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35-45세를 주목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①직장 vs. 직업

내 인생에서 35-45세를 주목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

1. “살면서 피크(peak)를 만드는 게 아니다.”

이어령 선생이 한창 잘 나가고 있는 김정운 소장(전 명지대 교수)에게 했다는 말이다. 김정운 소장은 그 이후 잠시 한국에서의 활동을 접고 일본에서 1년간 지내고 있으며, 잘 다니던 명지대학교 교수도 그만두었다.

이어령 선생의 말을 두고 ‘그건 정점에 가본 사람들 이야기’ 혹은 ‘정점 근처에나 한 번 가봤으면’이라고 빈정대볼 수도 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나는 이어령 선생의 말을 이쪽 저쪽으로 곱씹어보고 있었다. 김정운 소장에게 피크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는 너무 정점을 향해 치닫다 보면 어느 순간 추락하며 내려오는 인생만 만든다는 뜻이다. 물론 김정운 소장 정도로 유명해지고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세속적으로’ 직장인들의 피크를 임원이나 억대 연봉으로 생각해본다면 대부분의 직장인 들은 피크는커녕 근처에도 못 가본다. 산 정상에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산 중턱이나 그 이하까지 가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억울한’ 것은 산중턱에서 직장을 떠나는 순간 급격히 하산의 길로 접어든다는 점이다. 계속 오르진 못하더라도 둘레길이라도 천천히 즐기며 내려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상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는데!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임원이나 억대 연봉을 만져보지 못한 채 40대, 잘해야 50대 초반 직장을 떠나 내리막길을 걷는다.

40대 말에 부장이란 직책을 끝으로 직장에서 물러났다고 치자. 은퇴 후 사람들이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우리는 “은퇴”했다거나 서류에는 “무직”이라고 쓸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일까? ‘직장’이 있으면 ‘직업’이 있고, ‘직장’이 없으면 ‘직업’이 없다는 말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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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가 되어가는데,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줄어드는 이런 ‘말도 안되는’ 트렌드, 즉 직장 생활한 기간(20대 초중반~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보다 은퇴하여 살아가는 기간(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80대)이 더 긴 이 시대에, 과거 60대까지 일하고 10년 남짓 지내다 삶을 마감하던 시대의 패러다임을 ‘어처구니 없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이란 다름 아닌 ‘직장을 떠나면 내 직업도 없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직장을 떠나더라도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직장에 붙어있는 동안만 ‘나의 직업’이 유지되는 패러다임을 유지하다가는 앞으로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

그렇다면 직업을 언제 만들어야 할까? 예외적인 경우(60대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성공했다는 신문에나 나올법한 경우)를 제외하고, 35세에서 45세 사이에 나의 직업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40대에 직장 떠나고, 직업도 날리는’ 구조 속에 갇혀버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떻게든 ‘임원’자리에 올라 40대 중반에 떠날 것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까지 몇 년 늘려보려는 노력 속에 갇혀 있다.

2. 성공(success)의 가장 큰 특성은 ‘희귀성’이다.

누구나 원하는 것이 성공이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이루는 것은 ‘언제나’ 극소수이다. 성공이 희귀하지 않다면 그건 성공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성공이라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소수이기 마련이다. ‘손쉽게’ ‘억대 연봉자’를 성공이라고 정의해보자. 2011년 12월 국세청이 발표한 ‘2011년판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인 1500여 만 명중 총 급여액이 1억 원이 넘는 사람은 28만 명 정도 된다. 2%가 채 못 되는 사람들이 억대 연봉자인 것이다. ‘임원’이라는 직책을 성공의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2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졸신입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이다. 100명중 1명도 채 임원이 되지 못한다. [관련기사: 임원, 임시직이라도 괜찮아?” (참고: 손영일, 주간동아, 822호, 2012년 1월 30일)]

성공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세속적으로 놓고 보면’ 임원 혹은 고위직 공무원 등의 ‘직책’이 될 수도 있고, 상위권 대학 출신이라는 ‘학벌’이 될 수도 있으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최고의 기업에서의 경력 등의 ‘소속’이거나, TV나 신문에 얼굴과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지도’가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머지 다수’의 관심과 부러움, 혹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측면에서건 특정인이 ‘성공했다’란 서술어를 뒤에 붙이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소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그렇다.

3. 성공의 또 다른 특징은 ‘비(非)지속성’이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라는 뜻의 화무십일홍(華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듯이, 성공은 ‘단기 이벤트’적인 성격이 있다.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한 때 잘 나가던 친구가 항상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경총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에서 대졸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의 평균 기간은 21.2년이다. 하지만, ‘기업의 꽃’이라는 임원직에는 얼마나 머무를 수 있을까? 컨설팅사인 아인스파트너가 국내 100대 기업 임원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임원재직기간은 4.4년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 “국내 100대기업 임원 재임기간 고작 4.4년” (김승룡, 디지털 타임스, 2010년 8월 31일)]

물론 한 직장에서 임원으로 있던 사람들이 직장을 옮겨 다니며 임원으로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그 중에서도 극소수이다.

