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MWC를 다섯 번이나 오다보니 누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누구는 신제품, 신기술 소식을 궁금해합니다. 사실 빠짐없이 이 행사를 들여다보게 되니 특정한 흐름이 갑자기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 이전에도 있었던 기술이나 흐름이 점점 좋아진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지요. 올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정 영역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기보다 좀 더 나은 기술을 가진 그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니 큰 흐름까지는 아니어도 재미있는 움직임들이 보입니다. 올해 ‘MWC 2015’는 어땠을까요? 매년 보는 흐름이었을까요?

MWC 2015가 열리고 있는 바르셀로나 행사장 전경.

1. 5G는 기술력, LTE는 활용성에 주목

‘5G’. 몇 년 뒤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장치에서 오늘날 LTE보다 몇 배 더 빠른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지금 한창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규격입니다. 아직은 상용화를 할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경쟁사보다 더 빨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이동통신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 기술의 상용화는 2020년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이통사 중 일부는 2018년으로 앞당기겠다고 이번 MWC에서 선언할 만큼 의욕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MWC 2015에서 다양한 LTE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외국 이통사

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이통사들만큼 5G에 공을 들이는 외국 이통사를 찾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LTE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LTE 단말끼리 직접 통신을 주고받는 LTE 다이렉트나 2.5GHz 또는 5GHz의 비면허 주파수 대역을 함께 쓰는 LTE 언라이센스드처럼 오늘날 LTE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무엇보다 LTE라는 통신 기술에 집착하기보다 그 기술을 이용하는 이용자 경험을 내놓으려는 외국 이통사의 분위기도 한몫 거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력의 우위를 논하기보다 통신을 이용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많아진 것이지요. 통신으로 사물을 연결해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미 한국에도 전해진 상황입니다.

2. 흐름 탄 스마트워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MWC. 상상하기 힘듭니다. 이 장치가 없는 MWC는 한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맛이 난다고 해야겠지요. 그만큼 스마트폰이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제조사들도 저마다의 기술력을 가진 스마트폰을 부스에 전시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MWC에서 몇 안되는 고급 스마트폰을 빼면 대부분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먹을 건 많은 데 맘에 드는 건 드문, 풍요 속의 빈곤 같은 느낌이랄까요?

MWC 2015에서 선보인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워치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마트워치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입니다. 지난해에도 스마트워치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MWC에서 더 많은 제조사가 뛰어들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만듦새도 좋아졌고 성능이나 기능도 부쩍 좋아졌지요. ‘LG 어베인’과 ‘어베인 LTE’를 포함해 ‘화웨이 워치’, ‘모토 360’, ‘알카텔 스마트 워치’, ‘소니 스마트워치 3’, ‘에이수스 젠워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제품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것입니다.

그런데 스마트워치의 운영체제도 한 가지는 아닙니다. 안드로이드웨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LG 웨어러블 플랫폼’이나 ‘알카텔 OS’, ‘타이젠’ 등 독립 운영체제를 채택한 제품도 제법 됩니다. 여기에 파이어폭스도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슬그머니 스마트워치 크기의 프로토타입 제품에 데모 영상을 틀어 놓기도 했답니다.

3. 자동차도 어엿한 터줏대감

IT 전시회에서 자동차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오히려 그러려니 해야 하지요. 자동차와 IT가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사실 자동차는 일찌감치 통신을 결합한 커넥티드 카 개념을 적용해 차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이제는 사물인터넷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단골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MWC 2015 현장에서 선보인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MWC 2015’에서도 자동차를 더 이상 ‘객식구’라 불러선 안되는 분야입니다. 이제는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포드와 같은 양산차 업체나 퀄컴, LG, AT&T, 보다폰, 알카텔 루슨트 등 저마다의 자동차 관련 기술을 담은 기술을 선보였으니까요. 단순히 차 안에서 길 안내만 받던 시절이 지난 것은 물론입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용자에게 전해지는 각종 정보를 받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상황을 인지해 대응하는 능력이나 이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이 올해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라 기술의 완성도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올해는 좀 더 피부로 와닿는 결과를 보게 된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처럼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더 이상 객식구로 여기지 않을 만큼 발전해 왔듯이 MWC는 통신과 결합한 모든 기술과 산업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통신을 중심에 둔 흥미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는 전시회라 단순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하게 투자하고 발전된 기술과 서비스가 모일 때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내년에는 무엇이 될까요? 이미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고 있는 사물 인터넷(IoT)이 될까요? 지금의 예측은 무의미하겠죠. 내년에 그저 재미있는 또 다른 무엇이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기술과 제품을 보는 즐거움 것만큼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트렌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