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장난감' SNS의 딜레마

대표팀 축구가 예전에 비해 인기를 많이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인 것 같다. 대표팀 미드필더인 기성용의 페이스북에서 비롯된, 이른바 ‘기성용 파문’의 여파가 축구계를 너머 사회 전반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는걸 보면 그렇다.

이번 사태는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아직 모두에게 익숙하진 않은 도구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불거진 사건이라는 점, 이에 연루된 인물들이 국가대표팀 감독과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는 점,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사제관계’로 통칭되는 선수와 감독의 관계가 전복되어 드러났다는 점 등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여러 논점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서형욱의 풋볼리스트] ‘위험한 장난감’ SNS의 딜레마

국가대표팀 축구의 인기

SNS가 가져온 미디어 환경의 변화 

SNS의 등장은 기존 매체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각 개인은 손 안에 자신만의 미디어 채널을 갖게 되었다. 개인이 곧 매체인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여러 징후는 기존 미디어가 그동안 유지해 온 정보/의견 전달 채널의 다변화를 가져 왔고, 이는 곧 신문이나 방송 같은 기존 언론들의 채널 독점 구도를 흔들기에 이르렀다. 아직 기성 언론들이 크게 위협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존 미디어가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파급력을 갖게 되면서 매체 환경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높은 인지도나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개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이른바 1인 미디어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여러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되었다. 게이트키핑(Gatekeeping) 기능을 자처하던 미디어의 높은 벽을 거치지 않고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심지어 무료로) 주요 정보원들이나 유명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명인들의 대중 매체 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대중 매체가 소통의 경로를 독점하던 시절과 달리, 자신의 의사를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SNS를 통해 스스로 매체가 된 유명인들이 자신들의 언행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제대로 예상할 수 없게 된 데서 비롯됐다. 이른바 매체 과도기인 탓에 선례가 없고 마땅한 지침을 공유하기 힘든 점도 있지만, 어찌됐건 SNS를 통해 대중에 노출된 각자의 일상, 생각, 또는 견해가 갖가지 반응을 직접적으로 또는 대량으로 유발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손에 든 무기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진지 모른 채 휘두르는 일이 많아졌다고나 할까. 유명인들끼리 일상적 대화를 트위터를 통해 나누는 일이나, 개인적 사진을 공유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때로는 우발적으로(취중), 때로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사생활이나 견해를 공개하게 되면서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개의 유명인들은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또 위안을 받는 도구로 SNS를 즐겨 사용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이 지나쳐 SNS를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거나 포장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SNS의 속성상 이용자가 뿌리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은 수용자 각자의 뜻에 달려있는지라, 세련되지 못한, 때로는 영리하지 못한 메시지를 흘림으로써 뜻하지 않은 봉변을 겪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스포츠인들 역시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적잖이 상처를 입은 채 문을 닫는 일들이 늘어난 것이다.

유명인의 SNS 활동, 청량제인가 자학의 무기인가

기성용의 사례가 눈에 띈 것은, SNS에 대한 과신과 무지가 뒤섞여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재미를 주기 위해, 그리고 해외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기성용의 SNS 활동은, 대표팀 불화설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던진 선문답이 논란을 일으키며 위기에 봉착했다.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난이 아니냐’는 여론에 “교회 설교였다”고 답한 기성용의 대응은 큰 일 없이 넘어가는 듯 했지만, 이후 또다른 SNS 계정인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친구공개’로 대표팀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컬럼니스트 김현회가 네이트 컬럼을 통해 공개한 친구공개 페이스북의 메시지는 그간 기성용이 SNS를 통해 드러낸 모습이 이중적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징표가 되어 대중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SNS의 위험성

얼마 전 갓 새신랑이 된 기성용은 이로 인해 대중의 축복을 받기도 전에 비난에 휩싸여 곤란을 겪고 있다. 여론은 그에게서 대표팀 선수라는 명함을 빼앗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그 권한을 지난 축구협회는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SNS라는 장난감이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청량제가 될 수도, 자학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SNS가 대중적인 도구로 자리잡은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 SNS의 위치는 굉장히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과거에 비해 편안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리시버이자, 사교의 범위를 빠르고 깊게 넓힐 수 있는 도구로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SNS는 전통적인 대중 매체를 대체할 파괴력을 지닌 개인 미디어로 빠르게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이 도구는 사용자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파급력을 발휘하면서 단순한 장난감 이상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와 주의가 없다면, 기성용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들의 곤란은 반복될 것이다. 물론, 이는 유명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단순히 둘 또는 여럿 간의 대화에서 그쳤던 수 많은 얘기들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온갖 루머와 의혹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SNS가 그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매우 큰 힘을 지닌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것, 그리고 과거에 비해 더욱 더 조심스러운 언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숙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환경의 변화는 늘 우리의 적응 속도를 앞서가지만, 독야청청할 것이 아니라면 그 흐름에 몸을 싣고 속도감을 즐길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SNS라는 도구를 손에 쥔 우리가 감내해야 할 숙명일 것이다.

 

서형욱 아바타Opinions 벳지

서형욱은 http://blog.naver.com/minariboy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 문화방송(MBC) 축구해설위원으로, 무엇이든 읽고(드 보통 보단 뮈소), 보고(100분토론 보단 두분토론), 듣고(아델 보단 므라즈), 쓰는걸(소설 보다는 기행) 즐기는 편이며 장르는 잡식이다. 하나에 빠지면 둘과 셋은 잠시 미루는 성미이다. 지난 13년간 축구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본인도, 본인 어머니의 며느리도 모른다는 후문이 있다.

Trackback http://social.lge.co.kr/wp-trackback.php?p=58345

Relat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