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일이 있었다. 바로 한 해 주방을 책임지는, 빠져서는 안 될 요긴한 재료 중에 하나인 매실청을 담그는 일이다. 그 해에 수확된 실한 매실들을 구입해 하나하나 꼭지를 따서 설탕과 함께 켜켜이 담아서 시간에게 맡긴다. 그러면 매실은 알아서 달달하고 시큼한 청을 만들어준다.

연두 빛깔의 매실청이 항아리에 가득 담겨져 있다

[김현학의 행복한 밥상] ⑤ 매화는 내 딸이요, 매실은 내 아들이라

섬진강이 흐르는 하동과 광양엘 다녀왔다. 조영남 아저씨가 부른 화개장터가 보이고 사람들이 북적이진 않지만 그 온기만은 남아 있었다. 그 온기 덕에 내 셔츠는 조금씩 땀으로 차오르긴 했지만, 기분 좋은 더위였다.

도로 위는 아지랑이들로 정신없이 가득 차 있고 매실을 보러 가는 길은 더위로 가득 차 있다.

흐린 날 섬진강의 전경.한 낚시꾼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섬진강 줄기 따라 걷다보니 산 중턱에 일하시는 어머님들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매실을 손으로 따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그리고 들리는 호통소리!

빨간 옷과 모자를 쓴 홍쌍리 어머님이 매실을 따는 모습이다

아지매 아지매! 놀지 말고 퍼뜩 따라잉~비오면 말짱 다 헛짓이다. 어여 따라 어여 따…

 

산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누군가 궁금했다.
가보니 방송에서만 뵙던 홍쌍리 어머님이었다. 보통은 방송에 얼굴 홍보만 하고 힘든 일은 안하기 마련인데, 홍쌍리 어머님은 산에서 호령하며 매실을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그녀의 호령에 더위마저 싹 가셨다.

도착하자마자 내 주시는 라면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바로 매실 따기에 돌입했다. 매실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매실의 향은 직접 맡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복숭아 향 같은 그 향긋한 냄새에 일은 힘들어도 마치 아로마 테라피를 하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졌다. 매실을 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홍쌍리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 오셨는지 왜 아직도 매실을 그토록 아끼시는지 느껴졌다.

하얀 고무신 안에 연두 빛깔의 매실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저 돈 벌려고 만든 밭이 아니구나! 삶이 담기고 마음이 담긴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가슴 속까지 절절히 느껴졌다.
이 불모지 같은 땅에 40여 년 전 처음 매실 밭을 일구신 건 꽃이 좋아서였다고 한다.

나무에 매달린 매실의 모습 녹색 나뭇잎 사이로 연두빛깔 매실이 탐스럽다

우리의 몸을 씻어주는 매실은 그 신맛에 큰 힘이 있다. 기름기 가득한 불판은 세제로 설거지하면 되지만, 입에만 단것들로 가득 찬 우리 몸은 뭘로 씻을까? 그게 바로 매실이다. 매실은 입에는 시지만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매실이 가장 핫한 과실일지도 모른다.

다들 아시다시피 매실은 따서 하루 이틀만 두면 색이 바래기 시작한다.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뚜껑을 닫아두면 안에 수분이 맺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서 열을 내는 게 매실이요. 그 열이 몸 안에 들어가 열을 발생시켜 몸 속을 정화시켜 준다.

그렇기에 매실은 육류 요리에만 어울리는 재료가 아닌 몸에 어울리는 과실이다. 기온차가 큰 섬진강에서 자라는 매실은 당도가 높고 씨가 작아 청을 담구기도 좋고 과육이 커서 매실장아찌를 담그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빨갛게 양념을 한 매실청과 연두색 컬러의 매실청이다

그렇기에 더욱 좋은 매실로 담아둔 매실청은 한 해를 책임지는 집 안의 보약이 될 수 있다. 마음을 담은 음식은 재료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그 절절한 사연들을 담은 나의 매실청도 시간에 맡겨둔다.

[김현학의 행복 레시피] 매실 너비아니 만드는 법

매실 너비아니와 야채들이 먹음직 스럽게 놓여져 있다

<재료>
매실 100g, 소고기 등심 200g, 마늘종 20g, 꿀, 간장 2 큰술, 설탕, 매실청, 청주, 다진 마늘, 깨소금, 다진 파 반 큰술씩, 배 즙, 양파 즙 1큰술

<만드는 법>
1. 매실은 과육을 벗겨내어 소금에 살짝 절인다
2. 소고기는 기본 밑간을 한 뒤 숙성시킨다
3. 마늘종을 썰고 고기를 볶아가며 넣는다. 이때 매실 과육도 함께 넣는다.
4. 마지막에 녹말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어 내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