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관리를 공부하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업무는 프로젝트와 오퍼레이션으로 구분됩니다. 프로젝트 업무는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제품 또는 서비스 형태의 고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반면, 오퍼레이션 업무는 지속적이며 반복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죠.

프로젝트는 결과물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달성한 후 종료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어떤 분은 프로젝트 업무에 또 어떤 분은 오퍼레이션 업무에 종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오퍼레이션 업무를 하더라도 갑자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박하게는 팀 워크샵을 준비하는 일을 맡을 수도 있고, 거창하게는 여러분을 눈여겨본 직장상사에 의해 회사의 신규 제품/서비스 개발에 차출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고 경쟁업체를 깜짝 놀라게 할 그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이죠.

[류한석의 피플웨어] 인간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

그런 의미에서 이제 프로젝트 관리는 모든 직장인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업무 스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에 따라 수년 전부터는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시험을 보거나 PMBOK(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 서적을 통해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지식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참고로 올해 2월 기준 PMP 국내 소지자 수는 9661명입니다). 글쎄요. 만일 자격증(사실은 인증서)을 취득하고 프로세스나 도구를 공부해 진정한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 아마도 국내엔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가 넘쳐나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을 겁니다.

이미지그런데 실상은 많은 프로젝트들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조차도 사실은 겉보기와는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프로젝트 관리자나 팀원들이 불행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한 원인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저는 그것이 프로젝트 관리의 하드스킬(Hard Skill: 정형화된 지식과 기술로서 책과 교육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소프트스킬(Soft Skill: 일에 대한 태도, 직업관,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팔로우십, 정치력 등 책이나 교육을 통해 습득하기 어려운 능력)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의 하드스킬(예컨대 PMBOK 내용 등)은 기본적인 역량일 뿐 프로젝트의 성공과 구성원의 만족감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연재 글을 통해 일반적인 프로젝트 관리 서적에 나와 있지 않은 소프트스킬 위주의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인 톰 드마르코(Tom DeMarco)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제가 주로 활동했던 도메인은 소프트웨어 내지는 인터넷 업계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글에서 다루는 프로젝트 관리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지식노동 또는 멘탈작업이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라면 다 적용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반면에 토건(또는 그와 유사한) 프로젝트는 제가 잘 모르는 도메인일뿐더러 저의 주장과 잘 들어맞지도 않을 겁니다.

앞으로 글은 소주제로 나눠 진행이 될 텐데 이번 글에서는 먼저 모든 주제를 장악하는 ‘인간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식노동자는 대체 가능한 자원인가?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투입될 장비, 재료, 인력 등 각종 자원을 할당하고 관리합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자원을 엄밀하게 수치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요소를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가정하면 관리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일 겁니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 관리자들이 그러한 유혹에 빠지게 되죠.

예를 들어, 특정 소프트웨어 모듈 개발에 15일 동안 개발자A가 투입되는 경우 개발자A를 개발자B로 대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즉 경력연수가 같다면 누구라도 똑같은 생산성으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지식노동의 단위를 단지 사람의 머리 숫자로 산정을 하는 것이죠. 다른 예도 있습니다. 개발자A를 어떤 업무에 35%, 다른 업무에 65% 배정하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서는 그런 식의 자원 할당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정말 35%, 65%만큼 일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작업을 시간 단위로 정확히 측정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그것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량화가 가능한 지식노동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창조적인 작업일수록 정량화할 수 없고 정량화했다면 그건 창조적인 작업이 아닙니다. 누가 그 작업을 했냐에 따라 그 생산성과 결과물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바로 그러한 차이가 프로젝트 결과물의 질적 차이가 되는 겁니다. 또한 지식노동자는 몰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일을 맡아 작업전환을 할 경우에는 작업의 스위칭에 시간이 허비될 뿐만 아니라 다시 몰입하는데 추가적인 시간이 낭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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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이 프로젝트 관리자이고 뭔가 창조적인 프로젝트 결과물(아마도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그럴 겁니다)을 만들어야 한다면 인간이라는 자원을 정량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팀원 각자의 특기와 생산성을 무시한 채 머리 수로 일정을 수립하고 한 사람을 여기저기 업무에 할당하고픈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공격적인 일정과 압박감

만일 프로젝트 관리자가 스티브 잡스처럼 매력적인 비전을 팀원들에게 제시하고(실제로 팀원들이 그것을 굳게 믿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통해 프로젝트 팀을 일종의 종교집단화한다면, 팀원들은 프로젝트 관리자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두려움을 갖고 미친 듯이 일을 할 겁니다. 압박감이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압박감은 매력적인 비전과 결합될 때, 그리고 시한부일 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팀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존경심도 얻지 못한 채 압박만으로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럴 경우 프로젝트 관리자가 공격적인 일정을 수립하고 팀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프로젝트는 점점 더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압박을 받는다고 해서 더 빠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리스터의 법칙).” 압박을 받을 경우 팀원들은 처음에는 일에 집중하며 낭비하는 시간을 제거하겠지만, 급한 작업 위주로 일을 하면서 중요한 작업들을 뒤로 미루게 되고. 원치 않는 야근과 휴일근무가 장기화됨에 따라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8시간에 할 일을 12시간 동안 천천히 하기 스킬’입니다. 지속적인 초과근무로부터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 급사하지 않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12시간(정상근무 8시간 + 야근 4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는 지식노동자가 과연 있을까요? 며칠이라면 몰라도 한달 내내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뇌 자체가 그렇게 작동하지를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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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팀원들이 탈진하고 좀비화됨에 따라, 점차 초과근무 시간뿐만 아니라 정상근무 시간에도 느리게 일하게 됨으로써 순생산성은 오히려 계속 줄어듭니다. 결국 공격적인 일정을 수립한 사람의 기대와는 달리, 많은 경우에 일정의 지연뿐만 아니라 예산 초과나 품질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정이 지연될 경우의 책임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은 팀원이 아니라, 애초에 일정 수립을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일정이 수립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여타의 문제들도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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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Management)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관리는 어쩌면 예술입니다. 업종에 따라, 처한 환경에 따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압박감(물론 비전에 대한 공감 및 리더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지만)을 통해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팀원 각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잘못된 프로젝트 관리로 인해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팀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일회용품 취급을 당했다’거나 ‘이용당했다’는 느낌입니다.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를 통해 교훈을 얻고 팀원들이 배웠다면 다음 번에는 더욱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기업가 출신이면서 미 국방장관 및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한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는 “관리란 가장 창조적인 기술이다. 그것은 재능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기술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성공을 언제나 개런티하는 절대적인 관리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좋은 사람을 남기고 참여한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프로세스, 도구, 소프트스킬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