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의 소셜산책] 애니팡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 전 단풍이 절정을 이룬 설악산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자연이 꾸며놓은 절경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 등산하는 내내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산을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일행 뒷 편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흥겹게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거리가 가까워 어쩔 수 없이 들어보니 바로 애니팡 이야기였다.

이지선의 소셜 산책 ③ 애니팡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기 자꾸 터지데… 그래서 폭탄을 눌렀다 아이가! 그래 갖고… 전신에 펑~펑거리든데… “ 한 아주머니가 본인의 최고 점수를 기록하던 때의 무용담을 늘어 놓았다. 최고 점수를 기록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하트를 보내줬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부터 나도 친구의 전도로 애니팡을 시작한지라 아주머니의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의 무용담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었다. 게임이나 스마트폰과 친해보이지 않는 그 분들까지 애니팡에 열광하다니, 과연 이 게임을 ‘국민 게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팡 사용자 2천만 명’이라는 보도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애니팡 이미지

애니팡은 카카오톡과 연계된 게임이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게임을 하려면 하트가 필요하다. 하트는 친구들이 보내 주는 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 구매할 수도 있다. 혹은 8분을 기다리면 하트가 하나씩 생긴다. 둘째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화면에 표시되는 동물을 움직여 같은 동물을 3개씩 모아야 한다. 3개가 모이면 ‘팡’하고 터지며 점수가 올라간다. 4개 5개를 모아 터뜨리면 팡의 규모가 커지면서 점수가 늘어나고 여러 개의 ‘팡’으로 콤보를 만든 후에 폭탄을 터뜨리면 보너스 점수가 훨씬 많아진다. 셋째 따라서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팡’을 만들어 콤보를 늘리거나 레벨을 올리면 된다.

스마트폰 사진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단순 게임이지만 애니팡 사용자가 급증하며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친구들과 연결된 카카오톡 기반으로 하며 서로 하트를 주고 받고 점수를 공유하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녀노소 구분없이 열중하고 있는 애니팡. 그러나 세대별로, 그룹별로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다른 것같다.

10대에게 애니팡은 게임

10대는 애니팡을 순수하게 게임으로 즐긴다. 등하교길 버스를 타고 잠깐 앉을 때나 쉬는 시간 짬짬이, 나보다 점수 높은 친구들을 물리치기 위해 열심히 손을 놀린다. 라이벌 친구가 나보다 순위가 높다면 밤 잠을 설치며 게임을 할 것이다. 가장 게임의 룰에 충실하고 게임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게임을 섭렵한 이들에게 애니팡은 너무 단순하다. 따라서 아마도 세대별로 가장 먼저 애니팡에서 멀어지는 집단이 10대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애니팡이 가진 여러가지 매력 가운데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다소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승부욕 강한 사람들에게 애니팡은 ‘점수’

애니팡에서 올린 점수는 기록된다. 일주일 단위로 카카오톡 친구 그룹 가운데 순위를 매긴다. 게임이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친구들과의 점수 비교가 우리를 애니팡에 붙들어 매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평범해 보이는 친구들이 30, 40만점을 넘어서며 1, 2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멋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화면 캡쳐

승부욕 강한 사람들은 무조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1분 이내 최대한 많은 콤보를 만들어 폭탄을 터뜨린다지만 한계는 있다.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최고치는 기껏해야 5, 60만점 정도이다.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같은 모양끼리 모아주는 자동 반복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도 대단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월등한 점수를 받겠다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퍼즐 게임 하나에 이 정도의 열정을 보일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늘 혼자 1등을 하면 그게 무슨 재미일까 싶다. 이들은 그저 ‘애니팡을 대하는 자세’가 다를 뿐이다.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30대 직장인에게 애니팡은 ‘전략’

얼마전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통해 인기를 끈 문건이 있었다. 이른바 ‘애니팡 매뉴얼’. 금융회사의 이모 대리가 작성했다는 이 매뉴얼은 꼼꼼하다. 대단히 ‘전략적’으로 애니팡 하는 법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반드시 두 손으로 게임을 하라’, ‘절대 현재 손가락의 터치를 확인하지 말고 눈으로는 다음 움직임을 생각하라’, ‘연속 콤보를 생각하고 터뜨려라. 가장 중요한 것은 콤보를 유지하는 것이다’, 등등의 주옥 같은 실행 가이드를 적어 놓았다. 장담컨대, 이 매뉴얼을 숙독한다면 5만 이하의 점수를 순식간에 10만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금융회사 종사자답게 ‘애니팡 콤보는 복리’라고 게임의 원리를 설명한 이 분에게 개인적으로 ‘집단지성을 위한 공로상’을 수여하고 싶다. 순위경쟁의 게임논리를 깨고 함께 잘하는 법을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성들에게 애니팡은 ‘관계’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게임 몰입도가 낮은 여성들에게 애니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카카오톡 기반으로 연결된 친구들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하트를 보내고 또 받는 재미로 애니팡을 한다. 여성들은 오래전 알고 있었지만 연락을 못했던 서먹한 친구들에게도 보내고 시누이에게도, 동서 형님에게도 하트 하나 보내는 것으로, 혹은 그렇게 받는 것으로 금새 흐뭇해지는 게 여성들이다. 하지만 우리 여성들은 기억하고 있다. 내가 하트를 보냈는데 답을 하지 않는 그들을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성들에게 하트를 받았다면 꼭 하트로 보답하기를 권한다.

화면 캡쳐

세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팡이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하트를 얻기 위해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초대를 보내면서 스팸성 메시지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과 애니팡이 국내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같다. 다만, 우리의 ‘스마트한 모바일 시대’가 하트에 목매고 애니팡 순위 경쟁에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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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아바타Opinions 벳지

IT 담당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 PR일을 하다가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미디어유를 설립한지도 어언 6년이 되어 가네요.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다 보니 참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세상은 숨차도록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타고 태어난 ‘호기심’ 덕에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지고 당당하게 살자’가 인생 모토입니다. 내 스스로 당당하면 모든 일이 재미있어 지니까요. ‘블로그 만들기’(2009), ‘소셜 네트워크 확산의 기술’(2010) 등 두 권의 책을 썼고 다섯 권의 번역서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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