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걸출한 IT 혁명가들의 성공 비결

‘8조 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20대’하면 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다. 전 세계 13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오프라인의 좁은 인맥 관계에서 벗어나 국경과 문화권을 뛰어넘는 촘촘한 네트워크의 그물망 안으로 끌어들였다. 가히 TV의 발명에 버금가는 21세기 최대의 미디어 혁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중앙에 패드가 놓여 있고 그 위로 사람들이 기사를 읽고 있다. 하늘에는 패드로 타자치는 사람이 보이고 중앙 패드 뒤로는 패드를 책상 위에 올려주고 회의 중인 사람들이 보이는 일러스트이다.

[최광희의 it’ 무비] ① 영화 속 걸출한 IT 혁명가들의 성공 비결

SNS 혁명가인 마크 주커버그, <소셜 네트워크>(2010)

흥미롭게도, 이 미디어 혁명의 결과물이 생겨난 계기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그 드라마틱한 페이스북의 창시 비화를 담아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소셜 네트워크>(2010)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한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대 재학시절 한창 만나던 여자 친구와 갈등을 빚는다. 여자 친구는 그가 재수 없다고 핀잔을 주고 다시 만나기 싫다며 절교를 선언한다. 아니, 11살 때 의사인 아버지를 위해 사무용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던 천재를 재수 없다고 뻥 차 버린 여자 친구는 도무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었던 것일까? 주커버그가 제 아무리 천재라고 할지라도 여친의 입장에서 그는 지루한 녀석에 불과했을지도.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한 장면. 대학생들이 모여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무튼 여자 친구에게 차여 자존심에 상처를 잔뜩 입고 만 주커버그는 홧김에 교내 여학생들을 품평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시한다. 때마침 하버드대 비밀 클럽 멤버인 윈클보스 형제는 주커버그에게 하버드대 선남선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한다. 주커버그는 눈이 번쩍 뜨인다. 이걸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겠다, 감이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맥 교류 서비스 ‘페이스북’의 시작이다.

물론 이 소박한 시작은, 페이스북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한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크가 없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페이스북의 시작이 실연의 상처를 안은 한 컴퓨터 천재의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대 중반에 이미 엄청난 갑부가 된 마크 주커버그가 사무실에 혼자 않아 있다가 자신을 뻥 차버렸던 그녀가 페이스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주커버그는 한참을 망설인다. 그녀에게 친구 요청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이 장면은 페이스북이 사람들에게 선사한 또 다른 소외를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 안에서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촘촘해졌지만, 정작 우리는 마음을 터놓을 대상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페이스북의 창시자 주커버그의 드라마틱한 성공기를 펼쳐 놓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그 이면의 공허함을 슬쩍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을 모두 친구로 만들어주는 대신 자신은 친구들과 절연해야 했던 주커버그의 아이러니한 처지를 말이다.

IT 기기의 혁명가인 스티브 잡스, <잡스>(2013)  

마크 주커버그가 SNS의 혁명가라면, 통신 단말기의 혁명가는 단연 스티브 잡스다. 그는 집요하고도 특출한 디자인 감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 단순한 통신 기기를 뛰어 넘는 ‘문화적 향유’의 일환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영화 '잡스'의 한 장면. 집 차고에 사무실을 차려 작업 중인 잡스가 보인다.

영화 ‘잡스’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애쉬튼 커쳐가 스티브 잡스를 탁월하게 재연한 영화 <잡스>(2013) 역시 <소셜 네트워크>처럼 그의 초창기 활동에 포커스를 맞춘다. 주커버그의 시작이 도발적이었다면, 잡스의 시작은 ‘말 그대로’ 초라했다. 대학을 자퇴한 그는 절친인 스티브 위즈니악과 자신의 집 차고에 회사를 차린다. 애플 컴퓨터의 시작이다.

디자인에 대한 그의 완벽주의적 집착은, 기능을 중시하는 컴퓨터 업계에선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늘 동료들이나 부하 직원들과 충돌한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 파워게임에 휘말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애플이 경영난에 직면하자 자신들이 쫓아냈던 잡스를 다시 부른 것은 그로부터 11년 뒤였다. 절치부심 끝에 그가 돌아오자마자 ‘아이팟’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경악시킨다.

영화 <잡스>는 잡스가 ‘아이팟’을 개발하게 된 시점까지의 상황을 비교적 충실하게 옮기고 있다. 전기 영화라고 해서 주인공을 무조건 영웅시하지 않고, 잡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신경질적인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앞서 소개한 <소셜 네트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영화를 통해 우리는 확인한다. 혁명의 시작은 늘 초라하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적인 혁명일 수 있게 하는 데는 두 가지 필수 요소가 따라붙어야 하다. 첫째,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상상력. 둘째, 가능성을 알아보는 조력자. 그러면 그 끝은 창대해진다.

 

최광희 아바타Opinions 벳지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YTN 기자와 FILM 2.0 온라인 편집장,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 대한민국 대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KBS, MBC, YTN 등 TV와 라디오의 영화 프로그램 및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 촌철살인의 영화평과 대중을 사로잡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블로그 : http://mmn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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