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퇴사해 중소기업으로 옮겨 일하고 있는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선배가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느라 바빴는데, 중소기업으로 옮기고 난 후 주도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할 일의 종류는 많아져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는데 스트레스는 훨씬 덜해 ‘바쁘지만 바쁘지 않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한 여자를 표현한 일러스트

 | 일러스터 : 서은주

[박헌건의 리더십 칼럼] ⑧ 바쁘지만 바쁘지 않다

오늘은  그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바쁘지만 바쁘지 않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바쁨에 대해 혜민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이 참 바쁘게 돌아간다고 느낄 때 한 번씩 멈추고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바쁜 것인가?”

 

직장인이 시계 위에서 바쁘게 뛰어가는 일러스트

정말 회사에서는 왜 항상 바쁠까? 회사가 진짜 바쁜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내 경험을 되돌아보고 바쁨의 근원을 찾아 보았다.

첫째, 출근이 늦으면 하루가 바쁘다

나는 매일 아침 7시쯤 회사에 출근한다. 남보다 좀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읽어야 할 메일을 찬찬히 읽고 처리한다. 밀린 결재도 이 시간에 처리하고, 어제 끝내지 못한 일과 오늘 해야 할 일 등을 꼼꼼히 챙기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하루를 시작하면 회의가 아무리 많아도, 상사에게 보고할 것이 아무리 많아도 정말 여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침 1시간은 낮 3시간 이상의 집중도와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루 8시간, 길게 10시간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약 30%의 시간 투자를 더하는  것이다. 똑같은 능력이라고 한다면 매일 30% 더 투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과는 차이가 분명이 날 것이다.

둘째, 일의 시작을 늦게 하면 일을 하는 내내 바쁘다

나는 업무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려고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20-20 법칙인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은 1월이지만 그보다 20% 앞선 전년 10월부터 빨리 준비하면 그만큼 준비가 충실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미리 계획하고 완벽하게 준비한다면 한 해의 결과가 알차지 않겠는가?

미리 예상하지 못해 갑자기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라면 어떻게 할까? 이 경우도 20-20 법칙이 효과적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12월일 경우 10월까지 완료하도록 계획을 수립한다면 대부분 일정 내에 맞출 수 있고, 만에 하나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남은 2개월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상 10월에 계획하고 도전했을 때 성공률이 90% 정도이고, 12월까지 9% 정도 만회한다면 거의 99%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업무 전체를 계획하고 시작하지 못하니 닥치는 순간마다 바쁘다

일을 하기 전에 20% 정도는 계획을 하는데 투자하라. 1시간 일하려면 12분을 계획에 투자하고, 10일 프로젝트라면 이틀간 계획에 투자하고, 1년 업무라면 2개월 정도는 계획 수립에 사용하라는 말이다. 전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세부 실행계획을 세우고, 세부 일정과 담당자까지 계획한다면 업무 스피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계단을 오르는 남성 일러스트

앞서 말한 데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바쁨을 피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준비하지 못한 경우나 정말로 바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 나름대로 바쁨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라.

일을 긴급한 일과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로 나누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라. 긴급하고 중요한 일은 당연히 1순위로 해야 하겠고, 긴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4순위로 남겨두어라. 다음으로 2순위는 긴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보다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2순위로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4사분면으로 일을 나눠서 해보면 최소 30%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 위임의 법칙을 사용하라.

일이 바쁜 요인 중 하나는 자신이 모든 일을 책임지려고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후배에게 설명해서 일을 처리하게 하느니 내가 그냥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배에게 일을 위임하고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좀 더 효율적이다. 리더는 위임을 통해 나름의 시간을 확보하여 좀 더 중요한 곳에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바쁨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팀의 성과도 함께 높아지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고, 덤으로 구성원들의 역량도 쑥쑥 성장하게 될 것이다.

3. ‘No’라고 말하라.

상사나 다른 부서에서 끼어들어오는 일이 들어올 때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No’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에 있는 다른 일들로 인해 바로 대응이 어렵다고 말한다면 상사라면 우선 순위를 조정해 줄 수 있고, 동료라면 결국은 다른 방안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들어온 일을 하느라고 다른 중요한 일들이 밀리거나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찻잔

회사 생활을 할 때 출근 시간 앞당기기, 미리 시작하고 미리 끝내기, 미리 계획하기 등과 같은 방법으로 바쁨을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라면 우선 순위의 법칙, 위임의 법칙, ‘No’라고 말하기 등의 방법으로 바쁨을 적절히 소화하는 것이 다음으로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미리미리 실천하기 위해 나 자신이나 후배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게으른 농부 황혼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