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아닌 장터가 열리고 사람들의 정이 흐르고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
그저 지나가는 객에게도 미소를 던질 줄 아는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 곳.
마음이 편해지고 가슴이 차오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듯한 착각마저 드는 곳.

[김현학의 행복한 밥상] ③ 복이 더덕더덕 붙었다! 봄의 전령사 더덕 이야기 

신선한 식재료를 찾아 떠난 내 첫 번째 여정은 가까운 양평에서 시작되었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아직은 바람이 쌀쌀한 바람을 가르며 양평으로 향했다. 두 시간 남짓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 그 곳에 있었다.

양평의 시장 풍경으로 갖가지 과일이 놓여 있다.

그래 떠나보자! 자연 속으로

양평의 장은 2일과 5일에 열리는데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인심 좋은 곳이었다. 봄을 준비하는 아낙네들의 손을 기다리는 모종부터 취나물, 비름나물, 씀바귀, 민들레와 같은 봄나물까지… 곳곳이 살아 움직였다. 장터 한 쪽에서는 뻥튀기 소리가 요란했고 지글거리며 익는 철판 위의 돼지노린내도 구수하게만 느껴졌다. 

장터를 둘러보고 길을 따라 무작정 걷다가 만난 길에서 냉이도 뜯고 쑥도 캐고 혼자서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를 따라 간 더덕농장! 더덕을 사 먹어만 봤지 직접 캐보는 건 처음이라 긴장까지 됐다.

더덕 순의 모습으로 초록 줄기가 돋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더덕 순을 보고 살살 그 흙을 긁으면 어른 손가락만한 더덕들이 우루루 터져 나왔다. 호미질 닿는 곳곳마다 향이 짙게 밴 흙과 함께 더덕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커먼 땅 속에 숨겨진 보물 같았다. 흙을 이리저리 건드릴 때마다 여기 저기 걸리는 더덕 향이 잠시도 쉴 수 없이 손을 재촉케했다. 겨울 내내 힘을 비축하고 있다가 움터져 나오는 새싹을 따라 찾아보는 더덕 찾기 역시 제법 재미가 쏠쏠했다.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이다.

봄나물이나 봄의 식재료들이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언 땅 속에서 오래도록 자신의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햇살이 느껴지는 날이면 온 힘을 다해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다. 봄의 식재료들은 땅의 기운을 듬뿍 담고 있어서 그 어떤 계절보다 힘이 넘치는 것이리라.

산에서 나는 오삼 중 하나라고 불리는 더덕은 사포닌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산삼에 버금가는 식재료이다. 특히 봄에는 인삼과 도라지 그리고 더덕이 사포닌을 듬뿍 담고 있어 이 계절에 놓쳐서는 안될 보약 같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흰 비닐에 담긴 봄나물과 초록 잎들과 함께 자라난 더덕의 모습이다.

더덕을 캐면서 어르신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더덕에도 종류가 있다고 한다. 꼭 사람처럼 암더덕과 숫더덕이 있다. 길고 곧게 뻗은 녀석은 숫더덕이고 사람 손가락마냥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건 암더덕이라고 한다. 생긴 걸로만 판단하는 것 뿐 다른 약성이나 재료의 차이는 없다고 한다.

손질한 더덕을 고추장에 묻혀 들고 있는 모습이다.

워낙 향과 약성이 좋다. 특히, 폐와 기관지에 좋아 나물로 먹어도 좋고 구이로도 그만이라 이번에 만든 삼색 더덕초밥의 재료로도 손색이 없었다. 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과 얘기도 나누고 경운기도 타보고 오랜만에 보는 송아지에 할머니께서 고이 말리고 있는 시래기까지… 자연을 닮은 삶이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말린 씨래기가 천장 위에 길게 달려있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평화로움이 가까이에 있었다. 조금만 숨을 돌리면 이렇게 넘치고 넘치는 자연이 곁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식재료가 자연 그대로 숨쉬고 있음을 몰랐다. 식재료를 알고 요리하는 이의 기쁨은 아마도 자신의 요리를 먹고 맛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 버금갈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라 생각한다.

복이 더덕 더덕 붙어 있다고 해서 더덕이라고도 불리는 2-3월의 전령사 더덕!
더덕향이 가득나는 밥상을, 복이 더덕 더덕 붙을 것만 같은 계절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현학의 추천 레시피 :: 더덕 삼색 초밥 만드는 법

세 가지 다른 재료와 색을 가진 초밥이 흰 접시 위에 올려져 있다.

<재료>

더덕 200g, 배합초 (설탕 한 컵반, 식초 한 컵, 소금 3큰술, 미림 7큰술, 레몬 반개, 다시마 한 장)

-고추양념 (고추가루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설탕 반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

-간장양념 (간장 1작은술, 설탕 반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소금양념 (소금 1/2작은술, 식초 1큰술, 설탕 반큰술, 깨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 밥을 고슬고슬하게 할 때 다시마 한 장을 넣는다.

2. 배합초는 분량의 양념을 넣고 냄비에서 끓이는게 아니라 설탕과 소금이 녹을 정도로만 만들어 식혀준다.

3. 더덕은 껍질을 깨끗히 깐 뒤 돌려깍기로 얇게 포를 뜨듯이 준비하고 분량의 고추가루양념, 간장양념, 소금양념을 해서 3색을 만들어준다.

4. 밥에 배합초를 섞어 자르듯이 식혀준 뒤 재워놓은 더덕포를 한입 크기로 빚은 밥에 돌려주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