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LG전자 서초 R&D 캠퍼스에 수백 명의 연구원들이 모였습니다. 무슨 일로 모였을까요? 이날 LG전자는 ‘2017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SEED, Software Engineer’s Energizing Day)’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열린 ‘2017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 행사에는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 약 600여 명이 참석해 기술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는데요.

올해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SEED(Software Engineer’s Energizing Day) ?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의 약자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SW 개발자들이 모여서 관련 기술과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자리입니다.

 

l 시작 전부터 자리를 꽉 채운 현장

SEED는 외부 특강 없이 발표자를 100% 임직원 중에서 자발적으로 구성해 진행합니다. ‘개발자, 자발성, 에너지’의 자연스러운 조합이 교류의 장을 만들고, 열정과 성장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즐겁고 신나는 날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발표 내용을 더 알차게 구성하고, 열정과 소통의 장에 어울리도록 이그나이트(Ignite) 형식의 발표도 추가했습니다.

이그나이트(Ignite)?
이그나이트(Ignite)는 ‘불을 붙이다’라는 의미로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오라일리(O’REILLY)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도시와 기업에서 열리고 있는 발표 행사입니다. 공개 모집으로 일반 참가자를 뽑는 방식이라 누구나 발표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장의 슬라이드를 15초씩 자동으로 넘기며 5분(20장 x 15 초 = 300초)동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TED와 같은 행사에 비해 캐주얼한 포맷의 행사입니다.

l SEED 2017 프로그램

1. 오프닝 키노트(Opening Keynote) : 개발자가 천국 가는 방법 

오프닝은 엄위상 소프트웨어 공학연구소장이 맡았습니다. 개발자의 날에 맞는 제목과 내용,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참석한 개발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엄 소장은 단테의 신곡에 비유해 코드를 잘못 작성하면 그에 해당하는 지옥에 갈 수 있으니, 품질 좋은 Clean Code를 작성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으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어요’, ‘우리는 나보다 강하다’ 등의 메시지와 실제 사내에서의 사례를 보면서 협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 개발자의 글쓰기 – 신정철 책임

“나는 어떻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었나?”라는 시선을 확 끄는 슬라이드로 발표를 시작한 센서솔루션연구소의 신정철 책임은 글쓰기 경험을 통해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년간 직접 노트를 쓰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소개하고, 실제 책까지 출간해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현장을 가득 메운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고, 노트는 생각의 반응로이자,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또 간결하고 쉽게 쓰라는 원칙과 다시 고쳐 쓰는 연습방법은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의 자세와도 상통하는 내용이라서 깨달음을 주는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3.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한 설계 – 정병훈 책임

CTO 부문의 정병훈 책임은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방법인 도메인 주도 설계(DDD: Domain Driven Design)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영원한 숙제인 ‘복잡성’은 소프트웨어로 개발해야 할 대상이 되는 문제 영역(Domain)에서 찾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병훈 책임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개발자와 도메인 전문가 간의 창의적인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협업, 의사소통, 반복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4 산업혁명 – 원창빈 책임

4차 산업혁명은 최근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VC사업본부의 원창빈 책임은 인류의 산업혁명 역사부터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의 주요 기술을 설명하고 향후 미래를 예측하는 발표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기술적 특이점 (Technological Singularity)
인공지능(AI) 발전이 가속화돼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5. 마법 같은 5불타는 열정과 소통의 ‘이그나이트(Ignite)’

이날 행사의 마지막은 ‘이그나이트(Ignite)’가 장식했습니다. 총 9명의 발표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전해 ‘SEED 2017’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개발자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살고 있는 소프트센터의 전지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제목이 ‘개발자가 아닌 엔지니어로 살기’인데, 사실 지금 개발자가 아닌 엔지니어로 성공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있게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여기 사실 저말고도 개발자가 아니신 분들도 있으시죠? ‘SEED’가 개발자 행사잖아요. “내가 와도 될까?” 전 사실 그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그나이트 신청할 때도 “혹시 저 발표해도 돼요? 저 개발자 아닌데…” 이렇게 한번 물어볼 정도로 용기가 없었습니다. 물론 허락을 해주셔서 제가 여기 끼어들었는데요.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테크니컬 라이터예요. 테크니컬 라이터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으실 텐데요. 테크니컬을 빼면 라이터니까 ‘쟤는 글쓰는 애구나’라고 짐작할 수도 있겠죠. 저는 개발자를 하다가 이 라이팅 쪽을 하고 싶어서 이 부서로 왔어요. 근데 와보니까 사람들이 테크니컬 라이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특히 개발자들이 “너는 일찍 퇴근하지?” 그렇게 얘기하시죠. 처음 개발자분들이랑 미팅했을 때 조심스럽게 저한테 “혹시 코드볼 줄 아세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당황했죠. 왜냐면 저는 개발자 출신인데, 나도 당연히 코드를 볼 줄 알지. 근데 나한테 코드를 볼 줄 아냐고 묻는 건 “너 밥은 먹을 줄 아냐?”라고 묻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안 되겠다. 이렇게 하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걸 이야기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미팅을 가면 제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게 됐죠.

