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회사를 다니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부푼 꿈을 안고 그 힘들다는 취업에 성공했는데도 허무해지는 순간들. 좀 하다 보니 이 일이 내 일 같이 느껴지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긴 하는데 더 이상 배우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 혹은 아무리 일해봤자 이 회사, 이 조직에서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이 들지 않을 때. 그 순간들에 우리는 이직이나 혹은 전직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또 그 앞에서 조금은 망설이게 마련이다. 언제나 낯선 것은 두렵고, 손에 쥔 패가 좋지 않다고 느껴져도 익숙한 것은 쉽게 내려놓기가 힘들게 마련이니까.

[박정선의 살다보니] ⑮ 이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여름 내내 지인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으며 늘어지게 놀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덜컥 취직이 되고 말았다. 딱히 대단한 직장도 아닌데, 다들 뭐가 신기한지 이래저래 물어본다. 하긴 글 쓰던 놈이 마케팅을 하겠다고 나갔다가, 이번에는 또 커머스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이상하게도 후배나 동료들의 커리어 상담(혹은 하소연 들어주는 일)을 종종 하는 편이다. 심지어 내 인생 말아먹고 백수를 하는 중에도 그런 일들로 바쁠(?) 지경이었다. 뭘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고민의 포인트들이 같이 정리도 되고 답 같은 게 보이기도 했다. 사실 딱히 잘 나거나 성공한 인간이 못되다 보니 이번 컬럼은 꽤나 조심스럽다. 다만 이직과 전직을 고민하는 같은 또래의 직장인들에게, 잠시 그 일을 먼저 겪어본 동료가 전하는 소소한 제안이라 생각해주시길…

한 남성이 칠판 위에 그려진 세 개의 화살표를 바라보고 있다.

관심이라는 물길, ‘도랑 이론’

가장 기본은 상당히 뻔한 얘기다. ‘옮기고 싶은 분야/회사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라.’ 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업역 내에서 그 분야와 연계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찾아보았으면 한다. 업계 혹은 같은 업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업역 사이를 막고 있는 ‘논두렁’같은 게 있다면 이런 관심들이 그 사이를 잇는 작은 도랑이 되어준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 잡지 기자를 하다가, 디지털 매거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바일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와 같은 흐름이 생겼었다. 오퍼를 제공한 곳에서는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다뤄보고 싶은데 그 둘을 함께 아는 사람을 찾기가 의외로 어렵다.’라고 했다. 지속적인 관심들이 때론 미세한 차이지만 유니크한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능력을 재평가하라

흔히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저는 이때까지 이 일만 해왔는데, 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업무와 자신의 능력을 혼동하는 경우다. 하고 있는 업무가 아니라 그 업무를 하면서 당신이 갖춰온 능력들이 무엇인지 쪼개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배운 도둑질이 잡지 기자이니 다시 또 한 번 예를 들자면 잡지 기자가 지닌 능력은 그냥 ‘잡지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그 안에는 트렌드를 찾아내는 능력, 기사를 기획하는 능력, 글을 쓰는 능력,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능력, 사람들을 섭외하고 촬영을 위해 팀을 꾸리는 능력 등등이 포함될 터이다. 같은 업계에서는 다들 같은 일을 하니 비슷비슷해 보이는 그 능력들이 다른 업계에서는 그 자체로 신선한 능력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업계에서 당신을 찾는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도 바로 그런 부분들일 터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은 그때부터 다시 메워가도 늦지 않다. 지레 못할 거라는 생각만은 버리자.

전직 디스카운트를 두려워 말 것

이직이라면 분명 조건이나 연봉 같은 게 우선이 될 수도 있다. 다소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전직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새로운 업계로 옮기면서는 이상하게 조건이나 연봉 같은 것들이 별로 신경이 안 쓰였다. 협상할 때야 빡빡한 척 굴긴 했지만, 내심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돈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니….’ 하다못해 카드 RPG 게임만 해도 그렇다. 3성급 만렙 2개를 합쳐서 겨우 4성급을 만들어 놓으면 레벨은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험치를 다시 쌓아야 하는 게다. 하지만 다시 만렙이 되고 나면 능력치는 이미 3성급 카드와는 레벨이 다르게 마련 아니던가. 인생도 가끔은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떠난 업계(회사)일수록 잘 챙겨라

심플하다. 업계를 옮겼다 해도, 원래 당신이 몸담고 있던 업계에서의 능력과 인망은 여전히 당신의 경쟁력이다. 새로운 업계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이직이든 전직이든 기존에 갖추고 있던 능력과 네트워크에 플러스로 또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기존 영역은 여전히 당신의 강점이니 더 잘 다지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써놓으니 무슨 냉정한 비즈니스의 법칙 같지만, 그냥 예전 직장에 놀러 갔는데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할 일 정 없으면 다시 와라.” 정도로 말이라도 한 마디 해주는 정도면 성공한 게 아닌가 하는 거다.

‘백수’라뇨? ‘Self-Manager’입니다. 

하지만 사실 가장 하고픈 얘기는 이거다. 모든 일이 자연스레 흘러가지 않아 잠시 백수가 되더라도 쫄지 말라는 거다.

백수=는 직업이 없는 사람, 직장인=직업이 있는 사람

의 프레임이 항상 옳을까?

백수=자기 인생(시간)을 온전히 스스로 향유할 수 있는 사람, 직장인=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자기 시간을 납품하는 사람

이라는 프레임은 어떤가. 혹자는 ‘아Q 정신 승리하는 소리하고 있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에서 시간과 돈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 프레임에서 보면 ‘백수’는 할일 없는 서글픈 존재가 아니라  ‘자기 시간을 온전히 알아서 경영해야 하는 셀프 매니저’와 같다. 야근이다, 주말 근무다 해서 어쩌다 한 번씩 찾을 수 있던 그 시간들이 널려 있고, 그걸 스스로 활용할 수 있다니…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참 귀한 경험이었다.

이왕 백수를 할 거라면, 남들이 보기에도 부러울 만한 백수가 되자. 이야, 저런 백수라면 “저도 꼭 백수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자여서 외롭다고 징징대는 이보다는 혼자여도 행복한 이들이 남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나중에 연애를 해도 더 잘하는 법이다. 취업도 마찬가지, 이직도 마찬가지! 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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