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황재선의 IT 캐스팅’ 칼럼은 로봇, 인공지능, 챗봇 등 최근 IT 분야의 뜨거운 기술분야를 매달 하나씩 캐스팅해 여러분들에게 소개합니다. 1편에서는 ‘홈 로봇’ 기술을 소개했고, 오늘은 두 번째로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해 재미있게 들려드리겠습니다.

 

말로 통한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전성시대

2014년 11월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와 일부 초청자들을 대상으로 ‘에코(Echo)’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스피커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아마존의 하드웨어 분야는 전자책 리더기 ‘킨들(Kindle)’ 이외에는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에코가 성공할지는 시장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딛고 아마존 에코는 성공 가도를 걷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에코 성공 요인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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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사용자 경험을 달리한 아마존 에코

아마존 ‘에코’는 스마트 스피커입니다. 당시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었고,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사양으로 출시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제품의 매력이 있었지만 아마존 뮤직을 이용하는 새로운 경험을 준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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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에코의 다양한 기능 (출처: www.extremetech.com)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할 때 스마트폰 없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라디오를 듣거나 주크박스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존 에코는 미국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합니다. 지금까지 스피커의 가장 중요한 기술요소인 ‘음질’을 중시해온 다른 제조사들에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아마존 에코의 숨은 무기는 바로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Alexa)

또 다른 차별화 기능은 바로 ‘알렉사(Alexa)’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음성 비서입니다. 당시 음성 비서는 애플 아이폰 내장되어 있던 ‘시리(Siri)’가 대표적이었는데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코에 탑재한 알렉사는 철저히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기능에만 집중했고, 폰이 아닌 전용 스피커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점점 그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또한 서비스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외부 파트너들에게 그들의 기술을 무료로 오픈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추가해가면서 에코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재미와 서비스 경험을 점점 더 높였습니다. 방에 누워서 조명을 끄기도 하고, 뉴스를 읽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바쁜 아침 시간에는 그날의 스케줄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날씨나 교통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 주기도 합니다.

웹OS를 장착하고 아마존과 파트너쉽을 맺은 왼쪽에 보이는 냉장고의 사용자들은 쉽게 목소리로 아마존 쇼핑몰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우리 일상에

음성 비서는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하나입니다. 아마존 이외에도 IBM 왓슨, 구글 알파고 등 인공지능 기술의 강자들은 많이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온 것은 알렉사가 처음입니다. 이는 기술 중심으로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고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마트폰이 아닌 새로운 기기로 새로운 서비스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도 이런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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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를 장착한 LG전자의 스마트 냉장고

집과 같은 개인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열고 터치 방식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편한 경험입니다.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악, 쇼핑, 도서 등 아마존이 원래 잘하고 있었던 서비스와의 강한 결합은 아주 익숙하게 음성 비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동인이었습니다.

음성 비서는 서비스의 사용 연령을 확장하는 도구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된 전화기와 터치라는 사용자 경험으로 세상의 중심이 됐습니다. 그러나 터치라는 경험이 익숙지 못한 사용자들에게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려운 도구입니다. 하지만 음성이라는 기술은 터치보다 훨씬 더 쉽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유아나 노인층까지 사용 연령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터치 인터페이스로 2~3단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과정도 단순하게 줄여주는 경험도 제공합니다. 쇼핑하고, 결재할 때까지의 과정을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으며, 개인의 성향을 학습해 본인에게 더욱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훈아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기까지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 스피커 전성시대

‘CES 2017’에서 LG전자도 아마존과의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아마존 에코의 이런 성공에 자극받은 여러 경쟁사들도 인공지능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글 홈(Google Home)’이 있고, 한국의 경우 ‘SKT 누구’ 스피커가 있습니다. 이외에 KT의 ‘기가 지니’, 네이버의 ‘웨이브 스피커’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각자 지향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분명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신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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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스마트씽큐 허브와 센서

LG전자의 스마트씽큐 허브(모델명: AIHC60)는 스마트씽큐 센서와 무선으로 연동해 일반 가전은 물론 스마트 가전의 작동 상태를 화면과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은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이 쫓아가는 형국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피커 제품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지 않고,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플랫폼을 장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성이라는 특성상 지역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영향력을 펼칠지, 아니면 인터넷 포털처럼 지역의 강자가 등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의 근간이 되는 음성 비서 플랫폼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누가 이 시장의 승자가 될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플랫폼 공급자와 제조사, 서비스 제공자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흥미로운 일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