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르륵~~ 드르르륵~~’

주위에서 진동 소리가 울린다. 예전엔 주머니나 책상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을 먼저 찾았다. 진동 소리는 남자들은 왼쪽 허벅지에서, 여성들은 오른팔에 두른 핸드백에서 먼저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손목에서 나는 소리다. 3년째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새 소식을 손목에서 가장 먼저 느낀다는 점이다.

LG G 워치를 손목에 착용한 광고 이미지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① 모든 것이 디지털, DoE 시대가 온다.

하루에 1만 보 걷기를 설정해놓고 목표를 달성하면 손목에서 격하게 진동 소리가 난다. 손목에서 진동을 느끼는 쾌감이 있다. 조본의 업24는 앉아 있으면 30분이나 1시간마다(설정에 따라 다르다) 진동을 울린다. 30분 이상 앉아 있지 말고 움직이라는 신호다.

업24, 핏 비트, 샤인 등은 수면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몇 시간을 잤는지 숙면은 얼마나 취했는지 알 수 있다. 지속적으로 체크하면 한 달 평균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을 알 수 있다. LG전자의 G워치는 안드로이드와 호환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G메일 등 구글 서비스를 자주 쓰는 나같은 입장에서는 이메일을 시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업24, 핏 비트, 샤인 등의 이미지. 검은색, 핑크색 등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트렌드를 ‘자가 측정(QS, Quantified Self)’라고 한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인터넷과 미국인 생활’ 조사 내용을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본인이나 타인의 신체 데이터를 추적하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자가 측정’은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일상의 모든 생활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웨어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는 젊은 남성의 모습

사물인터넷을 넘어 DoE(Digitalazation of Everything)의 시대로 

자가 측정은 분명 트렌드이지만 그 이상 의미를 담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큰 틀에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2005년에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 수는 처음으로 세계 인구를 넘어섰으며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스코(Cisco)는 2013년 기준으로 130억 개, 2014년 기준으로 약 200억개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만 점점 증가해 오는 2020년에는 50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fitbit을 착용하고 배낭을 매고 있는 외국인 남성의 모습

웨어러블, 사물인터넷의 진정한 의미는 ‘디지털화’에 있다. 디지털 브리지란 뜻이다. 지금까지 `디지털화(Digitalization)’란 아날로그 TV가 디지털 TV가 되고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가 되며 책이 디지털 책(e북 등) 화 되고 문서가 디지털화되는 것을 의미했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밴드는 걸음걸이, 수면시간, 칼로리 소모량, 심박동 수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로 만든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디지털화된다.

다음은 어디일까? 당연히 사람의 ‘몸’이다. 몸을 디지털화해서 저장하고 공유하며 데이터로 만들어 낸다. 이것은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 구글은 노바티스와 공동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력을 교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구글은 인간의 유전 정보와 인체 조직 정보를 수집해 인체 지도를 만드는 ‘베이스라인 스터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글은 실험 참가자 175명의 신체 정보를 모은 이후 서서히 수 천명의 신체 정보를 추가해 이상적인 인체의 조건을 규정하는 인체 지도를 그릴 계획이다. 곧 ‘생체 인터넷 시대’가 열린다. 앞으로 인간의 몸도 디지털화될 것이다.

LG G워치를 착용하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

이렇게 본다면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은 생각의 스케일이 작은 것이다. 사물 뿐만 아니라 숨소리, 몸, 프로세스 등이 모두 디지털화된다. 이제는 IoT를 넘어 ‘모든 것이 디지털(DoE : Digitalazation of Everything)’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다. 이것은 제2차 디지털 혁명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난 1995년 니콜라스 네거리폰테 교수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이란 책에서 처음으로 디지털에 대한 개념을 규정한 이후 많은 아날로그 재화, 보이는 것들이 디지털화됐다. 이제는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이 디지털화되고 디지털 재화(Digital Goods), 디지털 콘텐츠가 될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예측되고 추천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디지털(DoE)’ 시대가 기업과 정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놀라운 방식으로 힘을 부여하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쉽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오고 있으며 혁명은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디지털(DoE)이며 우리는 2차 디지털 혁명의 시작점을 갓 통과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