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의 살다보니..] 사내 연애, 때려치울 각오로 사랑하라

직종의 특성상 내 주변을 둘러보면 멀쩡하다 못해 괜찮아 보이는 여인네들이 둘러앉아 주변에 남자가 없다고 한탄을 하는 모습을 허다하게 본다. 뭐 남자들이라고 딱히 다르지도 않다. 자기네들끼리 맥주 마시며 어제 본 프리미어 리그에 열을 올리지만, 사실 그게 축구를 좋아해서라기보다 데이트할 여자가 없어서다.

[박정선의 살다보니 3회] 사랑이 꽃피는 오피스

이게 다 바빠서다. 먹고 사는 게 뭔지… 아침 9시에 칼출근해봤자 퇴근은 기약없고, 집에 오면 그냥 발 닦고 쉬고 싶은데 연애는 무슨. 주말에 애써 소개팅을 하려고 해보아도 약속 잡고 꾸미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서로 호감 사려고 너스레를 떠는 것도 꽤나 피곤한 일이다.

사랑해도 될까요? 사내 연애

“서른이 넘어가니 남자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않아요.”라고 한숨 짓는 여성들이 늘어가는 것도 당연하다. 남자들도 피곤하단 말이다. 스무 살… 있는 건 시간과 체력과 열정 뿐일 때랑은 이제 다르다. 그러니 소개팅으로 만나서 좀 관심이 있더라도 문자나 주고 받으면서 간보다가 한번 어긋나면 그걸로 쫑인 경우가 허다한 게다.

사실 회사가 ‘어장’입니다.

이렇게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그게 회사다. 직장에 가면 반이 여자고 남자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알게 모르게 이성으로 안 보게끔 스스로를 세뇌한다. 왜냐? 회사니까. 일만 해야 할 거 같고, 인사팀에서 싫어할 거 같고, 괜히 입방아에 오르내릴 거 같고, 헤어지면 골치 아플 거 같고(뭐,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암튼 이런 저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 사실 딱히 그럴 이유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 사귀던 이성도 결국은 같은 학교 이성이거나 학원에서 만난 이성이고, 대학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캠퍼스 커플로 득시글거린다. 그러니 회사라고 해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그냥 멀거니 보고만 앉아 있을 이유는 없다.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마주치는 사람에게 매력이 느끼고 친근감이 든다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거다.

또 매일 하루종일 마주치는 주변의 김대리, 이과장이 고만고만해보여도 막상 소개팅 나가보면 그만한 남자나 여자들이 드문 경우도 많다. 여자만 10명 넘는 패션지 편집부에서 청일점으로 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자의든 타의든 그녀들의 소개팅남들과 비교당하게 된다. 어느 순간 소개팅남들의 평균, 즉 평가기준이 내가 되는 것이다. “박군보다 나아?”라는 질문에 “아뇨, 별로에요.” “생긴 건 괜찮았는데 재미는 없었어요.”, ”집에 돈은 많은 거 같은데 성격이 좀 이상해요.” 등등. 내가 잘 나서가 아니다. 김대리, 이과장이 찐따 같아 보여도 희한하게 ‘머피의 법칙’처럼 더 찐상이나 폭탄 같은 애들만 정작 자신의 소개팅에 나올 확률이 더 높은 게 인생이라서 그런 거다.

그리고 그 김대리와 이과장에게도 회사에서 보이는 모습 말고 이면에는 전혀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많다. 다만 여태 관심이 없어서 못 발견했을 뿐인 경우도 있다. (물론 그냥 진상에 찐따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니 이제 지금이라도 관심이 약간이라도 돋는 사내 이성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그 혹은 그녀를 눈 여겨 볼 것.

사내 연애, 이런 맛이 있지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박군은 사내 연애를 통해 결혼까지 한 케이스다. 해보니까 좋더라. 일단 외모가 바로 평가가 된다. 소개팅이라도 들어오면 조건반사처럼 하던 ‘이쁘냐/잘생겼어?’ ‘키가 얼마나 되는데?’ 등등의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어디서 뭐하던 애인지도 모르고 뽀샵으로 꾸며놓은 카톡 프로필 사진 하나 믿고 만나야 하는 이들보다야 바로 적어도 외모라도 호감형인 김대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따로 시간을 내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저 멀리 그녀가 앉아 있고, 오다가다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고. 남들의 눈을 피해야 하지만 (이것도 나름 쓰릴 있다.) 짬짬이 시간을 내서 만날 수 있다 보니 데이트 자체가 ‘일’이 되는 경우는 없다. 서로 업무와 관련해서 상황을 잘 아니 ‘왜 그 회사는 맨날 야근하냐?’.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하냐?’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고.

또 일단 신변이 확실하지 않은가? 회사에서 한 번 검증해줬고, 사내 주변 사람들의 품평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할 수 있고, 매일 마주치면서 또한 인간성과 됨됨이를 검증할 수 있고. (그런데도 나한테 낚인 우리 와이프가 좀 불쌍하긴 하다. ^^;)

‘연애질하느라고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거 아니냐?’라고 도끼눈 뜨고 쳐다보는 상사가 있으시다면 감히 말하건데 ‘연애질’하느라 일을 게을리 할 사람은 안에서 연애하든 밖에서 연애하든 어차피 게을리한다. 그리고 회사 외부의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분명 더 시간이나 에너지를 더 소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야근을 해도 그녀가 저기서 같이 야근하고 있으면 괜히 야근도 즐겁기 때문이다. 괜히 사귀다가 헤어져서 회사 분위기를 엄하게 만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차피 밖에서 실연당하고 와도 다크 포스를 풍기면서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매한가지다.

