에어컨은 초기 투자비와 운전 비용이 저렴하며 시스템 모드 전환에 따라서 난방을 겸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최근 그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Q2. ‘소음’과 ‘소비전력’을 모두 잡은 생체모방 기술을 접목하였다고 들었는데, 어떤 기술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용철 연구위원
최근 시스템에어컨 시장은 초기 투자비 및 설치의 용이성을 위해 단일 유닛 기준 제품 최대 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제품 크기를 키우지 않고 최대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에어컨 실외기의 풍량 증가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실외기 풍량이 증가하면 축류팬의 소음 및 소비전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저소음 고효율 축류팬 개발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유동 가시화 기법을 통하여 실외기 축류팬 날개 표면의 난류 유동을 가시화하여 손실 유동을 파악하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생체 모방 기술에 대해 LG-서울대 공동 연구를 착수했습니다. 다양한 생체모방 기술에 대한 탐색을 하던 중 ‘혹등고래의 지느러미 돌기’와 ‘조개 표면의 물결무늬’를 축류팬에 적용하여 소음 저감 및 효율 향상 가능성을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능력을 가진 ‘혹등고래의 지느러미 돌기‘는 축류팬 날개 표면의 박리(separation) 손실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류나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유동 저항이 낮은 ‘조개 표면의 물결무늬’는 축류팬 날개 표면의 반경방향 유동 슬립(slip)에 의한 손실을 개선할 수 있어서 축류팬의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팬 구조 이미지

혹등고래혹구조와조개표면의홈구조_서울대공대

혹등고래 혹구조와 조개표면의 홈구조

LG전자의 축류팬 설계 기술과 서울대 최해천 교수 연구실의 생체 모방 기술을 결합한 생체모방 유동 제어 축류팬은 기존 팬 대비 소음을 2dB 저감했고 효율을 10%를 향상시켰습니다. 현재 생체모방 유동제어 축류팬은 고효율 1등급 시스템에어컨 ‘멀티브이 슈퍼5’에 적용되어 NET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독창적인 팬 설계기술은 국내 특허등록(등록번호: 10-1483340)을 마쳤습니다.

Q3. 소음 2dB 저감과 효율 10% 향상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LG-서울대 공동 연구진으로 개발을 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최석호 책임연구원

최석호 책임연구원 생체 모방의 독창적인 형상을 실제 팬에 어떻게 구현할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혹등고래 돌기를 팬에 적용하기 위하여 연구 초기에 서울대에서는 작은 구슬이나 스티로폼을 이용하여 직접 만든 돌기 형상을 팬에 붙여서 실험했습니다. 그런데 고속으로 팬이 회전함에 따라 실험 도중 돌기 형상이 떨어져 나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결국 LG전자가 보유한 팬 설계 프로그램을 개선해 돌기 형상을 팬 날개 표면에 직접 구현했고, UG(3D CAD)를 이용하여 최종 도면을 만들어 NC가공을 통해 돌기 형상과 날개가 일체화된 팬 목업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돌기를 팬의 날개에서 어느 위치에 적용할지에 대한 결정도 어려웠습니다. 위치 결정에 위하여 많은 인자 분석 연구가 필요했는데 6시그마에 의거한 실험 계획으로 최소의 실험으로 최적의 돌기 적용 위치를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조개의 홈(Groove) 무늬 또한 처음 적용했을 때 골과 산의 위치에서 팬 날개의 두께 차에 의해서 사출 후 냉각 시 날개 형상의 변형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최종적으로 단속적으로 홈을 파는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팬 날개의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생체모방기술을적용한LG시스템에어컨팬의모습_서울대공대

생체 모방 기술을 적용한 LG시스템 에어컨 팬의 모습

오시영 선임연구원 이번 산학은 기본부터 확실하게 파악해 나갔던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1차적으로 유동 손실을 파악하는데 집중해서 신뢰도가 높은 결과를 얻고, 그걸 토대로 2차적으로 생체 모방 아이디어들을 접목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산학기관도 열성적이었고 저희도 결실을 맺으려고 수많은 실험들을 같이 했습니다. 산학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관련된 실험을 많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철 연구위원, 최석호 책임연구원 그리고 오시영 선임연구원이 팬을 들고 웃고 있다

Q4. 해당 팬이 첫 적용된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인 ‘멀티V 슈퍼5’는 어떠한 제품인가요?

LG시스템에어컨팬날개확대

LG 시스템에어컨 팬 날개 확대

‘멀티V 슈퍼5’는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 고풍량 생체모방 팬, 4면 열교환기를 적용하여 기존 슈퍼4 대비 에너지 효율을 11% 높이면서 최대 용량은 20마력에서 26마력까지 향상시킨 자사의 차세대 시스템 에어컨입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실내기와 실외기에 각각 습도 센서를 내장하여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고 습도변화가 많고 에어컨을 많이 가동하는 기간에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해 실사용 전기료를 대폭 절감시켜 주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Q5. 고객을 위한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팬은 단독으로 설치되기도 하지만 주로 제품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용환경이 다른 분야의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이나 팬을 눈여겨 봅니다. 에어컨과는 다른 환경에서 사용되는 제품에는 그것에 맞게 특화된 기술이 있곤 해서, 그 기술들을 에어컨 제품에 접목하면 검증된 인사이트(Insight)를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축류팬이라도 CPU 쿨링팬은 소형화, 저소음의 인사이트가 있어 특화된 기술들을 많이 적용하는 반면, 항공기나 선박에 사용되는 팬은 내구성, 고정압의 인사이트가 많아 그에 맞는 특화된 기술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리스트업 해놓고 목적과 특성에 따라 분류해서 설계할 때 참고합니다.

Q6. 이번 개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시영 선임연구원
최석호 책임연구원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양산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긍정적인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운 기술/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시영 선임연구원 선배 연구원으로써 신입 연구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에만 목숨을 걸면 안된다. 본인이 나서서 할 일을 찾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 자세인건 맞습니다만, 무심코 눈앞의 것만 열심히 하게 되면 안도하거나 큰 것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오히려 눈앞의 일 말고 성과가 날만한 일을 찾으려고 하면 그게 더 득이 되기도 하고, 또 일이 쌓여봐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찾고, 자신의 역량을 가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젖은 수건을 어느 정도 쥐어짰으면, 마른 수건을 쥐어짜기보다 다른 곳에서 한 바가지 퍼올 생각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저소음 고효율 팬’을 기획하고 개발하신 세 연구원들의 인터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체모방기술’의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기획/개발에 대한 고민과 산학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어 의미가 깊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을 위한 인사이트 발굴로 더 좋은 제품을 연구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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