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와 인간을 연결하는 마법사, GUI 디자이너를 만나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제품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던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이 패키지,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올해로 9년째 수상작을 발표한 iF Design Award의 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상작 중에 LG전자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 TV의 GUI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능숙한 통역가처럼 실재하지 않는 막연한 것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끊임없이 연구하는 GUI 디자이너,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LG전자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 TV의 GUI 디자인 수상작

 

이번 수상작 중 스마트 TV GUI 디자인 담당인 김운영 선임연구원, 이강섭 연구원스마트 냉장고 GUI 디자인 담당 이재영 주임 연구원, 황경은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GUI 디자이너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디자이너 단체컷

왼쪽부터 이강섭 연구원, 김운영 선임 연구원, 이재영 주임 연구원, 황경은 연구원

 

 Q. 우선 iF Design Award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강섭: 수상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 1년 동안 고생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고요, 심사위원들과 수상에 관련된 모든 분들, 제품개발에 함께 참여한 팀원들께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출시되는 제품을 고객들이 선택한다면 더 기분 좋은 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작 GUI 디자인은 곧 LG 스마트 TV의 전 제품에 적용되어 시판될 예정)

스마트TV 수상작

황경은: 스마트 냉장고 GUI는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처음 수상하는 것이라 더욱 뿌듯합니다. 특히 UI, GUI팀이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낸 작품이라 더욱 기분 좋습니다. 이 GUI는 현재 시판중인 제품에 적용되어 있어 더 많은 분들이 직접 사용해 보시고 편리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 이번 수상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이강섭: TV쪽에서는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되, 특화된 기능에 한해 감성적으로 어필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제품 디자인과 GUI가 하나의 컨셉을 이루도록 작업했죠. 이번 작품에는 하단에 런처바(Launcher Bar)가 있는데, 이 런처바의 모양을 제품 하단 디자인과 유사하게 구현했습니다.

김운영: 그리고 TV에서 중점을 둔 또 한가지는 전략적 관점에서 LG전자 브랜드를 컨셉화하는 것이었습니다. LG의 동그란 로고 쉐이프(Logo Shape)에 맞춰 버튼을 곡선으로 디자인 한다든지, 컬러는 LG레드를 사용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요. 앞으로 이런 브랜드 일체화 작업이 TV뿐 아니라 다른 가전에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재영: 냉장고의 경우는 고객들이 스마트 가전에 대한 경험이 적은 것을 고려, 최대한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앞에 서서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화면 내 정보량을 줄이는 것을 제안하고, 각각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실사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주 사용자들이 40-50대 주부들이기 때문에 텍스트 시인성 (visibility)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마트냉장고 GUI

 

Q. GUI와 UX, UI의 차이점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각각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요?

김운영: 쉽게 말하자면 UI (User Interface)는 ‘이 기능을 누르면 어떤 세부메뉴가 나와야 한다’는 프레임을 짜는 작업이고, GUI는 이 구조를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업들이라 사실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죠.

UX (User eXperience)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 즉 GUI와 UI를 포괄하는 개념이예요. PUI(Physical User Interface), AUI(Audio User Interface)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이죠. UX(사용자 경험)를 항상 고려하며 GUI 디자인을 해야 하는거죠.

Q. 그렇다면 냉장고, TV 등 가전에 GUI라는 개념이 적용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김운영: TV쪽 GUI는 20년도 더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TV를 보는 분이라면 모두 익숙한 ‘음량 조절 바’라든지, ‘음소거 표시’등이 초기 GUI의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본격적으로 GUI가 TV에서 중요해 진 것은 10년 밖에 안됐습니다. 그 때 LG에서 세계 최초 타임머신 TV가 나왔어요. 박지성 선수가 광고한 제품 기억하시죠? 그 때부터 GU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3년 전부터 스마트 TV 시대가 시작되었으니 바야흐로 GUI의 전성기가 되지 않을까요? 휴대전화부터 냉장고나 세탁기 등의 가전까지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기능이 강조되면서 GUI가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TV

Q. GUI 디자인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황경은: 스마트 가전은 저희가 시작할 때만 해도 경쟁상대가 없어 가전 GUI 벤치마킹 사례가 전무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 가전경쟁이 치열해서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어렵습니다.

