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의 피플웨어]상사의 과도한 압박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유능한 관리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다양한 측면에서 유능한 관리자의 조건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만, 결과물의 측면에서 본다면 유능한 관리자란 연구개발, 기획, 마케팅, 영업 등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부하들과 높은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수익 향상에 기여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류한석의 피플웨어] ⑨ 공격적인 일정 수립과 압박감

기업이 관리자를 선임한 이유는 기계적인 관리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결국 관리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함이죠. 그렇다면 관리자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 업무를 수행해 성과를 창출하게 될까요?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믿음의 리더십으로 부하직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 많은 모순들이 존재하며, 합리적이기 보다는 비합리적이며, 순수한 동화 속 세상이기보다는 전쟁터에 가깝습니다(안타까운 사실은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 같이 순수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조차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직시하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들이 존재합니다.

공포의 리더십 vs 달콤한 약속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을 보면, 성과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부하직원들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는 관리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조직과 자신에 대해 과도한 헌신(獻身: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을 요구하고 순종할 수밖에 없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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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리자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정을 수립한 후 초과근무, 즉 야근과 휴일근무를 강요합니다. 그런 관리자는 언제나 야근과 휴일근무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일정을 수립합니다.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방식은 “밤 11시전에 퇴근해선 안돼!”, “일요일에 나와!”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인상을 쓰거나 핀잔을 주는 식으로 은근히 스트레스를 가하는 형태이거나 또는 따돌림 등의 정신적 보복을 가하는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는 고과, 승진, 연봉, 보너스 등을 결정하거나 최소한 그런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궁극적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부하직원이 부서를 옮기거나 이직을 하지 않는 한 그러한 압박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관리자(또는 경영자) 중 일부는 공격적인 일정을 수립하고 과도한 헌신을 요구하면서 일종의 미끼로 무책임한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연봉을 올려준다거나 유급휴가 또는 보너스를 준다는 식의 약속을 합니다. 실제로 어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2년간 ‘월화수목금금금’을 요구하면서 ‘그날이 오면’ 모든 직원에게 연봉 1억 원을 준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아파트를 하나씩 사준다는 약속을 한 경영자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기에 무책임하게 함부로 말하는 것입니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파라다이스를 약속하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그렇다면 관리자가 공격적인 일정을 수립하고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할 경우에 장/단기적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긴장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낭비시간을 제거하고 업무에 보다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만일 관리자가 원하는 헌신이 단기간에 한정되고 직원들이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면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자의 요구가 장기화되고 선을 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첫째, 제품의 개선이나 품질보다는 단지 일정 준수가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됩니다. 관리자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게 되면 직원들의 머리 속에서는 일정 준수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심각한 버그가 발견됐다고 해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단지 드러나지만 않게 감춥니다. 마케터의 경우에는 성공할만한 최선의 마케팅을 기획하기보다는 그저 일정에 맞춘 안을 마련하고 실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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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수행의 목적이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정을 맞추는 게 돼버리는 것입니다. 일정이 아니라 뭔가 엄청난 제품을 만들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압박을 받는다고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압박을 받으면 그나마 있는 창의성도 사라지게 되죠. 일정 준수를 위해 많은 것들이 희생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그저 그런 결과물만 남게 됩니다.

둘째, 압박을 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순생산성은 감소하게 됩니다. 압박이 장기화 될수록 점차 직원들의 집중력이 감소하고 건강도 나빠지기 시작합니다.(그래도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티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좀비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초과근무 시간 뿐만 아니라 정상근무 시간에도 느리게 일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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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산자원부의 2013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에서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8위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연간 근로시간은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0%에도 못 미칩니다.

회사에 대한 과도한 헌신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무조건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게 되고, 점차 집중력이 저하되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결국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여러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주된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셋째, 직원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에서 동시에 가정으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하고, 결국 이직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퇴직을 결심한 직원들의 상당수는 “내가 소모품으로 생각됐다”, “이용당했다”는 등의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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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압박의 부정적인 측면을 위주로 살펴보았는데, 이러한 부작용들로 인해 압박의 기술을 활용하는 관리자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세상에는 많은 모순과 불합리가 존재하니까요.

최고 등급의 압박 관리 기술을 행하는 관리자는 직원들의 연이은 탈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그런 관리자는 프로젝트 진행 중에 탈진한 직원을 교체하고(고장난 김과장을 새로운 김과장으로 교체하는 것이죠), 팀 내에 긴장감과 공포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관리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쟁취합니다. 프로젝트는 성공하고, 관리자는 승진하고, 팀원들은 이직하거나 병원에 입원합니다.

하지만 그런 성공은 ‘반쪽의 성공’입니다. 어쩌면 ‘나쁜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불행을 기반으로 달성한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유능한 관리자,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요구되는 관리자는 자신이 받는 압박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동기부여로 바꿔 전달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을 희생시키는 관리자가 있는 반면 자신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보다는 동기부여를 통해 감동을 주고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관리자도 존재합니다. 저는 후자의 관리자에게 받은 감동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역량이 부족할지언정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추구할만한 우주적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류한석 아바타Opinions 벳지

류한석님은 개발자,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으로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를 사랑하지만,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지 않은 기술은 오히려 해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서로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대융합”, “아이패드 혁명(공저)”,“Slack 슬랙: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공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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