물론 성공의 ‘비지속성’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성공이 지속성을 가졌더라면, 평생 한 번의 성공 경험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넘쳐났을 것이다. 비지속성 때문에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성공을 독점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20대 때 잘 나가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40대가 돼서 잘 나가는 친구도 있다.

특정 시점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성공은 늘 소수에게만 돌아간다는 ‘희귀성’ 그리고 어느 누구도 성공을 평생 동안 독점하기 힘들다는 ‘비 지속성’으로 인해 우리는 때로 삶을 ‘덧없다’라고 느끼고 말하게 된다. 좋은 때는 ‘한 때’이기 때문이다(물론 실패도 ‘한 때’이다).

4. 일반적으로 우리가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5년 전후이다.

남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졸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대략 25세 전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50세 전후 – 점차 50세 이후에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힘들어지긴 하지만 –에 ‘원치 않는 은퇴’를 한다.

직장에서 살아남기는 점차 더 힘들어지고 있다. 피부로 느끼기에는 40대에 ‘이사’나 ‘상무’를 달지 못하고 있다면, 사실 직장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사나 상무를 단 사람은 나을까?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임말이 된 것은 이미 오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2-3년 정도, 재수가 좋다면 더 길게 (그 직장 혹은 다른 직장에서) 고액 연봉 생활에 ‘상무님’ ‘이사님’ 소리 좀 더 듣다가 끝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성공(success)’이 아니라 ‘생존(survival)’이다. 혹은 성공을 재 정의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한 때’ 높은 연봉을 받거나 높은 직책에 이르는 것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직업을 갖고, 오래 서바이벌 할 수 있는가로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직장’에 다니면 ‘직업’이 있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단어는 반드시 동의어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직업’은 ‘남이 만들어 놓은’ 직장을 떠나서도 존재할 수 있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25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소위 50세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 최근 변화경영전문가인 구본형 소장과 은퇴 후의 삶, 제 2의 커리어와 준비를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구 소장은 25년 직장생활(25세에 직장생활 시작해서 50세 즈음에 마치는)이 아닌 50년 커리어(25세에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자기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75세까지도 즐겁게 사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는데,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5. ‘직장’을 떠나서도 나의 ‘직업’을 가지고 삶을 즐길 수 있는 구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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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35-45세에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60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자. 왜 35-45세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0.8%만이 도달한다는 임원이 아닌 이상, 45세 넘어 직장에서 의욕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직장 내에서 자신의 직업을 만드는 작업은 5년에서 10년 정도 걸려 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회사에서는 적당히 일하고 자기 직업 찾기 위해 딴짓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장 좋은 사례는 직장에서의 일 속에서 자신의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만약 35-40세에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의미가 없고 향후 자신의 직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야 한다. 35-40세면 직장 생활 10년이 훌쩍 넘는 시기인데 그 정도 경험이라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진지한 관심만 있다면 말이다. 사내에서 다른 부서로 옮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전직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론 학교나 학원에서의 새로운 공부가 될 수도 있다.

35-45세에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자기만의 직업을 위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되도록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일과 관련있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직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도 자신이 해오던 일과 자기가 직업으로 갖고자 하는 것과 상관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전문가의 조언을 꼭 받아보라고 하고 싶다. 자신이 보지 못하던 연결성을 전문가가 발견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없다고 한다면 그 때는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 동안 해온 ‘본전’ 걱정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결국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모드로 가게 되고, 인생은 더욱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과감하게 명함에 새겨진 회사의 로고를 떠나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모험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마도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에는 ‘그럼 어떻게 발견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다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또 글이 길어질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한 잡지에 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 여기에 그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이번 이야기는 마칠까 한다.

[링크 http://www.slideshare.net/hohkim/3-final : ‘여덟개의 모자’와 ‘슬래쉬 효과’ 사이에서 – 1958년에서 1979년생을 위한 Life Transit Workshop (LTW), 1/n, 2010년 여름호, 164-171]

(직장에서) ‘직업’이 있을 때 (나만의) ‘직업’을 만들자. 내 인생에서 35-45세를 주목해야만 하는 가장 현실적 이유이다.

 

김호 아바타Opinions 벳지

배드뉴스(bad news), 영향력(influence), 스토리(story) 라는 세 개의 직업적 키 워드를 갖고 살아가며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코칭 및 컨설팅을 하는 더랩에이치 대표. 위기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밀리언셀러로 유명한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로부터 공인 트레이너 자격(CMCT)을 받은 전세계 27명중 하나로, 국내에서 하나뿐인 설득의 심리학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인 버슨 마스텔러(Burson-Marsteller)의 글로벌 전략팀 선임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에델만(Edelman) 한국법인의 대표를 역임했다. 저서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 공저, 2011, 어크로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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