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국내 IT 업체와 미국의 A사 간 벌어진 태블릿 PC 디자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 영화 한 편이 주목을 받았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SF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작품이었다. 영화 속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식사를 하며 지금의 태블릿 PC와 매우 유사한 직사각형의 단말기 화면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 IT 업체는 이 영화를 근거로 태블릿 PC의 단말기 디자인이 A사만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 장면은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최광희의 it’ 무비] ③ 영화가 예고한 미래, 현실이 되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공상이 일상으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주인공이 태블릿과 유사한 기기로 기사를 보고 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가 흑백 텔레비전의 시대이자 가정용 데스크톱 컴퓨터는 꿈도 꿀 수 없었던 1968년에 나왔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가 개봉된 시점에는 그냥 하나의 공상적 상상력의 소산이었던 미래 기술이 실제 지금 눈앞에서 현실화된 사례가 이 뿐만은 아니다. 어쩌면 스탠리 큐브릭조차 태블릿 PC의 등장이 수십 년 내에 현실화될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단골 설정이었던 영상 통화는, 이제 진부해졌다. 누구와도 영상 통화가 가능하고 국제간 영상 통화나 영상 회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었다. 그만큼 IT 기술은 빠른 속도로 영화 속의 상상들을 현실로 옮겨 놓으며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 기술들은 거의 다 치기 어린 상상의 소산에서 출발했음을 많은 영화들이 입증해 보인다.

<스타워즈>가 예고(?)한 홀로그램

영화 '스타워즈' 스틸컷. 홀로그램이 등장한다.

영화 ‘스타워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1977년 개봉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서는 홀로그램 교신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레이아 공주가 홀로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대목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장면은 그냥 대단히 공상 과학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에이, 아무리 영화라도 어떻게 저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동대문 ‘KLIVE’에 들렀다가 가수 싸이의 공연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지는 걸 목격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 버젓이 현실의 풍경으로 둔갑한 것이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홀로그램 기술은 영상 산업에서 대단히 각광 받고 있는 분야다. 모르긴 몰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 3D나 4DX를 뛰어 넘어 홀로그램 상영이 가능한 극장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상상해보시라. 영화 속 인물들이 스크린을 박차고 나와 객석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상황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인터페이스도 곧 상용화될 전망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틸컷. 모션콘트롤을 하고 있는 톰 크르주의 모습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인 만큼 사람들은 터치스크린 방식을 통한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10여 년 전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화면의 아이콘을 터치해서 움직이고 이런저런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는걸, 휴대폰이 보편화된 2000년 즈음에 상상할 수 있으신 분이 얼마나 있었을까? 2002년에 나온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공중에 떠 있는 컴퓨터 아이콘들을 손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대단히 획기적인 장면이었다. 지금의 인터페이스는 손으로 스크린을 직접 접촉해야 가동되는 시스템이지만,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될 것이다. 공중에 떠 있는 3D나 홀로그램 아이콘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 말이다.

지난해 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블랙홀과 웜홀 등을 통해 우주 여행을 하는 시대, 어쩌면 그 시대도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장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인간이 노화를 막기 위해 동면을 하게 되는 시대 역시 곧 다가올지 모른다.

영화와 IT, 상상과 현실로 인간의 욕망을 반영

중요한 건, 영화가 스크린에 옮겨놓는 상상력은 사람들의 보편적 욕망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나 IT 산업이나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욕망에 기초한다. 영화는 그걸 가상의 현실로 시각화하고, IT 기술은 그걸 현실 세계에 구현한다. 정확하게 말해 IT 기술자들이 영화를 쫓아가거나, 영화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두 분야 모두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데 두 분야의 욕망이 만나는 시점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