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일

설계, 기획, 디자인..이들 용어는 어감및 구체적 내용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목적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문서나 도면으로 명시하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그런데 흔히 초보자는 설계 과정 없이 곧바로 구현에 들어갑니다. 그리곤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 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에 도달하지 못하죠.

[류한석의 피플웨어] ⑮ 설계,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일

먼저 업무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게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아니면 IT제품이 아니라 광고나 캠페인 등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적절한 수준의 설계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설계 과정을 표현한 마인드 맵이 여러장 펼쳐져 있다

 출처 :  infoq.com

만일 설계 과정을 불충분하게 진행하거나 생략하게 되면, 비록 출발은 빨리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도착은 절대로 빨리 하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도착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즉 구체적인 내용이 존재하지 않고, 어떤 일을 얼마 동안 해야 할 지 명확히 알 수 없고, 그때 그때 주먹구구와 땜질로 일을 하게 되면, 결국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제품을 만들게 됩니다.만일 신입 시절에 그런 방식으로 일을 배워 그것이 몸에 배면, 일평생 자신의 분야에서 ‘장인(匠人)’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족할만한 설계란

만족할만한 설계가 이뤄지면 구현을 할 때 자신감이 넘칩니다. 이것은 팀으로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올바른 설계 내역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책임이 주어지면, 특히 아주 명확하게 책임이 주어지면,사람들의 의욕은 더욱 높아집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다.  – 앙투안드 생텍쥐페리”

 

많은 공부를 했더라도 실무 경험이 부족한 어떤 사람은 이론상의 설계에 집착한 나머지, 비현실적인 설계를 하게 되고 결국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완벽주의에 사로잡힌 아마추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는 모든 기능을 갖춘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입니다.하지만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한 게 실제로 완벽한 것은 아니죠.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개발자 시절에 무려 200여개의 기능을 갖춘(하지만 주로 사용되는 기능은 10여개에 불과한)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개발자로서 그런 완벽한(?)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고 있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 제품은 제대로 사용되지도 못하고 사장되어 버렸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여러 교훈을 얻었습니다.

설계자는 영어로 ‘아키텍트(architect)’라고 합니다. 이는 원래 건축에서 쓰이던 용어인데, 최근에는 IT업계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설계 과정 이미지를 벽에 붙여 놓아 미리 알아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 출처 : archinect.com

유능한 아키텍트란 설계 과정에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할당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설계도를 작성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아키텍트는 더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의 설계를 이뤄내는 사람입니다.그것은 단지 좋은 설계를 넘어서는, 어떤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설계, 숭고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설계입니다.

지금까지 업무의 관점에서 설계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이러한 내용은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회사를 위해, 가족 또는 타인을 위해,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만, 정작 자신의 삶을 위한 설계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작성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 결과,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열심히 살고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 잠시 부단한 걸음을 멈추고, 내 인생의 아키텍트가 되어(어떤 외부의 압력에 의해 원하는 게 아닌) 자신의 영혼이 원하는 설계도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요? 왜곡된 자아가 아닌 원초적인 자아를 만나보세요. 때로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때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입니다. 설계에 몰입한 순간, 스마트폰도 PC도 TV도 그 어떤 타인도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우주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류한석 아바타Opinions 벳지

류한석님은 개발자,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으로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를 사랑하지만,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지 않은 기술은 오히려 해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서로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대융합”, “아이패드 혁명(공저)”,“Slack 슬랙: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공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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