“저 밥먹을 줄 압니다. 네, 저 코드볼 줄 압니다. 저한테 코드 좀 보여주시겠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개발자분들이랑 동질감을 형성했죠.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사실 테크니컬 라이팅은 테크랑 라이팅의 합성어예요. 그 중에서 더 중요한 건 저는 테크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테크는 한번 틀리면 회복이 안 되는데 라이팅은 글 조금 못써도 돼요. 사실 누가 알겠어요?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사실은 몰라요. 정확하게 쓰기만 하면 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진행을 쭉 하다보니까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너 문서 쓴다고? 사실 난 문서 안 봐. 코드에 다 있는데, 코드볼 거야.”

사실 코드가 더 쉽죠! 개발자분한테는. 근데 꼭 그거 때문일까? 아닐 거 같아요. 문서에 뭔가 문제가 있다. 이 문서는 죽었다. 왜일까요? 저희 파트에 테크니컬 라이킹하는 사람만 열 몇 명이에요. 여러분들 프로젝트에 다 투입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서를 한번 쓰고 딱 빠져나와요. 그 이후부터 그 문서는 누가 업데이트할까요? 아무도 안 하시죠? 그럼 죽은 문서가 되는 거예요.

사실 이 문서를 살아있는 문서로 만드는 건 테크니컬 라이터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남아 계시는 개발자분들이 하시는 일이에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한번 놓고 간 그 문서를 쉽게 업데이트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제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테크니컬 라이팅에도 테크가 있어요. 그건 여러분들 소스, 개발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소스예요.

사실 포맷을 보면 예전에는 워드 많이 썼죠. 요즘에는 HTML로 많이 쓰시고요. 마크다운을 개발자들이 가깝게 느껴요. 마크다운으로 우리 문서를 쓰는 게 목표라고 생각을 했죠. 마크다운을 쓰면 바로 편집도 가능하고, PDF로 추출할 수도 있고요. API 기술을 쓰시는 분도 있을 텐데, 예전에는 텍스트로 죽 쓰시다가, 소스에다 쓰시다가 했는데, 요즘 개발자들은 익숙한 제이슨이라는 포맷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개발자들에게 좀 익숙하겠다는 생각을 하죠.

“이런 것들 모으다 보면 개발자들이 뭔가 익숙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겠구나.”

제이슨 마크다운에 GIT으로 관리를 하고, GIT에다가 업데이트를 하면 바로 사이트에 업데이트하도록 하는 솔루션을 가지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굳이 GIT을 쓰느냐? 문서도 소스코드랑 비슷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변경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관리를 해야 돼요. 그걸 GIT이 해주는 거죠. 리비즌 스토리를 출력하기도 쉽고요.

앞으로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것들을 개발자분들이 많이 써주시고, 그런 다음에 내년 SEED 때 “나는 이거 필요한데, 이거 발표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을 하시면 이제 용기를 내지 않고, 자신있게 미리 신청할 수 있는, 그런 걸 바라고 있습니다.

l 600여 명의 마음에 불을 지핀 발표자들

이번 ‘SEED 2017’에는 약 600여 명이 넘는 LG전자 개발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행사 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7점 만점에 6.4점을 기록했고, 약 91.4%가 행사에 대해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SEED의 어떤 면이 이렇게 구성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을까요? 저는 바쁜 업무 와중에도 스스로 발표자로 지원하고, 시간을 만들어 참여하는 자발성과 에너지가 그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 첫 뿌린 그 SEED가 자발성과 에너지를 영양분 삼아서 협업이라는 열매를 맺고, LG전자의 성장으로 계속 이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