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中國), 그리고 중화(中華)

해나 달을 바라볼 때 주변에는 광채(光彩)가 등장한다. 해와 달의 외곽에서 나오는 눈부심이다. 그를 한자로 표현하면 華(화)다. 이 글자를 사용해 자신의 이름을 적는 곳이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의 정식 국가 명칭에도 올라 있고, 흔히 중국의 문명을 중화(中華)라고 적을 때도 등장한다. 따라서 華(화)는 어쩌면 ‘가운데’를 가리키는 中(중)이라는 글자와 함께 중국을 상징하는 글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자 그물로 중국漁 잡기] ⑫ 중국(中國), 그리고 중화(中華)

華(화)는 그런 빛의 광채를 일컫다가 ‘아름다운 것’ ‘눈부신 것’ ‘뛰어난 것’ 등의 뜻을 얻었고, 마침내 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 ‘꽃’의 의미까지 획득했다.

이 글자에다 ‘곱다’라는 뜻을 얹으면 화려(華麗), 뛰어나다는 의미의 글자를 붙이면 정화(精華), 곱고 멋져 보인다면 화사(華奢)다. 그래도 이 글자의 대표적 쓰임은 중국과 관련 있다. 중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이 글자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오랑캐라는 뜻의 이(夷)라는 글자를 붙였다. 이른바 화이(華夷)의 세계관이다.

자신은 화려한 문명의 주인공, 주변은 모두 오랑캐라는 식의 관점이다. 그 오랑캐도 방위에 따라 구별하는데, 동쪽의 오랑캐가 이(夷), 서쪽의 오랑캐가 융(戎), 남쪽이 만(蠻), 북쪽이 적(狄)이라 했다. 그래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는 명칭도 나왔다. 중국이 제 스스로를 높인 우월적이며 차별적인 시선이다. 중국은 자신의 영토, 자신의 문물 등에 모두 이런 華(화)를 갖다 붙인다. 중국인을 화인(華人)이라거나, 중국의 복식을 화복(華服), 중국인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을 화교(華僑) 등으로 적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 상인은 화상(華商)이고, 중국어는 화어(華語)라는 식이다.

중화, 중국_이미지 중국을 상징하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 앞의 국기 게양대와 천안문, 그리고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보인다. 중국은 문명의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중화’라고 적기도 했다/사진=조용철 전 중앙일보 기자

지금 나라 이름인 中國(중국)은 원래 성의 안쪽, 또는 성을 지닌 작은 국가라는 뜻이었다. 그에 앞서 등장한 명칭은 다양하다. 우선 赤縣(적현)이 보인다. 진시황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등장했던 단어다. 아무래도 빨강을 선호했던 周(주)나라의 전통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아울러 중국 전역을 아홉 개의 주로 나눴다고 해서 九州(구주), 또는 신령한 땅이라는 뜻에서 神州(신주)라고도 했다.

화하(華夏)라는 이름도 눈에 띈다. 夏(하)는 전설상의 왕조를 가리키는 글자다. 어쨌든 華(화)와 夏(하)가 번갈아 끼어들면서 고대 중국의 자부심을 표현했다. 게다가 ‘모두’ ‘전체’라는 뜻의 諸(제)라는 글자를 앞에 붙여 諸華(제화), 諸夏(제하)라는 호칭이 등장했고, 때로는 中夏(중하), 方夏(방하)라는 이름도 썼다. 남이 중국을 불렀던 옛 명칭도 다양하다.

우선은 支那(지나)가 대표적이다. 원래는 인도에서 중국을 호칭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고대 중국을 Chini라 불렀고, 한자로 음역하는 과정에서 支那(지나)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인도유럽어계의 고대 로마제국 사람들이 중국을 부르는 호칭 Sinoa, 프랑스어 권역 사람들이 불렀던 Chine 등이 다 이런 맥락이다.

물론 중국 전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의 秦(진)나라를 겨냥했던 호칭이다. Cathay라는 표현도 있다. 조금 후대의 이야기다. 거란(契丹)이 중국의 광역을 다스렸을 때 서양인들이 중국을 불렀던 호칭이다. 지금은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 한자로는 國泰)이라는 항공사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단어다. Cathay는 거란 사람들을 일컫는 ‘키타이’에서 유래했다. 중국 광역을 점령했던 옛 거란의 위세를 느끼게 해주는 명칭이다.

중국을 漢(한)이라는 글자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왕조 이름 漢(한)은 중국 초기 문명이 자리를 잡을 때 그 정체성을 이루는 바탕 개념으로 등장했던 까닭에 지금도 효용이 매우 높다. 당시의 글자 체계를 한자(漢字)로 표현한다거나, 그 문장을 漢文(한문)으로 적는 일이 그렇다. 지금까지 중국인의 대부분을 漢族(한족)으로 적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세계의 뉴스 흐름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국가가 중국이다.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고, 중국의 화폐인 위안화는 세계적인 통화의 반열에 올랐다. 각종 국제 뉴스에서 중국의 입김은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다. 그런 중국이 일어서고 있고, 우리는 그와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서고 있다. 전란의 풍파가 수시로 닥쳤던 중국은 전략적 안목이 매우 높은 나라다. 우리 또한 그에 걸맞은 전략적 시야가 필요함은 불문가지다. 우리는 중국을 충분히 읽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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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 23년의 전(前) 언론인이다. 중앙일보 사회부를 비롯해 국제와 산업,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다. 주력 분야는 ‘중국’이다.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장강의 뒷물결, '지하철 한자 여행_1호선',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등 중국, 한자 관련 저서 5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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