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컨텍스트의 시대(The Age of Context)’의 저자 로버트 스코블을 만나 인터뷰했다. 로버트 스코블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블로거인데 구글 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를 먼저 착용하고 리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LG전자 등 한국 전자 제조업체들의 대응에 대해 물었다. 그는 “페이스북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스코블은 “내가 한국 전자회사라면 페이스북과 딜을 하는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페북은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머신러닝(기계학습) 시스템을 갖췄다. 내가 볼땐 구글보다 낫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 있는 페이스북폰을 무시하고 다시 생각하라. 페이스북 TV도 생각할만하다”고 말했다.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② 페이스북, 구글 넘어 인터넷을 제패할까?

우리가 페이스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어 “한국 제조사와 페이스북이 새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애플은 더이상 쿨하지 않다. 더 감수성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봐라”고 조언했다.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페이스북이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겹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페이스북은 또 다른 마이스페이스닷컴이다. 더이상 쿨하지 않다”는 의견을 들은 적도 있었다.

페이스북, 구글 넘어 인터넷을 제패할까(5)

하지만 페이스북은 스코블 말대로 구글을 뛰어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인터넷의 역사를 총정리한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펴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구글보다 페이스북이 인터넷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구글은 근본적으로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검색엔진 등으로 세계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지만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페이스북은 구글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에 맞서는 유일한 서비스는 다음이나 카카오톡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되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의 서비스 체류시간은 다른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체류시간을 더한 것보다 많다. 국내 페이스북 월 실사용자(MAU)는 1300만명으로 모바일 MAU가 1200만명에 이른다. 모바일 사용자 비중이 92%로 한국은 페이스북이 진출한 나라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부터 페이스북의 체류시간은 이미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앞질렀으며 지난 6월부터는 다음의 체류시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2년새 페이스북의 총 체류시간은 7배 증가했다.

페이스북, 구글 넘어 인터넷을 제패할까(3)

페이스북은 이제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소리소문없이 유튜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까지 세계적인 기부 열풍을 몰고 온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가자는 차가운 얼음물이 담긴 물통을 자기 스스로에게 먼저 부은 뒤 지인 3명을 지목할 수 있다.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퍼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페이스북이 실제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한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시작은 작았다. 하지만 빌 게이츠 현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페이스북에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페북에서 친구를 태그(TAG)하면서 다음 도전자 3명을 지명하는 방식이 되자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공식 채널’이 돼 버렸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7일 사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집계한 결과 아이스버킷 챌린지 관련 페이스북 동영상 수가 총 240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28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관련된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 및 링크를 친구들과 공유했으며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페이스북은 하루 동영상 재생 횟수가 10억 건을 넘어섰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동영상이 얼마나 인기를 모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동영상의 대명사는 유튜브였다. 유튜브와 동영상은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통념에 균열을 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동영상’ 서비스에 이어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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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중요한 점은 구글이 여전히 웹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반면 페이스북은 ‘모바일 퍼스트’를 완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재생된 비디오의 65%는 모바일에서 발생한다. 자동재생(Auto-Play) 기능은 페이스북 동영상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최근 공개한 ‘하이퍼랩스(Hyperlapse)’도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두 번째 앱 `하이퍼랩스’는 저속촬영(time-lapse)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하거나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게 해준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동영상’에 올인하는 이유는 역시 ‘광고’ 때문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동영상 광고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수익을 끌어 올리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온라인 비디오 광고 플랫폼 업체 ‘라이브레일(LiveRail)’을 지난 7월 4~5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이 같은 전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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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만 해도 모바일 매출 비중이 0%였던 페이스북은 지난 2분기 모바일에서만 광고 매출의 62%를 벌어들이며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1위인 구글과 경쟁 중이다. 구글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2012년 50%에서 현재 40%로 하락한 반면 2위인 페이스북은 9%에서 18.4%로 증가했다.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에 지금은 동영상까지 넘본다. 페이스북의 도전을 예사롭지 않게 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