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닌, 감자 그리고 소라닌

솔라닌[solanine] – 감자의 순에 들어 있는 독(毒) 성분으로 알칼로이드 배당체이다. 적은 양으로도 매우 유독하다. 많이 섭취하면 중독 증상을 일으키지만 감자의 성장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솔라닌은 꿈과 닮았다. 성장에는 꼭 필요하지만 중독 되버리면 몸을 망친다. 커트 코베인이나 유재하 같은 전설이 되길 원하는 뮤지션은 많겠지만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들은 전설이 된거고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성장은 해야겠고 솔라닌도 필요하고, 하지만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가늠되지 않는 청춘은 그래서 고민이 많다.

책 '소라닌'

지금 내 위로 펼쳐진 하늘은 낮고 좁고 그리고 무겁다. [인생의 레일 따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 되잖아]하는 검은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 그 날로 난 사표를 제출했다. (by 메이코)

 소라닌 (아사노 이니오. 북박스 출판)

뭘 하고 싶은지 모른채 직장 생활이 싫은 메이코와 밴드음악을 하고 싶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 근근이 먹고 사는 다네다는 6년차 동거연인이다. 뭔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에 회사를 그만둔 메이코는 연인 다네다에게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라고 말한다. 모아놓은 돈이 떨어지기 전까지 예전 밴드 멤버들이 다시 모여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자유로울 것 같았던 생활은 줄어드는 잔고를 보며 불안해지고, 다네다는 자신의 선택이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깨닫고 불안해지는 현실을 안정감있게 돌리기 위해 다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난… 행복해
정말?
정말이야.
정말? (by 다네다)

작품이 끝날 무렵, 밴드가 만든 곡 [소라닌]은 어느 작은 라이브 홀에서 연주된다. 그 노래를 하는 밴드의 멤버들은 그 곡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곡을 부른 후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응원하게 된다. 만화라서 멜로디는 어땠는지 보컬은 좋았는지 기타 연주는 훌륭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꼭 한번 들어봤으면 하는 음악이 된다.

기타키는 남자 일러스트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많다. 한 번 태어났으면 누구든지 겪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건 그 과정을 성공이냐 실패냐로 나누지 않아서다.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그들에겐 행동이 있었다. 그걸 평가하지 않는 관조적인 자세는 괴상하게 쓰여진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훌륭해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이림 아바타Opinions 벳지

만화가. 컨텐츠 기획제작 회사 '문와처'에서 만화웹툰팀장으로 있습니다. 작품으로는 '죽는남자', '봄,가을', 'R에 관해서'가 있으며, 저서로는 '죽는남자', '봄,가을', 'Free soul-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와 장난감, 오늘의 밑반찬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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