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료나 표준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기술 고문들이 우리 회사를 일주일 정도 방문했다가 가면 한국 엔지니어들의 6개월치 월급을 받아 가곤 했습니다. 한달 정도 있으면 연봉을 가져가기도 했으니 초창기 기술이전료가 얼마나 비쌌는지 상상이 가시죠?

당시 만난 한 고문의 이력서가 저를 강하게 이끌었습니다. 고문에 대한 이력서 내에서는 일본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과 자신이 이룬 성과 및 자신이 보유한 특허까지 정말 상세하게 적혀있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감동과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남자가 이력서를 쓰고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일러스터 : 서은주

[박헌건의 리더십 칼럼] ⑥ 6개월에 한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 

그것을 보고 나도 이력서를 한 번 써 봤는데, 그 당시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만약 고문으로 가는 경우를 생각하고 어떤 이력이 들어가야 좋을까 고민해 봤고, 그런 것을 상상하면서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년, 이년이 지나면 경력은 늘어가지만, 나를 대표하는 기술이나 나를 나타낼만한 것들은 그리 풍부하게 늘지를 않더라구요. 과연 나도 나중에 이들보다 더 멋진 이력서를 쓸 수 있을까? 그 때부터 나의 중요한 성과 등을 기록하고 나만의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력서를 쓰다보니 부족한 것이 보였고, 특허 제출, 논문에 대한 도전, 성과에 대한 관리 등이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이력서가 점점 알차게 변하며 내가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회사를 옮기기 위한 이력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로 나만의 이력서를 작성하라’고 말입니다.

이력서를 쓰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

업데이트 주기는 6개월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며, 연말에 주요 실적을 이력서에 업데이트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회사생활 10년 넘어서면 부서도 옮기고 하는 일도 바뀌어 이력을 자세히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게 됩니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 없는 회사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럴 때 나만의 이력서가 힘을 발휘합니다. 나만의 이력을 적은 이력서는 나 자신을 위한 나만의 보고이고, 회사에서 중요 자리에 임명할 때 쓰이든지, 회사를 이동할 때 파워풀한 자료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일 년에 두 번 자신의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보세요. 이직을 준비하냐고요?  회사를 옮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작성해 보라는 것입니다. 지난 6개월간 이력서에 쓸 만큼 성장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현 조직을 위해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를 한참 고민한 후 그 결과를 한 줄로 적어 넣습니다.

변화의 기본은 우선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개선하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력서를 정리하는 것만큼 가슴에 와 닿고 실질적인 것은 없습니다.

변화의 두 번째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조직이 어디까지 원하는지 내가 가고 싶은 목표는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이 바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 일러스트

그러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옮겨집니다.

나 자신의 위치를 알고 목표가 있다면 그곳에 도착하는 방법은 여러분이 정할 수 있습니다. 빠르고 집중해서 갈 수도 있고, 천천히 다른 것과 병행하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도달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도착지는 명확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무사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강조하는 어학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 이력서를 쓰면 역량 부분에 외국어 점수는 꼭 쓰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우선 영어 말하기 레벨이 4라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다른 직장을 찾는다면 과연 4레벨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겁니다. 좋은 직장으로 옮기려면 레벨 8까지가 목표가 될 수 있고, 적어도 6레벨은 되어야지 하면서 목표가 자연스럽게 설정되겠지요.

어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미지. ENGLISH, LANGUAGE 등 여러 단어가 표기되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까요? 일년에 1레벨 씩만 올리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시험도 쳐보고 부족한 부분은 영화도 보고 영어 잡지도 보는 등 저마다 방식이 다를 겁니다. 그런 다음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상황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력서를 다시 꺼내 보세요. 조기 달성했을 수도 있고 아무런 변화도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6개월 전에 목표했던 것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게을렀는지 아는 것만으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다시 도전하게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력서를 쓰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력서를 대리 시절부터 쓰기 시작했고, 영어 시험을 1년에 두번 정도 총 15회 정도 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덕분에 회사에서 보내주는 미국 MBA를 다녀올 기회도 얻었으니 말입니다. 회사 밖의 목표가 아니어도 됩니다. 가능하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강조하는 항목을 목표로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어학과 같은 공통 항목이라면 금상첨화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스페셜리티를 만들수 있는 항목이라면 더없이 좋습니다.

정리해 보면, 먼저 자신이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적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꾸준히 점검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을 저는 ‘이력서’를 쓰면서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일년에 두 번 이력서를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