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먹은 아들이 아직도 그녀에겐 철부지로 보이는 게 확실하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어쩌면 철인일지도 모른다. 못난 아들 탓에 매일 매일 상전 모시듯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더군다나 아들의 직업이 ‘푸드 스타일리스트’라 더욱 신경을 쓰는 게 분명하다.

 

[김현학의 iamfoodstylist] 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흰쌀밥이 있는 밥그릇 옆으로 은수저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엄마가 차려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주말에 어머니께서 오셨다. 원래는 고교동창 모임 때문에 대전에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오신다는 말에 이번엔 빠지기로 했다. 철이 조금은 드나 보다. 아니 엄마가 보고 싶었나 보다. 예전 같았으면 엄마가 온다고 해도 약속이 중요하다고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아들을 위해 대전에서 첫차를 타고 오신다는 어머니 말씀에 가슴이 뛰는 건 왜일까? 이렇게 내리사랑의 깊은 맘을 이해해가는 걸까?

오자마자 집이 빛나도록 닦으시고 쓸고 또 닦으시고 집안 곳곳을 손보시며 집주인에게 말해 여기저기 수리를 요구하신다. 못난 난 그게 좋으면서도 별소리 다한다고 엄마에게 뭐라고 투덜거린다. 참 못났다. 엄마에게 괜히 투정을 부려본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행복한 ‘의무’고 ‘짐’이랬던가? 내가 딱 그 완전체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멀었다. 나란 아이는 아직도 애다. 36살 먹은 철부지 남자애.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울까? 아들 집에 왔다가 오히려 감기만 걸린 엄마께 바보 같은 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약만 슬쩍 내밀어본다.

어릴 땐 친구가 다 인줄 알았고 내 약속,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다 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가족들이 먼저 생각나고 나를 지켜주는 힘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인생은 깨달음의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아들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잠결에 들리는 밥짓는 소리가 정겹다. 오래 전부터 쓰던 금성 밥솥은 어머니를 닮아가는지 낡고 허름하지만 밥맛만큼은 최고다. 자는 아들을 깨워 끼니 때마다 새 밥을 지어 주시는 어머니의 밥상!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고 그 어떤 정찬보다도 맛있다. 행복의 맛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내 사랑하는 동생! 이 아들이, 형이 조금이라도 사랑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의 모습으로 각종 전과 김치, 무침, 계란찜 등이 풍성하게 놓여있다.

부모님의 사랑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보면 더욱 더 뼈저리게 느낀다고 한다. 나야 아직은 총각이라 그 깊은 맘 다 알 수 없지만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나 동창들을 보면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보이더라. 엄마의 투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반찬들을 그 어떤 요리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런 엄마에게 배워서인지 요리는 사랑이고 배려라는 걸 몸으로 익히고 실천하려 노력해 본다. 밥이라는게 그렇다. 누구나 먹고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는 엄청난 에너지와 기운이 담길 수 밖에 없다. 아침 일찍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린다는 것! 한번이면 이벤트고 즐겁게 할 수 있지만 매일 누군가를 위해 한다는 것은 그 마음 속 깊은 곳에 애정이 사랑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밥이라는 것은 교육이며 훈련이고 또 하나의 내리사랑이기도 하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밥은 말없는 대화며 상호 교감이다. 그래서 밥을 먹는다는 건 결국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소리없는 공감대이기도 하기에 난 밥을 아주 중요시 한다. 비싼 밥이 아니라도 좋다. 오늘 그대가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건 그 사람을 온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이게 비단 연인과의 관계에서만일까?

부모님을 위해 따뜻한 밥 한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못하는 요리면 어떻고 시킨 요리면 어떤가? 누군가를 위해 배려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 그게 우리네 삶이지 않은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 제목처럼 오늘 그대 역시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라! 그리고 즐겨라!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함께 말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현학의 추천 레시피 :: 부모님 건강을 위한 방울토마토 피클 만들기

레드 푸드의 대표적인 식품인 토마토는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함께 하면 산성을 중화시키고 소화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토마토의 붉은색에 함유된 리코펜이라는 성분은 항암 효과도 가지고 있어 사랑하는 부모님의 식탁에 딱 맞는 건강한 요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울토마토를 이용해 피클을 만들어서 하얀 그릇위에 소복히 담아둔 모습이다.

재료

방울 토마토 1팩, 양파 1개, 파프리카 반개, 화이트 비네거(화이트 비네거는 우리나라의 식초와 같은 것으로 와인으로 만든 식초라고 생각하시면 되구요. 가까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어요.), 설탕, 소금, 약간, 바질잎 3~5장, 올리브유

만드는 법

    1. 방울 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윗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살짝 넣는다.
    1. 끓는 물에 방울 토마토를 빠르게 데친다. 2초 정도만 살짝 바로 차가운 물에 담가준 뒤 껍질을 벗겨준다.

 

    1. 양파와 파프리카는 작게 다지고 바질도 동그랗게 말아 얇게 채썰어 준비한다.

 

    1. 화이트 비네거 3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올리브유 1큰술을 넣고 빠르게 휘저은 뒤 양파, 파프리카 바질과 함께 토마토를 넣고 섞어주면 완성이다.

 

Tip

방울 토마토 피클은 다른 피클처럼 오래 저장해 두고 먹는게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먹는게 좋다. 토마토가 쉽게 무르기도 하거니와 국물이 많이 생겨 맛이 약해질 수 있으니 조금씩 만들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