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는 사각 디자인이다? 아닙니다. 공기청정기는 원래 둥근 모양입니다. 처음 봐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얼른 감이 오지 않으시죠?

최근 독특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쉼표 모양 공기청정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공기청정기가 화제입니다. 이를 디자인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공기청정기 디자이너 인터뷰 – 유중길 수석, 이상윤 책임, 소일섭

공기청정기를 디자인한 소일섭 연구원, 유중길 수석연구원, 이상윤 책임연구원이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l (왼쪽부터) 소일섭 연구원, 유중길 수석연구원, 이상윤 책임연구원

Q.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이상윤 책임연구원사실 제가 에어컨 디자이너 출신입니다.(웃음) 공기청정기가 원래는 소형가전에 속했는데 에어컨으로 소속이 바뀐 후 처음 시도한 제품입니다. 저로선 처음이라 제품을 찬찬히 뜯어보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에어컨 디자인은 보통 제품 스펙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다르게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에어컨을 디자인할 때는 바람이 나오는 통로, 팬 위치 등에 많이 신경을 쓰는데, 공기청정기는 바람과 팬 모두를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것까지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세 연구원이 공기청정기를 띁어보며 제품에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Q. 가장 처음에 시작한 작업은 무엇인가요?

이상윤 책임연구원먼저 공기청정기 제품이 무엇일까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물론 시장분석도 많이 했죠. 공기청정기에 대한 시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에어컨은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는 제품이잖아요? 공기청정기도 더러운 바람을 깨끗하게 내보내는 제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에어컨의 특징을 접목해 보기로 했죠. ‘2X 쿨링팬’을 공기청정기에 적용하면 깨끗한 바람이 강력하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Q. 디자인이 상당히 특이한데요,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디자인 했나요?

이상윤 책임연구원전면에서 봤을 때 원형의 팬 느낌을 유지하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팬의 원리를 이용해 ‘시각적인 공해를 없애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각형에서 벗어나 원형으로 디자인했고, 리얼 메탈 소재에 스핀 헤어라인 공법을 적용해 깨끗한 공기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소일섭 연구원 : 이 제품은 먼저 원형에서 시작했습니다. 팬의 형태에 최적화한 형태이기 때문이죠. 또한 나무가 공기정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어울렸습니다.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제품들, 욕실 제품, 나무, 잎사귀 등을 찾다가 원형과 잘 맞는 통나무를 모티브로 삼게 되었죠.

둥근원에 꼬리가 있는 모양의 은색 공기청정기와 나무가 놓여져 있다
 페이스북 명작과 명언의 만남 – 공기청정기 편

Q. 디자인이 특이해서 구조도 독특할 것 같은데요, 공기가 나오는 원리에 대해 알려주시겠어요?

소일섭 연구원 : 원형 팬이 한쪽 방향에서 흡입하고 옆면으로 토출하는 구조입니다. 한쪽 방향으로 바람을 내보내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내보낼 수 있도록 원형 구조가 합리적입니다. 선풍기도 원형이잖아요.(웃음) 좀 더 효율적인 구조를 찾다보니 이런 형태가 나오게 되었죠.

이상윤 책임연구원 : 처음부터 원형에서 시작했기 때문에..지금의 디자인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파격적이고 새롭다는 평가를 해서 약간 당황했죠.(웃음) 저는 기본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심플한 라인이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쁘게 꾸미려고 억지 부리는 것보다 기본이 더 깨끗한 이미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사각형 선풍기가 어색한 것처럼, 공기청정기에서 원형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이 새롭지만 당연한 것 같습니다. 약간 우스운 질문이지만, 둥근 모양이니까 굴려서 운반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상윤 책임연구원 : 처음에는 운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공기청정기의 경우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안정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습니다.

꼬리와 가운데 접점, 왼쪽에도 지지대가 있는데요, 시각적 긴장감을 유지하되 동일한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꼬리 형상은 데코레이션보다는 조형 자체에서 출발해서 어울리게 하기 위해서 한 몸 같은 디자인을 추구했습니다. 사실 보이지 않는 왼쪽 지지대에 오히려 공을 더 들였는데요, 경사를 기울여보고 깎아보고, 크기별 지지대를 다 만들어 봤습니다.

소일섭 연구원 : 서서 보는 각도, 앉아서 보는 각도…다 실험해 보고, 여직원들 대상으로 테스트도 해 봤습니다. 고객들은 ‘쉼표 디자인’이라고 하던데..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에어컨의 디자인 요소를 많이 접목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에어컨의 라이팅 효과를 시각적으로 활용함은 물론 공기의 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청정도 표시’ 기능도 수행합니다.

유중길 수석연구원 : 공기청정기는 밤에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조명이 은은하게 보이도록 라이팅 효과를 노렸습니다. 반면 시각적 공해를 줄이도록 라이팅을 절제해 사용했습니다.

쉼표모양의 공기청정기 모습, 짙은 회색 원에 옅은 회색 꼬리가 붙은 모양이다

 

Q. 제품에서 디자인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소일섭 연구원 : 가전제품은 집안에 두는 물건이다보니,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지니 소비자들이 공예품 같은 디자인을 보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고객들은 새로운 것을 자꾸 찾게 되고, 그러면 디자이너들은 또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이상윤 책임연구원 : 예전에는 제품 기능을 먼저 결정한 후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디자인할 때 본질부터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중길 수석연구원 가전제품도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제품에서 가정의 문화를 만드는 도구로 바뀐 것 같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좋은 디자인이라면 아낌없이 가치를 지불하는 것 같습니다.

연두색, 노랑색, 주황색으로 3단계 스텝으로 걸러지는 원 모양의 필터모습이다

Q. 필터 디자인도 독특한데요.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나요?

유중길 수석연구원 :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다 보니 필터 디자인도 어려웠습니다. 알고보니 기존에 원형 필터가 없어서 필터를 원형으로 다시 디자인했습니다. 부품도 기존 제품으로 쓸 수 없어 새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듀얼 파워 탈취필터’는 집안 냄새 제거 뿐 아니라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벤젠까지도 걸러줍니다. 

제 경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다 먼지가 쌓이게 되면 필터를 만지고 싶지 않더라고요. 고객들이 필터를 보면서 여기까지 신경썼구나..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녹색, 노란색, 주황색 컬러로 필터를 구분하기 쉽도록 ‘원터치 컬러 필터 시스템’을 채용하고, 탈착이 쉽도록 손잡이까지 부착해 필터 교체 편의성을 강화했습니다. 세 개가 한꺼번에 떨어지도록 적층구조를 만들었는데요, 내부 디테일 디자인을 통해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1, 2, 3 단계별로 정화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색깔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Q. 가전제품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중길 수석연구원 : 고객들이 사용하기 좋은 디자인이죠!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심플하고 세련된 조형은 물론, 사용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전은 다양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음식을 저장하고, 공기를 정화하고, 차갑게 해주고, 세탁도 하고.. 소비자를 관찰할 수 있는 요소가 제일 많은 전자제품이 아닐까요? 사용자가 손, 발 등 몸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연령별로 다양한 해결책도 많은데요, 나이별, 성별, 체형별로 모두 고려하면서 디자인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그것이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공기청정기를 디자인한 소일섭 연구원, 유중길 수석연구원, 이상윤 책임연구원이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미래의 아내, 어머니, 할머니가 원하는 가전제품 디자인을 하고 싶다, 고객이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이들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의 가전제품은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이고 점점 더 사용하기 편하겠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