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PC와 스마트폰이 IT 플랫폼의 변화 속에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봤습니다. IT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꾸어 놓을만큼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IT가 개인의 삶보다 사회 전반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PC통신, 웹(WWW), 스마트폰의 변화와 함께 사회도 커다란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 쏠림 현상의 강화, 글로벌 공동체 현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지현의 스마트워크] ⑤ IT와 사회 그리고 미디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 구조의 일대 혁신

1980년대 세상의 이슈는 아침마다 배달된 현관 앞 신문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는 거실에서 저녁 9시에 11번, 7번, 9번 채널을 통해서 만나는 MBC, KBS를 통해 세상과 만날 수 있었죠. 2000년대는 방에서 19인치 모니터를 통해 다음(daum.net)과 네이버(naver.com)로 세상의 이슈를 만났습니다. 스마트폰 세상인 요즘 우리는 세상 소식을 침대 위, 버스 안, 거리에서 언제든 수시로 4인치의 작은 스크린 속에서 만나고 있죠. IT 기술의 변화와 함께 우리의 눈과 귀나 마찬가지인 미디어도 변화해 왔습니다.

매스미디어라 불리는 신문과 방송은 온라인 미디어라 불리는 인터넷 포탈이 등장하기 전에 사회의 여론을 대변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유일한 매체였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포탈의 등장으로 인하여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포탈의 대문에 걸린 뉴스를 통해서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미디어은 누구나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TV에 내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포탈에 내 생각을 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뉴스에 댓글로 소극적인 쓰기가 가능할 뿐 아니라 블로그나 아고라 더 나아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가능합니다. 매스미디어는 미디어 소비자들이 오로지 보고, 듣고, 읽기만 했지만 온라인 미디어는 소비자들에게 생산의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의 유통 구조입니다.1980년대 신문, 1990년대 방송, 2000년대 웹이 콘텐츠 유통의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 저녁 9시면 거실 TV에서 보는 뉴스, 언제든 포탈의 실시간 이슈 검색과 대문에 걸린 뉴스를 통해 세상 소식이 유통되었습니다. 그런 콘텐츠 유통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또 변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에서의 콘텐츠 유통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마이피플과 같은 SNS, MIM(Mobile Instant Messenger)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페이스북의 Like와 트위터의 RT, MIM의 메시징을 통해서 콘텐츠가 유통됩니다. 사용자 하나하나가 콘텐츠를 유통하는 신문 배급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모바일의 성장과 함께 콘텐츠의 유통 구조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생산 또한 바뀌었죠. 온라인 미디어 덕분에 누구나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PC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우연히 발견한 사건이나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디지털로 옮기려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서 부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콘텐츠 생산을 방해합니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블로그에 옮기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죠. 반면 스마트폰은 24시간 들고 다니며 인터넷에 연결해 있다보니 필요한 때 즉각 생생한 사진, 영상과 함께 바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생산이 훨씬 쉬워진 것이죠. 물론 콘텐츠 소비 역시 PC와 달리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SNS와 MIM(Mobile Instant Messenger)을 통해 콘텐츠가 내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PC와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콘텐츠의 유통, 생산, 소비 구조의 근본적 혁신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미디어의 지각 변동을 가져왔습니다.

하나의 화제에 집중하는 초파레토의 시대

인터넷 덕분에 더욱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은 사용자가 의지를 가지고 찾아 나서지 않으면 체험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의 24시간은 제한되어 있다보니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그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덕분에, 모바일로 인하여 보다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담은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많은 콘텐츠들이 균등하게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매스미디어와 기존 포탈을 통해 유통되던 것보다는 SNS로 인하여 다양한 정보가 전파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여전히 정보를 편식하고 있습니다.

화제가 있으면 순식간에 대한민국이 그 이슈에 쏠리면서 다른 정보를 거들 떠 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보니 관심사가 생기면 모든 사람이 동시에 그 이슈로 몰리면서 쏠림 현상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이 롱테일의 시대를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만 적용되었을 뿐 아직 소비면에 있어서는 파레토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특정 이슈가 전파되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슈가 퍼지기 시작하면 모두 그 이슈에만 집중할 뿐 다른 이슈는 묻히기 마련입니다. 또, 그 이슈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 연계된 이슈로 확대 재생산됩니다.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항상 손에 붙어 다니는 스마트폰이, SNS가 가만 놓아두질 않습니다.

어디서나, 언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자칫 획일화된 정보 소비에 갇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를 넘어 정보를 찾아 나서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한 울타리인 공동 사회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상에 전파된 것은 유투브와 페이스북, 트위터의 힘이었습니다. 웹의 시대에는 지역별 로컬 서비스, 즉 신토불이 서비스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덕분에 서비스의 글로벌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글로벌 유통 플랫폼 덕분에 서비스의 국가별 접근을 방해하던 진입장벽이 사라졌습니다. 아이튠즈를 통해 전 세계의 음반과 영화를 만날 수 있고, 팟캐스트를 통해서 국경과 시간의 제한없이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습니다.

i-pad에서 본 라디오 목록

마지막 진입장벽인 언어와 문자 역시나 음성인식과 통번역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차 희미해져갈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세계를 하나의 울타리 안에 공동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통보다 중요한 것은 자아관

스마트폰 덕분에 더욱 더 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즉시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SNS와 MIM(모바일 메신저, Mobile Instant Messenger)은 더욱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부터 수시로 카카오톡 그룹대화로 수다를 떨고, 페이스북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소외받은 정보와 기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부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정작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의견이 미쳐 숙성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인생관, 사물관 등 자아관이 있어야 그것을 마중물 삼아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발전된 사고를 해서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습니다.

세상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정보를 수용한 후 잠시 스마트폰과 멀어져 온전히 내 생각과 의견으로 숙성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지 상태에서 외부와 소통하면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또한, SNS라는 디지털 세상 속에만 너무 갇혀 살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어 오히려 편견과 아집에 더 사로 잡히게 됩니다.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내 생각과 비슷한 사람들 끼리끼리만 팔로우하고 친구를 맺다보면 다른 생각과 이견은 미쳐 살펴볼 겨를조차 없어지게 되죠. 편식하지 않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생각을 나누고, 합쳐야 하는데 디지털 공간은 오히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듭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배척할 수 있고, 보고 싶은 것이 끝도 없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라는 제약에 갇혀 다른 것은 볼 여유조차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스마트폰이 만들어준 디지털 세상 속에서 내 생각을 잃고 방황하거나,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식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