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비가 온 뒤에 여기저기서 쑥쑥 올라오는 죽순(竹筍)을 비유한 말이다. 대나무 하면 역시 담양을 빼놓을 수 없다. 새벽부터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얼마쯤 달렸을까? 졸음이 몰려 오면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 저 멀리 눈부시게 뜨거운 태양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녘 차도 옆으로 보이는 물가에 새 두마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김현학의 행복한 밥상] ④ 죽순을 보면서 마음을 키우다

푸른 새벽을 깨고 도착한 담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쭈욱 서 있는 길이었다. 하늘을 향햐 쭉쭉 뻗어있는 것이 마치 대나무 같기도 하다. 그 푸르름에 눈이 시리고 정신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길게 늘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침 일찍 도착한 탓에 사람들이 적어서 맘에 드는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한낮에는 분명 데이트 필수 코스로 붐빌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직 싱글인 나는 커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자연스레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 찾은 메타세콰이어 길은 참으로 청초하고 맑은 느낌이었다.

머리위 푸르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몇 해 전 방송을 탄 후 더욱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읍내로 가자 장이 열리고 있었다. 담양장에는 어떤 것들이 나와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죽제품이나 죽순이 적었다. 아마도 담양하면 대나무니까 장터에도 죽제품이나 죽순이 널렸겠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 탓이리라…

담양 읍내에 장이 열린 모습,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로 상인들이 나물,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간신히 찾은 할매에게 물어보니 죽순 8개 한소쿠리에 만원이란다. ‘아이쿠 비싸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죽순이 고급 식재료인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늘 통조림 안에 들어있는 죽순만 보다가 이렇게 크고 실한 놈을 보니 직접 캐보고 싶은 맘이 들었다. 바쁜 마음으로 장을 나와 대나무 밭을 찾았다. 

맹종죽이라 하여 중국에서 들어 온 검은 점들이 얼룩덜룩 있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있다

대나무 밭에서 얻은 삶의 지혜 

수소문 끝에 대밭을 찾아가보니 정말 딴 세상 같았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들어간 대밭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청량한 바람이 불었고 대나무들이 춤사위로 나를 반겨주는 듯했다.

내가 찾은 대나무 밭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대나무가 있었다. 하나는 ‘분죽’이라 하여 대나무 표면에 분칠을 한 듯 곱디 고운 대나무요, 또 다른 하나는 ‘맹종죽’이라 하여 중국에서 들어 온 검은 점들이 얼룩덜룩 있는 대나무였다. 대나무는 속성수라 하여 45일이면 키가 다 자란다. 그때부터는 굵어지고 여물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대나무가 새로운 목재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죽순은 ‘맹종죽’보다 ‘분죽’이 크기는 작지만 실하고 달다. 우리 토종 대나무라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대나무 수액을 대나무통에 담아마셔 보았다

대나무 죽순이 나는 이맘 때에는 주인 외에는 아무도 대밭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신성한 기간이기도 하거니와 대나무 뿌리가 200미터를 뻗어가기에 어디서 죽순이 튀어 나올지 모른다. 조심성 없이 밟고 다니다간 죽순을 보기도 전에 죽이는 꼴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맘 좋은 어르신을 만나서 그 어르신의 발자국을 따라 어린아이처럼 따라다녔다. 죽순도 캐고 대통에서 나오는 신수(!)인 대나무 수액도 맛 보았는데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아 마치 약수 같았다. 예전에는 아프거나 열이 날 때는 댓잎을 달여서 물 대신 먹이기도 했단다.

물에 꽃 두송이가 떠있다

역시나 늘 자연 속에서 뵙는 어른들의 지식은 살아있다. 책에서는 절대 읽을 수 없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더 매력적이다. 늘 죽순초무침으로만 즐기시던 어르신들께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 그대로에 내 비루한 재능을 버무려 보기로 했다. 요리를 한다고 하니 즉석으로 대나무 하나 툭 베어 만들어 주신 대나무 그릇까지! 즐거운 콜라보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 맛도 맛이지만 세심한 배려 덕분에 즐거운 여행 길이었다.

산속 바닥 놓여진 나무 바구니에 죽순이 수북이 담겨져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주는 만큼 나눠주면서 살되 대나무처럼 굳건하면서도 유하게 사는 지혜도 배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현학의 추천 레시피 :: 죽순 깐풍기 만드는 법

하얀 양파가 데코레이션으로 올려진 노릇노릇한 죽순 깐풍기가 하얀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다

<재료>

죽순, 소고기 50g, 두부 반모, 녹말 반컵, 식용유 2컵, 청,홍피망 반개씩, 대파 반개, 다진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마른고추 2개, 청주 1큰술, 간장, 굴소스 2큰술, 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물 3큰술, 후추,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1. 죽순은 4등분이나 6등분해 끓는 물에 데쳐 아린 맛과 석회분을 제거한 뒤 두부와 소고기 양념을 넣고 녹말가루를 입혀준다.

2. 청피망, 홍피망, 대파는 잘게 썰고 마른고추는 어슷 썰어 준비한다.

3. 간장, 굴소스 2큰술, 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물 3큰술, 후추, 참기름 약간을 볼에 넣고 소스를 만들어 놓는다.

4. 달군 기름에 죽순을 넣고 바삭하게 튀긴다.

5. 달군 팬에 마른고추를 넣고 향을 내다가 청피망, 홍피망, 다진마늘, 대파, 생강을 넣고 볶다가 청주를 1큰술 넣는다.

6. 튀긴 죽순과 소스를 넣고 재빨리 볶아내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