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트라이프(Stripe)’라는 스타트업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자와 미팅 약속을 잡았다. 이메일을 통해 그 회사의 ‘클라라 밀러’라는 분이 몇 날 몇 시에 방문을 원하느냐는 식으로 약속을 잡아줬다. 약속 당일에 회사에 가서 ‘클라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직원이 웃으며 하는 말이 ‘클라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팅 약속을 잡아주는 A.I. Bot(인공지능 컴퓨터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약간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Ai Report #1]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사람처럼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인공지능 비서

이제는 이런 일이 더욱 일반화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컨버시카(Conversica)’라는 회사는 인공지능 비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이 회사 인공지능 비서의 강점은 이메일을 통한 고객 응대다. 이메일을 통한 문의가 많은 자동차딜러나 보험회사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의가 많은 영역에서 사람 대신 기계가 답을 하는 것이다.

‘컨버시카’는 사람들이 이 인공지능 비서를 실제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몇 가지 묘수를 썼다. 우선 친숙한 여성의 이름을 썼다(남성 이름보다 여성 이름이 더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제니’, ‘애슐리’, ‘제시카’, ‘레이첼’, ‘에밀리’의 순으로 성공률이 높다.

이들은 영업비서(Sales assistant) 같은 식으로 정식 직함과 이메일주소, 전화번호를 이메일에 표시한다.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바로 자동으로 답장하지 않고 일부러 간격을 두고 답장한다. “Thanks and have an awesome day!!” 같은 식으로 즐거운 톤으로 메일을 쓴다. 또 일부러 조금 문법을 틀려서 사람이 실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l 컨버시카(Conversica) 홈페이지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컨버시카의 인공지능 비서를 실제 사람으로 착각한다. 어리석은 남성들은 이메일을 주고받는 상대방이 사실은 기계인 것도 모르고 “당신 귀여울 것 같은데 혹시 사진을 보내줄 수 있나”, “니콜, 혹시 결혼했나”, “젠, 사랑해요” 같은 추파를 던진다. 대리점에 방문해서 “방금 니콜과 이야기했는데 그녀를 만날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은 대리점 담당자는 “니콜은 오늘 사무실에 없다. 재택으로 근무한다. 대신 그녀의 상사인 ‘빌’을 소개해주겠다”는 식으로 살짝 ‘진짜 사람’인 영업담당자를 소개해준다. 그런 식으로 실제 제품 판매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에 이익 가져다주는 인공지능 비서

컨버시카의 인공지능 비서 이용 비용은 최저 월 3천 불부터 시작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3만 6천 불이다. 일견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비서는 일 년 365일, 일주일 내내,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고객을 응대한다. 휴가도 가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을 고용해서 같은 일을 시켜도 그 정도 비용은 든다. 오히려 몇 사람분의 일을 하므로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l 인공지능 영업사원에게 받은 답장 (출처 : 컨버시카 홈페이지)

컨버시카의 인공지능 비서를 채용한 회사는 벌써 1,000곳이 넘는다.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고객이 있다면 컨버시카 레이챌이 메일을 보내서 대화를 유도해 실제 영업사원과의 전화 상담시간을 잡아주는 식이다. 컨버시카는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을 인공지능 비서에게 가르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 컨버시카의 인공지능 비서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가? 컨버시카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영업사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메일 응대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진짜 필요한 중요한 영업 상담에 집중해서 더 많은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매출이 올라가면 회사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영업사원을 뽑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얘기다.


l 출처 : TEDx Talks 유튜브(TED에서 강연하는 조지아공대의 ‘아쇼크 고엘’ 교수)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봇

이처럼 조용히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봇(bot)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조지아공대의 아쇼크 고엘 교수는 온라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좌를 운영했다. 그런데 수강생이 너무 많아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교들이 일일이 다 답을 달아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많은 질문이 계속 반복되는 비슷한 질문이었다.

아쇼카 교수는 IBM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왓슨’을 이용해서 인공지능 조교 ‘질 왓슨(Jill Watson)을 만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쌓인 질문과 답을 이용해 ‘질’이 제대로 답을 하도록 가르쳤다. ‘질’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체로 대답을 잘했는데 가끔 이상한 답을 하면 재빠르게 진짜 인간 조교가 끼어들어서 도와줬다. 학생들은 한동안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마침내 한 학생이 “질이 혹시 컴퓨터 아니냐”고 질문해서 정체가 탄로 났다.

이처럼 갈수록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으로 우리는 돌입하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인간의 대화를 학습해가는 인공지능은 갈수록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구사한다. 실제로 대면하지 않고 대화한다면 갈수록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요즘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미국회사에서 내게 뭔가 요구하는 이메일이 오면 이게 정말 사람일까 아니면 기계일까 유심히 살펴보고 답장한다. 의외로 기계가 보내는 자동 이메일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공지능 영업사원에 대응하는 인공지능 비서를 나도 채용해야 할 때가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

※ 오피니언 칼럼은 Social LG전자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