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벽두부터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시장이 뜨겁습니다. 말 그대로 Things, 그러니까 사물이 인터넷을 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 속의 인터넷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에서, 소셜 네트워크라는 응용분야도 생겨나듯, 인터넷의 주인공은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는 기계와 전파의 힘이 있었겠습니다만, 이들을 조작하고 이들을 통해 소통을 하는 주인공은 사람입니다.

[김국현의 문화탐닉] ⑦ IoT로 비로소 뒤바뀌게 되는 것

그러나 이 기계의 양은 점점 늘어납니다. 컴퓨터는 PC가 되고 다시 스마트폰이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집니다. 예전에는 비싸서 전산실에 두고, 거실에 두고, 안방에 두고, 책상에만 두던 귀하신 몸 컴퓨터와 이들을 서로 연결하던 네트워크가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계점을 능가해 버린 양적팽창은 으레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옵니다.

이 변화에는 두 가지 에너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포화된 수요를 피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려는 공급의 본능이고, 또 하나는 저렴해질 대로 저렴해진 부품들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미래가 공상의 영역에서 현실이 되는 기적은 바로 이 본능과 힘이 만날 때 일어납니다.

살 사람은 어느 정도 사버린 스마트폰, 성장이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모두 머리를 맞대겠지요,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단계에서 인간의 상상은 늘 비슷한 경로를 반복합니다. 새로운 통신망이 나올 때마다 영상통화의 광고가 반복되듯이, 어디서 갑자기 새로운 상상의 산물이 등장하지는 않는 셈입니다. 그 답은 어쩌면 대부분 우리의 공상 속에 있습니다.

 

과거의 공상에 충실한 웨어러블 컴퓨팅 분야는 작년부터 그렇게 뜨거워졌습니다. 올해는 말 많던 구글 글래스가 출시되는 해이므로 한층 달아 오르겠습니다만, 스마트폰의 성장을 이어 받을 만한 무언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브라가 시대를 이어 받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수요를 만들어 내려는 공급의 본능은 그렇다 치고, 이제 잉여로워진 기계 부품들이 만들어낼 규모의 경제는 어떨까요? 반도체의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더 가볍게 통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은 매일 매일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손목 시계로, 안경으로, 속옷으로 가고 또 나머지는 우리 주위의 삼라만상에게 돌아 가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모든 공산품에 반도체가 박히게 된다면 흥미로운 일이 펼쳐집니다.

예컨대 요즘처럼 추운 겨울. 내가 집 근처의 기지국에 포착이 되면 난방 장치가 자동으로 켜져 집안 온도를 높여줍니다. 바깥 공기와 밤의 예상 기온을 토대로 적정 온도를 산출하고, 목표로 한 관리비 상한을 넘지 않도록 계산합니다. 과거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나의 신체조건이라면 ‘불편하지 않은 적정 절약 온도‘를 맞춰줍니다.

위와 같은 공상은 한 때 유비쿼터스(Ubiquitous), 퍼베이시브(Pervasive), 근래에는 M2M(Machine to Machine)으로 불리우며 꿈을 키워왔습니다. 이러한 공상의 전제조건이 하나 둘씩 만들어져 갑니다. TV도 냉장고도 인터넷을 할 줄 알게 되다 보니 여러 궁리가 가능해집니다.  최근에는 세탁기가 스티커를 보내주는 세상마저 되었습니다.

LG 홈챗

LG’s HomeChat app lets you find out what’s wrong with your washing machine.

 

이제 세탁기도 냉장기도 채팅을 해 보니 의견이 생깁니다. 그리고 판단을 할 줄 안다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신선한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맥주가 남아 있는 줄 알게된 냉장고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선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냉장고가 마트에 바로 주문을 할 지도 모릅니다. 세탁기가 세제를 주문할 지도 모릅니다. 당일 배송 최저가 검색을 할 지도 모릅니다. 이 찬스를 놓치기 싫어 마트와 쇼핑몰이 보조금을 얹을 지도 모릅니다. 마치 통신사가 전화기에 보조금을 더하듯 말입니다. 냉장고는 역경매를 제안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삼라만상이 우리가 웹에서 하던 일을 할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은 무진장 많습니다. 채팅을 시작했으니, 쇼핑은 물론 뱅킹도 하겠다 나설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를 봐 달라, 내가 잘 한다”며 마치 소셜 미디어 속의 우리들처럼 자기 주장을 하게 되겠지요. 

IoT의 본질은, 모두가 연결을 할 수 있게 된 점에 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의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왔던 일상의 일부만이라도, 그들의 의견을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따르게 될 때, 비로소 뒤바뀌게 될 업계와 세상의 변화, 그 신세계의 상상력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