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국내 최대 포탈인 네이버 뉴스의 일일 페이지뷰(PV)를 보면 PC가 6천 3백만, 모바일이 2억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억 페이지뷰는 실로 어마 어마한 수치다. 만약 한 사람이 한 페이지를 보는데 1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2,314일, 즉, 6.3년동안(잠도 안자고) 봐야 하는 분량의 정보이다. 그만큼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정보) 소비가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다. 이 통계를 보고는 나는 직감적으로 ‘모바일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음을 느꼈다.

이지선의 소셜 산책 ④ 모바일 시대, 콘텐츠 전쟁이 시작된다

내가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터라, 그 이후로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숙제처럼 짓누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모바일 시대, 콘텐츠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이다. 물론 나는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변화의 핵심에 있는 요소들, 그리고 변화의 징후들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몇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콘텐츠 전성시대 온다?!

스마트폰을 노트처럼 사용하는 모습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분명한 것은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온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패드 등의 모바일 기기 보급이 늘면서 콘텐츠 접근성은 훨씬 향상됐다. 예전에는 PC 앞에 앉아서야 콘텐츠를 볼 시간이 생겼지만 이제는 스마트 폰을 늘 들고 다닌다.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슈가 있을 때면 누구나 손쉽게, 더 자주 콘텐츠에 접근할 것이다. 하루 2억 페이지뷰라는 어마어마한 콘텐츠 소비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바일 기기로 소비하는 콘텐츠는 비단 뉴스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PC + 인터넷’ 시대에는 포탈을 통해 일단 그날의 뉴스를 보고, 각자가 관심있는 정보를 검색해서 보고, 좋은 글을 많이 쓰는 이웃 블로그 글을 구독해서 보는 등등의 정형화된 콘텐츠 소비의 틀이 있었다면 모바일 시대는 이런 틀이 무너진다. 콘텐츠 소비가 SNS와 연계되다 보니 ‘친구 네트워크’에 의해 한차례 걸러지는 (친구가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관심을 보이는 콘텐츠가 확산된다는 측면에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결국 이제까지의 포탈 중심의 콘텐츠 소비 구조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카카오톡이 ‘콘텐츠 장터’ 개념의 페이지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카카오톡을 모바일 환경에서의 콘텐츠 소비가 일어나는 ‘핫스팟’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인터넷 시대 ‘포탈 메인’이 차지했던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 페이지’의 성공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다.

카카오페이지 화면

콘텐츠도 ‘다이어트 전략’이 필요하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더 많은 콘텐츠들이 생산, 소비될 것은 분명하지만 형태에 있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콘텐츠 내용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PC+인터넷 환경’에 비해 화면도 작아지고 제약이 있다 보니 소비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움직이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확률이 높다. 긴 호흡으로 정독해야 하는 콘텐츠보다는 가벼운 콘텐츠가 제격이다.

‘콘텐츠’의 대표격인 책을 예로 들어보자. 모바일에서 소비될 책이라면 기획부터 접근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대개 한 권으로 완결구조를 갖는 책의 구성이 좀 더 간결해져야 할 터인데 내용의 단순 분절로 소비자들의 욕심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아날로그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뚜렷한 한가지 현상이 있다. 바로, ‘소장’에서 ‘소비’로 구매와 소비의 패턴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음악 콘텐츠가 CD의 형태로 유통되던 때에는 CD를 구매(하거나 혹은 선물을 받거나)해서 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음원이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면서 음악의 묶음으로서의 ‘앨범’의 의미는 크게 약화됐다. 좀 더 작은 단위로서 한 곡, 한 곡이 중요해졌고, 이제는 노래 한 곡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고 싶을 때 듣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 플랫폼이 변화하면서 전반적인 소비 문화도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모바일 환경은 과연 어떤 콘텐츠 소비 문화를 만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밤하늘에 별이 촘촘하게 보이고 있는데, 과연 내일 날씨를 ‘맑음’으로 예보할 수 있을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