사내 연애를 하면 오히려 업무에 더 신경 쓰게 되어 있다. 원래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잘 보이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닌가. 자기 애인 앞에서 상사한테 일 못한다고 갈굼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그런 기우는 버리시길.

숨기려면 확실하게!

사내 연애를 하려고 할 때 가장 걸리는 게 바로 동료나 상사가 알게 되는 것이다. 굳이 사람들에게 떡밥을 던져주는 것 같고, 혹시라도 헤어지게 될 경우의 데미지를 줄이고 싶어서일 터. 그러니 숨기려면 확실하게 숨겨야 한다.

첫 번째 룰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이다. 아무리 친하고 입이 무거운 동료라고 해도 마지막까지 숨겨야 한다. 한 명이 알면 무조건 다 알게 되어 있다. 그러니 숨기려면 모두에게 숨기고, 그게 아니라면 아예 모두에게 오픈하는 게 낫다.

두 번째 룰은 그냥 ‘하던 대로 하라.’다. 원래 쌩까던 사이면 그냥 쌩까고, 원래 친하던 사이면 그냥 계속 친하게 지내라. 새삼 공사를 구분하네, 적당히 거리감을 만드네 하면서 대해 봤자 그것 자체가 이미 수상한 낌새를 띌 수 밖에 없다.

저 두 가지 룰이 일종의 마인드 세팅이라면 이제 보다 디테일한 팁 드리겠다.

1. 메신저는 일단 공식 호칭으로 시작하라.

– 메신저로 말을 걸 때 ‘오빠~,자기~’ 이런 호칭은 금물이다. 혹시라도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모니터에 뜬 창을 누군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공식 호칭을 사용할 것.

2. 전화 통화는 음성 변조(?)하라.

– 평소와 톤만 조금 바꿔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평소에 사무적인 어투로만 얘기하던 이라면 거기에 대한 선입관이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전화로 애교 가득한 보이스로 전화하면 절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3. 점심 데이트는 택시 기본요금 선에서 회사를 벗어나라.

– 어차피 직장인들이 가는 식당은 다 거기서 거기다. 짧은 점심 시간에 멀리 나갈 필요도 없이 택시 기본 요금이 조금 넘는 정도로만 나가도 회사 사람들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 물론 부근의 힙한 동네는 모처럼 기분 내러 왔거나 미팅을 나온 회사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으니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의 괜찮은 식당을 찾는다면 들킬 확률 제로에 가깝다.

4. 퇴근길 데이트는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하라.

– 시간 차로 한 명이 먼저 나가 전철역이나 정류장에서 기다려라. 그리고 한 10분쯤 있다가 한명이 회사를 나서라. 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을 때는 “어머, 또 만났네요.”라는 가식적인(?) 멘트 한 마디만 슬쩍 흘려도 아무도 눈치 못챈다.

5. 여러 회사가 있는 건물이라면, 다른 회사의 사무실 층을 이용하라.

– 야근이 많은 회사라면 야근 중에도 잠깐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한 빌딩을 여러 회사가 나눠서 사용하는 경우라면 야근이 없는 다른 회사가 있는 층에서 잠깐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인간은 관성의 동물인지라 어차피 자기 사무실이 없는 층에는 들릴 생각을 안하기 때문에 직장 동료에게 들킬 위험이 거의 없다.

6. CCTV를 주의하라.

사내 동료만 따돌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차장 등에 있는 CCTV도 다 눈이다. 직장 동료 중에 꼭 넉살 좋은 애들이 있어서 시큐리티랑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다가 말이 퍼진다. 본인도 시큐리티랑 꽤나 친하게 지내는 오지랍 가이였는데 하루는 ‘OO씨한테 제발 주차장에서는 연애행각하지 말아달라고 전해주세요. CCTV에 다 나와요.’라는 얘길 들어 또 하나의 사내 커플을 찾아낸 적이 있다는…

 

그래도 이것만은 주의합시다~

이왕 사내 연애를 할 거면 동료나 비슷한 직급의 이성을 만날 것. 팀장이나 상사, 특히 그게 직속이라고 하면 쓸데 없는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다.아무리 공사를 잘 구분해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헤어진다면 때려치울 각오로 사랑하라’. 사내 연애를 한다는 건 ‘결혼’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하라는 얘기다. 사실 모든 연애가 그렇지만, 사내 연애를 할 때는 그보다도 더 진지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설사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동료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로는 만날 ‘가족 같은 회사’ 어쩌고 하면서 사내 연애를 고깝게 보는 사장님, 임원님, 상사님들 계시다면…. 그냥 사내에서 연애해서 ‘진짜 가족’을 만들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런다고 일 안 하는 거 아닙니다. ‘사랑이 꽃피는 오피스’라니…그게 바로 사원 복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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