또 냉장고 뿐 아니라 오븐이나 세탁기 등 다양한 크기의 제품에 들어가는 GUI 컨셉을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강섭: TV는 고객들이 스마트 TV 기능을 일반인이 쓰기 어려운 기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스마트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단계라고 보고요, 가전도 스마트폰처럼 쉽게 인지하고 쉽게 쓸 수 있는 GUI를 구현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자 해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인사이트나 영감을 얻는 방법은?

이강섭: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주의깊게 보는 편입니다. 여러 앱을 쓰다보면 세계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좀 더 사용자를 고려한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페이스북 앱만 하더라도 어떤 운영 기반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지, 또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전혀 다르답니다. 이런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이재영: 냉장고와 같은 다양한 생활가전의 GUI는 복잡한 형태를 지향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고 쉽게 볼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편이예요. 주로 가시성이 중요한 요소인 잡지를 자주 봅니다.

김운영: 저는 쇼핑하고 TV봐요. 쇼핑이 가장 트렌드가 빠르잖아요. 특히 패션쇼를 보면 내후년 디자인 트렌드까지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갖춰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TV를 디자인 하는 사람이다보니 TV보는 게 일이기도 해요. 다만 ‘TV에서 요새 뭐가 뜨고 있지?’, ‘IPTV는 어떤 방식으로 나오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는 거죠.

이재영 황경은 연구원

황경은: 저는 전시를 봐요. 디자인 전시만이 아니라 순수 미술,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여러분들에게 GUI란 한마디로 무엇인가요? GUI란 00이다!

이강섭: 한 마디로 GUI를 정의하자면, 음식이 담긴 그릇’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릇의 색깔과 형태에 따라 음식이 돋보이는 것처럼, GUI는 컨텐츠를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그릇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GUI 자체의 그래픽적인 부분보다는 인지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본질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하는 GUI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운영: 저는 10년 정도 LG전자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후배 디자이너 대상 사내 강의도 하고 있는데요,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GUI가 주연이 되어서는 안된다’ 입니다. 고객이 사용하고 싶은 콘텐츠, 누르고 싶은 버튼이 주연이 되고, GUI는 ‘명품 조연’처럼 주연을 빛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강섭 김운영 연구원

황경은:  ‘GUI란 자동차의 네비게이션 같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기존 GUI가 단순히 사용자에게 이 제품의 이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What to’ 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했다면, 이제 기술과 함께 GUI도 발전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만지고 보아야 할 지 다양한 ‘How to’ 까지 제안해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강섭 연구원이강섭: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우리만의 철학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디자이너, 또 고객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김운영 선임 연구원김운영: TV의 경우 프레임이 점점 얇아지고 디스플레이만 남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죠. 이런 디자인의 트렌드 및 변화하는 사용자의 요구에 걸맞는 GUI를 고민하는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GUI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만 그리는 사람’ 이라는 것인데요, 오늘 모인 GUI 디자이너들 모두 UX도 같이 고민하는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이거든요. 기술과 UX, 트렌트를 함께 고민하되 디자이너만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사용자에게 웃음을 주는 위트있는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황경은 연구원황경은: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게, 자신있게 만들어야 쓰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죠? 앞으로도 제가 그 제품을 선택할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이재영 주임 연구원이재영: 현재 스마트 가전의 경우 일반인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들의 스마트 경험을 유도할지 디자이너들이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처음 스마트 기능을 넣은 것은 LG전자이지만,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면서 서로 어떤 기술을 어떤 GUI로 먼저 구현하는지에 대한 제조사간의 경쟁이 고객 편의보다 앞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희소가치를 가진 LG전자만의 GUI’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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