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말 그대로 간신히 턱걸이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였습니다. 골득실 1점차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이러한 시련의 주역은 최종예선전에 패배를 안겨준 이란이었습니다. 직전 경기에서 있었던 우즈베키스탄의 자살골이 아니었으면 어쨌었나 싶습니다. 이 정도면 어부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괜히 이란이 미워 보이기도 합니다. 

[김국현의 문화탐닉] ③ 페르시아가 신경 쓰이는 여름 밤에

사실 이란이라고 하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집니다만, 서로의 수도 이름을 거리 한복판에 품고 있는 정도로 돈독했던 관계의 나라입니다. 외국 지명을 딴 곳이야 서울에만도 파리공원과 앙카라공원 등도 있습니다만, IT와 벤처의 거리 강남의 테헤란로의 유명세에는 못 미치지요. 70년대 오일쇼크 와중에서 우리에게 기름을 공급해 준 우정의 상징이겠습니다만, 우정을 이야기해보자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 천년전 페르시아 시절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테헤란로

 

최근 화제가 된 KBS 다큐멘타리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 멸망기,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로 건너와 공주와 결혼하고 잉태된 왕자가 훗날 이란의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의 페르시아는 말 그대로 엄청난 대국이었기에, 관련 없는 나라가 있었겠습니까만, 이와 같은 애틋한 스토리가 남아 있는 유별난 관계도 많지는 않았겠지요. 그런데 페르시아 왕자라고 하니까 갑자기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페르시아 구전

런데 1만 129절이라는 방대한 내용 중 절반가량이 신라에 관한 내용이다. 어떻게 1천 년 전 페르시아 사람들이 신라를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페르시아 왕자’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당시 청계천 세운상가에는 이 게임이 복도마다 즐비했는데요, 조던 메크너(Jordan Mechner)라는 천재 프로그래머를 전설로 만든 작품입니다. 그는 이미 예일대학 재학중 카라테카(Karateka)를 만들어 80년대를 풍미합니다만, 그 후속작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공전의 히트작입니다.

추억의 페르시아의 왕자

굳이 천일야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페르시아란 원래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 땅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와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아마도 옆의 화면만 봐도 추억에 잠기시는 분들 많을 것입니다만, 다양한 기종으로 다수의 버전이 출시되었음은 물론, 이란인 시인이 집필한 그래픽 노블도 출간되고, 후에 영화화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그 개발일지의 이북이 소셜 펀딩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풋풋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0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만 콕 찝어서 정교하게 공격한 바이러스가 등장합니다. 바로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것인데, 일반적 악성 코드와는 달리 필요한 만큼만 감염하고, 공격 목표인 지멘스의 제어 시스템을 발견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리얼텍 등 버젓한 회사에서 유출된 인증서로 서명된 장치 드라이버를 이용하였기에 발견조차 쉽지 않았지요. 그야말로 엄청난 공이 들어 간 명품 바이러스였는데, 그 용량과 기술력을 보건대 이는 필히 막대한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그 배후로 당연히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목된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란이야 그들에게 여간 신경 쓰이는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79년 이란 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아랍 세계에 대한 미국의 전초기지였습니다. 그러나 호메이니 집권 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고, 그 결과 아시다시피 미국 중심의 현대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단초가 된 상황 역시 역시 흥미롭습니다.

● 펀라이프 ::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목록 총정리(2009년 5월 현재까지)[funx2.tistory.com]대충보면 2번의 리붓(리부트, Reboot, 기존 설정을 무시하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1, 2, 3D(1989/1990, 1994, 1999)를 일단 하나의 시리즈로 볼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를 읽으며 단순히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이 이러한 과정으로 개발되었구나라는 것만 알게된 것은 아닙니다. ‘조던 메크너’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임을 개발하며 어떠한 고민을 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죠.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아르고”는 이란혁명 직후 일어난 미대사관 인질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슬람 과격파가 대사관을 점거하던 당시 직원 6명은 어찌어찌 탈출하여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게 됩니다. 벤 애플렉이 분하는 CIA 요원이 홀로 잠입, 이들을 이란에 로케 촬영 온 SF 영화 촬영진으로 위장하여 공항으로 탈출시킨다는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아르고

● MK News – [무비클릭]아르고…기상천외한 인질 구출 작전[news.mk.co.kr]할리우드에 유령 제작사를 차리고 억류 중인 미국인을 영화 스태프로 위장해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토니 멘데스와 6명의 미국인이 이란에서 만들어야 하는 가상의 SF 영화 제목이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아르고’다.

 

참 어설픈 작전입니다만, 성공합니다. 그러나 남은 수십 명의 인질의 안녕이 우려된 당시 카터 대통령은 대선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가 수행한 작전이라며 그 공을 돌립니다. 그리고 나머지 인질은 52명은 무려 444일 후 풀려나며, 레이건의 당선 선물이 됩니다.

공화당 진영이 비밀리 이란 정부에게 무기와 자금을 공급하고 대선 때까지 인질 석방을 막아 카터의 재선을 막게 했다는 소위 ‘옥토버 서프라이즈 음모론’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92년에 재조사까지 벌어졌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CIA 국장은 87년에 사망했으니, 진실은 저 너머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이 탈출작전도 이란 정권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거리로 나가 버린 6명은 과격파에 잡히기 전에 내보내는 것이 누구의 체면도 구기지 않고 모두에게 편하다는 것을. 즉 실패할 리 없는 황당한 대작전은 그렇게 뒤를 봐줬을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이 대작전은 30여년 후에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합니다.

(이 음모론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1987년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가 이란에 무기를 불법판매하고 니카라과 반군 콘트라를 지원했다는 소위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실제로 터집니다.)

6월 14일 이란에는 온건파의 새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란에도 개혁 개방의 바람이 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의 제재는 오늘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이 통신장비 수출은 허락했습니다만, 이는 이란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정보 소통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오는 7월부터 추가 제재를 하려는 미국의 등살에 그나저나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이란과의 교역에 애로가 많습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는 2012년 기준 62억 달러, 2300여개 중소기업이 활동 중이며, 그 중 530여개 기업은 이란으로의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다고 무시 못할 규모였던 것입니다.

여전히 가끔 축구장에서나 보는 먼 나라로 여겨집니다만,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페르시아와 엮이며 21세기의 천일야화를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는 문자를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말이라는 것도 여전히 잘 모릅니다. 외국인이 일본어와 한국어가 같은 말이라고 오해하는 것에는 발끈하지만 말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벤처 경제가 요동쳐 왔던 테헤란로. 그 이름이 미국을 괴롭혀 온 이란의 수도라는 점, 아이러니합니다만, 그렇게 테헤란로의 여름 밤은 깊어 갑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 국방수권법이 다음달 시행되면서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에너지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철강 등 원료와 반제품금속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데다 현지 수출길이 사실상 끊어진 탓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92년 설정된 이란 국민에 대한 첨단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 금수조치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기업들은 이란에 휴대전화나 컴퓨터, 위성수신기와 같은 기기와 보안 프로그램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