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으로 본 SF 영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영화 <마션>이 흥행 순항 중이다.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대에서 홀로 낙오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 기지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수년 동안을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를 구조하기 위해 애쓰는 탐사대 동료, 그리고 NASA의 숭고한 도전을 감동적인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다.

마션 영화 포스터

영화 마션 포스터 (출처 : 네이버영화)

SF 영화 덕분에 우주 공간이 현실로! 

이 영화 덕분에 우리는 화성 표면의 모습이나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나 걸리는 시간 등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을 비롯해, 인간이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화성 표면의 탐사가 곧 현실화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에 휩싸일 수 있었다. 때마침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것은 <마션>의 흥행에 더욱 탄력을 붙여 주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앞서 2013년 가을에는 산드라 블록의 지구 귀환기를 담은 <그래비티>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바 있으니, 최근 들어 유난히 우주 과학을 소재로 삼은 SF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최근 나로호 발사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우주 과학에 관심이 늘어난 것은 이들 영화의 흥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주라는 공간은 이제 우리에게도 밤하늘의 신비로운 별자리로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개척과 탐사의 현실적인 공간으로 바짝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우주 과학의 진화가 SF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우주를 최초로 다룬 영화는 조르주 멜리에스가 만든 1902년작 <달세계 여행>이었다. 러닝 타임이 고작 14분에 불과했던 <달세계 여행>은 우주선이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달의 표면에 콕 박히는 묘사를 통해 반쯤은 과학에, 반쯤은 신비주의에 걸쳐 있었던 당시의 우주관을 대변해준다.

조르쥬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포스터

조르쥬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포스터

영화적 상상력에 과학적 지식이 더해져 더욱 리얼해진 SF영화들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한 유용한 소재로 활용돼 왔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이다. 1977년 첫선을 보인 <스타워즈> 시리즈는 광활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신화적 서사를 펼쳐 보이는데, C3PO나 R2D2 같은 로봇 등을 등장시키며 첨단 SF 영화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한편, 다양한 외계인들을 등장시켜 우주 공간을 인류의 문명간 갈등을 은유하는 무대로 활용한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 등을 필두로 한 주인공 팀과 다스베이더로 상징되는 악의 세력의 대립 구도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팀과 사우론의 대립에 대입해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판타지적이다. 그러니까 <스타워즈>의 우주는 사실상 판타지의 공간인 것이다.

최근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1980년대 TV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스타트랙>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우주함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다양한 인종과 외계인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악에 맞서 전쟁을 벌인다. 이 역시 문명사를 은유하는 판타지의 공간으로 우주를 활용한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6)은 화성에 사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설정을 만화적 장난기를 마구 뒤섞어서 보여준다. 화성이 태양계 내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꼴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하고, 또 실제 외계인을 화성인으로 설정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영화에 우주 과학적 지식을 슬쩍 얹은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SF 영화들이 우주를 활용하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전의 영화들과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까 SF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래비티>는 실존하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이탈하게 된 여성 우주인이 지구로 다시 귀환하는 역경을 리얼하게 담고 있으며, <인터스텔라>는 웜홀과 블랙홀 등 실제 물리학 이론에 토대를 둔 설득력 있는 드라마를 펼쳐 보였다. <마션> 역시 미국을 비롯한 중국의 우주 과학적 기술까지 접목시키며 현실감 있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영화 제작

기존의 SF 영화를 우리는 ‘공상 과학 영화’라고 번역했다. 공상은 벌어질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영화는 현재의 기술적 진화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펼쳐 보이는 상상이 이제 곧 일어날 일일 수 있다는 흥분과 설렘을 안겨준다. SF를 번역할 때 ‘공상’이라는 말을 빼야할 시기가 도래한 건지도 모른다.

최광희 아바타Opinions 벳지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YTN 기자와 FILM 2.0 온라인 편집장,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 대한민국 대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KBS, MBC, YTN 등 TV와 라디오의 영화 프로그램 및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 촌철살인의 영화평과 대중을 사로잡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블로그 : http://mmn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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