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정보기술 기기(Information & Technology Device) 업체 상당수는 연초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으로 3분기를 보내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의 최종 소비는 디바이스에서 일어나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 PC 성장세가 끊긴데다 태블릿은 PC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었다는 신호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지됐다.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⑧ ‘디지털 휴머니즘’이 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태블릿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8% 정도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윈도10을 출시하면서 무료 업그레이드를 단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PC 판매에는 단비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 샤오미가 PC를 만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스마트폰은 전세계적으로 포화 신호가 뚜렷하다. 개인용 기기 중에서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전년 대비 10.4% 증가) 스마트폰 평균판매가(ASP)가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78.3%에 달하고 이 중 90%는 1년이상 사용한 사람들이다. ‘차세대 기기’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웨어러블 기기(스마트 워치 및 웨어러블 밴드)도 그나마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대체할만한 기기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라

종합적으로 볼 때 개인용 기기가 이끄는 ICT 산업은 ‘포스트 스마트폰’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돌파구가 없을 때 기존 시장(스마트폰, PC, 태블릿 등)만 쳐다보게 돼 있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오는 2020년까지 향후 5년을 좌우할 글로벌 ICT 트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포화된 상황에서 출발할 것이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개인용 기기 시장이 포화되는 시점과 웨어러블, 헬스케어, 드론, 로봇 등 뉴 디바이스의 성장 속도가 교차(Golden Cross)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장이 폭발하는 순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순간’에 불을 확 지필 수 있는 트렌드가 ‘사물인터넷(IoT)’이다.

연결되지 않은 사물을 서로 연결되게 만들고 새 물건은 모두 연결된 제품으로 나온다는 개념의 ‘사물인터넷(IoT)’은 올해에 이어 2016년 CES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휴머니즘을 형상화한 이미지

이미지 출처 : http://www.inaglobal.fr/en/ideas/article/about-digital-humanism

사물인터넷 시대가 가져올 ‘커넥티드 홈’ 시대  

사물인터넷과 가전을 만나는 지점이 ‘커넥티드 홈 솔루션’이다. 내년 CES에는 인터넷과 연결된 냉장고, 세탁기 외에도 스마트폰으로 가정 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커넥티드 홈 경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5’에서도 각 가전업체들은 커넥티드 홈 제품을 잇따라 선보여, 개념 단계를 넘어 현실화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물인터넷이 가전을 만나는 ‘커넥티드 홈’은 개념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되는데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얼마나 팔릴지,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지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들이 IoT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시장을 넓히려는 것은 내년이 이슈 선점 경쟁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의 예고편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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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Gartner (August 2015)

커넥티드 홈은 가트너에서 매년 발표하는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2015)’ 보고서에서도 포스트 트리거(post-trigger) 단계에서 프리 피크(Pre Peak)로 이동했다.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뜻인데 이에 따라 신규 기술 업체들도 새롭게 커넥티드 홈에 진출하고 기존 제조 업체들도 새로운 솔루션과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커넥티드 홈 솔루션이 실제 팔리게 될까? 스마트폰을 뛰어 넘을 만한 빅 마켓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단순 ‘기술’을 뛰어넘어 생활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중들은 이미 ‘아이오티(IoT)’란 어려운 단어도 인지하기 시작했고 이는 이제 신기술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이 뜬다 

가트너는 이 보고서에서 앞으로 부상할 다양한 신기술을 언급하면서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을 뒷받침하는 기술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휴머니즘이란 디지털 비즈니스와 디지털 업무 공간의 중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며 인간의 관심과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새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기술은 사회의 일부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회가 기술의 일부가 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회의 수용도를 반영하지 못하면 기술은 발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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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라스’가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웨어러블 시장을 개척한 기기인 ‘구글 글라스’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감시카메라’가 될 가능성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진척되지 못했다. ‘구글 글라스’는 한 번도 상용화된 제품이 출시된 적이 없고 모두 시제품이었는데 앞으로도 시제품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인간이 빠르게 수용하면서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벤츠, 아우디, BMW는 물론 현대기아차까지 자율 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오는 2020년을 타깃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공언하고 있어 오는 5년 후에는 도로에 자율 주행차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트렌드는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바뀐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위한 기술이어야 하며 그것을 반영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