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의 피플웨어] 고객의 판타지를 관리하라

프로젝트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고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실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고객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수용했는가? 아닌가?’입니다. 이번 글은 고객을 특정할 수 있는 상황에 보다 적합하니 그런 상황을 가정해서 읽어주세요.

[류한석의 피플웨어] ⑥ 고객의 판타지를 관리하라

다음은 제가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대다수의 고객은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음,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군요.’라고 말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무형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위와 같은 고객을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대해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또는 불가능한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사실, 그게 고객의 기본 속성입니다. 만일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여러분의 작업에 필요한 내용을 척척 제공하는 고객을 만난다면, 여러분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며 그에 대해 깜짝 놀래야 할 것입니다(어떻게 이런 고객이 존재하는 거야!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말도 안 되는 일정과 예산을 들이 밀며, 꼭 필요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고객을 만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러니 그런 고객을 만났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고객은 저도 만나고 여러분도 만나고 누구든지 만날 테니까요.

그러니 전문가라면 ‘무지한 고객’이라는 현실 세계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고, 그런 가운데에서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가를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작은 도움이 될만한 가이드라인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고객의 기대수준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자신이 얻게 될 결과물에 대해 판타지(Fantasy)를 갖고 있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빡빡한 일정과 예산에다 명확한 요구사항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과물에 대해서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죠. 절대로 그런 판타지를 프로젝트의 끝까지 유지해서는 안되며(물론 그걸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래도 되겠죠), 최소한 그걸 더 부풀려서는 안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에서는 원래 하기로 한 일보다 더 과도한 약속을 하는 것을 골드플레이팅(Gold Plating)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쓸데 없는 것에 금칠을 하는 것이죠. 많은 세일즈맨이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또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골드플레이팅을 합니다.

골드플레이팅 사진

그렇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에 필요한 일만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는 게 프로젝트인데, 그 이상의 일을(거기에다 쓸데 없는 일까지) 해야 한다면 그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으며 또한 결과물의 품질이 만족스러울까요?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의 위험요소를 줄여야지 늘려서는 안됩니다.

진정한 전문가는 고객의 판타지를 관리합니다. 교묘하게 그것을 박살내어 기대수준을 현실화 시킵니다. 만일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고생 끝에 욕을 얻어먹게 됩니다.

둘째, 고객에게 가능하면 100% 주관식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100% 주관식 질문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소수만이 갖고 있는 법이죠.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타인도 할 수 있는 건 아니며, 더욱이 내가 하기 어렵다면 타인도 하기 어려운 법입니다(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만일 불가피하게 주관식 질문을 해야 한다면 고객이 답할 항목을 명확히 제시하는 형태가 바람직합니다.

그러지 않고 고객에게 갑자기 “무엇을 원하십니까?”라는 식의 주관식 질문을 하거나, 즉시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면 고객은 불편함 이상의 반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포기할 수 없는 판타지와 프로젝트팀에 대한 반감을 동시에 느끼는 트라우마의 심리를 갖게 되며, 그로 인해 프로젝트 팀은 고문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요구사항 파악을 위해 고객에게 질문을 할 때는 가능하면 적절한 선택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3가지 정도의 선택안을 제시하면 적당합니다. 그보다 적으면 뭔가 빠진 것 같고, 너무 많으면 선택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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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선택안의 제공은 고객한테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혹시 고객이 변덕을 부릴 때 방어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팀에게도 좋습니다.

셋째, 고객에게 신속하게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시해 피드백을 받습니다.

완전한 솔루션을 찾기 전에 솔루션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의 일부를 재빨리 구현하여 고객에게 제시하고 그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볼랜드 소프트웨어의 부사장을 역임한 스티브 맥메나민은 이것이 일종의 ‘요구사항 미끼(Requirement Bait)’이며, ‘밀짚인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밀짚인형은 진짜 결과물이 아니라 예상되는 결과물을 적당히 흉내낸 것입니다.

즉, 이는 고객이 밀짚인형을 판단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느끼는 바를 마음껏 밀짚인형에 퍼부을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관리자는 사전에 밀짚인형이 그저 밀짚인형일 뿐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설득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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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완전한 해답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요즘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빠르게 고객에게 솔루션의 일부를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신랄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틀린 답을 제거하고 솔루션을 튜닝 해나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은 고객의 기대수준을 현실화하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완전한 고객은 없고 완전한 프로젝트팀도 없고 완전한 솔루션도 없습니다. 가장 나쁜 것은 고객과 프로젝트팀이 각자 마음 속에 자신만의 솔루션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각자의 솔루션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고객의 판타지를 관리하고, 적절한 선택안을 제공하고, 밀짚인형을 충분히 활용하셔서 여러분의 고생에 합당한 평가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고객의 판타지를 관리하는 여러분만의 노하우나 팁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주시기 바랍니다.

 

류한석 아바타Opinions 벳지

류한석님은 개발자,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으로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를 사랑하지만,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지 않은 기술은 오히려 해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서로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대융합”, “아이패드 혁명(공저)”,“Slack 슬랙: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공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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