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로직'을 말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생각해보니 패션지라는 곳에서 일하는 에디터들의 일하는 방식은 참 나이브(?)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사를 쓸 때는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내지만, 기사 아이템이나 비주얼 시안 등을 선정할 때에는 종종 개인의 주관이 더 작용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드를 반영하고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자체를 선정하는 일에 대하서는 어쩌면 논리적인 ‘로직(Logic)’ 같은 것보다는 감성이 더 큰 작용을 했던 거 같다.

[박정선의 살다보니] ⑱ 로직의, 로직에 의한, 로직을 위한 회사

로직에 따라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그러다 대기업, 그것도 커머스 업계에 들어와 보고 나니 이 ‘로직’이라는 녀석이 참 자주 등장한다.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로직, 그 일을 하는 과정의 로직, 그 일이 안 되었을 때의 로직 등등. 그들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근거와, 그것을 어떻게 해내어 갈 것인가에 대한 리소스 산정, 또 그 일을 실행해가고 예기치 못한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또 동시에 실패하였을 때 적어도 그로부터 배움을 얻어가기 위한 절차 등 온갖 로직을 만든다. 사실 나같이 주먹구구로 일하며 살아온 인간의 입장에서는 배울 게 참 많은 일이다.

집단 사고로 이끄는 ‘로직’

그러나 이런 로직들이 항상 옮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회의 자리에 모이면 다들 자신 만의 논리를 가지고서 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부서가 다르고 각자의 업무가 다르더라도 큰 그림에서 보았을 때 그들의 백그라운드는 적어도 ‘같은 조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일정 부분 같을 수 밖에 없다. 해서 각자가 가지고 온 논리들이 상호 합의를 거치고 걸러서 최적의 총합을 가도출했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알게 모르게 ‘집단 사고’의 틀 안에 갇혀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인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1972년에 출간한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인 ‘집단사고(groupthink)’는 어떻게 우수한 두뇌 집단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 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을 ‘집단 사고’라고 정의하며, “정책 결정, 집단 내부의 구성원들 사이에 호감과 단결심이 크면 클수록, 집단 사고가 독립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대체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사건으로, 집단 내에서 ‘왕따’를 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혹은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사람들은 집단과 다른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거나 억누르게 된다는 것이다.

똑같은 포즈와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명만 다른 포즈와 색깔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는 미국 평론가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의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라는 곳에서는 종종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나의 안건에 대해 모든 부서가 다 만족할만한 로직을 기반으로 결정이 내려지지만, 정작 고객은 만족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생겨난다. 자신들끼리는 잘 만든 제품이라고, 서비스라고 자화자찬을 하는데 소비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객들은 “이게 뭥미?”라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꽤 유명한 일례이긴 하지만,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회의실에 항상 빈 의자를 하나 가져다 둔다고 한다. 그곳은 바로 ‘고객’의 자리이다. 어쩌면 그는 ‘집단 사고’가 지닌 위험성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임 회피로의 ‘로직’ 

반대로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반목하는 경우에는 이런 ‘로직’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악용되기도 한다. 바로 미리 짜놓은 로직을 자신들의 책임 회피를 위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근거 하에서 짜여진 로직이었는데, 그 근거를 뒷받침해줘야 할 타 부서에서 일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라는 이유로 다른 팀이나 부서에 책임을 전가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또는 ‘내 성과측정은 이 항목에 한정되어 있으니 당신 팀 일은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물론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만.)는 경우도 흔하다. 농구로 치자면 공을 패스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닥에 던져버린다. 상대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짜임새를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편할 대로 일하고 떠넘겨 버린다. 그리고선 자기가 할 일은 다했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보고서상에 써놓고 보면 꽤나 그럴 듯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은 항상 잘 되든 못 되든 하나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단순히 보고서에만 담길 수 없는 다양한 배경과 히스토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부분들은 쏴악 지워버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로직으로만 채워버리는 거다.

이 순간 협업은 사라지고, 전쟁이 시작된다.

새로운 시도를 막는 ‘로직’

협업을 통해 전구 안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넣는 이미지

또 하나의 문제점은 ‘로직’ 자체를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로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마치 로직을 짜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버리는 경우다. 본말이 전도되어 버리는 것이다. 로직이라는 것은 항상 ‘근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새로운 일, 기존에 없던 일을 시작할 때에는 이를 뒷받침해 줄 데이터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새로운 일이니 참고할 만한 전례나 레퍼런스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직’에 집착하는 조직에서 이런 경우에도 정성적인 근거를 넘어 더 나아가서 수치적인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직관’에 기반한 시도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당신의 ‘로직’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쓰고 보니 ‘로직’이라는 게 무슨 사회악인 것처럼 묘사한 거 같은 느낌이다. 너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로직’이란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논리(論理)’ 즉 이치를 논하며 생각이 지녀야 할 형식을 갖추고 그 갈피를 잡는 일이니 꼭 회사 생활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논리를 따지려 들 때일수록, 애초에 그 목적이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하기로 했는지를 놓아버리면 안 된다.

그 흐름을 놓쳐버리는 순간 논리는 아주 쉽게 왜곡된다. 집단 내의 이해 관계가 논리를 앞서는 순간, 혹은 일이 잘 되도록 하기보다는 나중에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해 그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순간, 그리고 애초의 목적보다 논리 그 자체가 그 우위에 서는 순간, 논리는 쉽게 변질되어 버린다. 그러니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그 일을 ‘왜’ 하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물어보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박정선 아바타Opinions 벳지

본의 아니게(?) 패션지와 웹진에 몸담으며 공연, 음악, 연애, 섹스, 여행, 커리어 등등의 글을 써대며 8년간 밥벌이를 해왔다. 벤처 스타트업에서 잠시 마케팅을 했고, 지금은 온라인 커머스 기업에서 콘텐츠를 고민하는 중.

Trackback http://social.lge.co.kr/wp-trackback.php?p=92450

Relat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