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레버쿠젠을 주목하라

바이엘 레버쿠젠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1980년대,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이 ‘차붐’이라 불리며 독일 분데스리가를 휘젓던 기억. 그 추억 속에는 언제나 ‘레버쿠젠’이라는 클럽이 있었다. 이제껏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 없는 팀이지만, 유럽 무대를 제패한 경험을 가진,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분데스리가 우승 후보로 거론된 이 팀에서, 우린 당연스럽게도 언제나 차범근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클럽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이끌었던, 그 하이라이트의 정점에 선 인물이 바로 차범근이기 때문이다. 1988년, UEFA컵 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이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안게 했던 것이 바로 차범근이었기 때문이다.

[서형욱의 풋볼리스트] 손흥민과 레버쿠젠을 주목하라

LG전자가 주목한 레버쿠젠과 손흥민

하지만 우리에겐 늘 추억 속의 이름이던 레버쿠젠이 얼마 전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지난 시즌까지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뛰던 손흥민이 지난 여름 레버쿠젠에 입단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월 말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LG전자가 레버쿠젠과 3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이 클럽은 한국인들에게 조금 더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LG전자 레버쿠젠 스폰서십 발표 현장으로 손흥민 선수가 검은색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LG 레버쿠젠 스폰서십 발표 현장

레버쿠젠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모셔온’ 손흥민은 이제 갓 만 스물을 넘긴 청년이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기대를 한껏 모았다. 지난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이래 거침없는 돌파와 강력한 슛팅으로 단순한 유망주 이상의 성과를 보여온 손흥민은, 같은 해 FIFA(국제축구연맹)이 선정한 ‘세계 10대 유망주 23인’에 꼽힌 것을 비롯해 각종 유럽 언론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특히, 지난 5월에 마감된 2012/2013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총 33경기에 출전해 12골을 터뜨리며 두 자릿 수 득점을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0년 10월 30일, 당시 소속이던 함부르크 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39년만에 갈아치우며 혜성같이 등장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LG G2의 화면에 레버쿠젠의 로고가 보이고 그 뒤로는 축구 경기장의 모습이 보인다.

 

유럽 3대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활약은 실로 놀라웠다. 리그 중위권 클럽에 소속된 스물을 갓 넘긴 선수가 한 시즌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분명 돋보이는 성과였다. 지난 시즌 리그 3위를 기록하며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한 바이엘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가 되었다. 손흥민은 입단과 함께 주전 자리를 꿰찼고, 키슬링, 샘 등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과 발을 맞추며 새로운 시즌에 발빠르게 적응했다.

또한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서서히 에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뒤 흔들리던 국가대표팀은 기존의 이청용, 구자철 등에 손흥민이 가세하면서 점차 공격진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낸 손흥민은 지난 9월 6일 인천에서 열린 아이티와의 친선 경기에서는 혼자 2골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월드컵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의 새로운 핵심 공격수로 자리를 굳히는 중이다.

 

레버쿠젠의 공식 엠블럼이다.

▲ 바이엘 04 레버쿠젠 공식 엠블렘 (출처: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손흥민이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그의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 역시 올 시즌 무서운 기세로 우승권에 도전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 도르트문트의 견제 구도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지만 손흥민이 가세한 레버쿠젠은 이 구도를 위협할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또한, 앞서 언급한대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올라 2002년 이 대회 준우승을 넘어서는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바이엘 레버쿠젠은 과거 박지성이 속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등 강호들과 함께 A조에 속해 쉽지 않은 32강 조별리그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팀들을 상대로 손흥민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팀의 성적은 물론이고 차후 유럽 무대에서 손흥민 자신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하나 매우 기대되는 대진이 아닐 수 없다.

 손흥민 선수가 LG G2 로고가 새겨진 빨간 유니폼을 입고 상대 선수와 볼 겨루기를 하고 있다.
▲ LG G2 로고가 새겨진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

손흥민은 여러모로 특별한 존재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 유스 시절부터 유럽의 동년배들과 겨뤄 함부르크 1군에 진입했고, 이러한 유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한국 선수로는 유례가 없는 사례다.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유럽 리그에서 보여주는 활약 역시 비근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이다. 아직 유럽 정상급 선수라 부를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또래 선수들 가운데서는 손에 꼽을만큼 놀라운 성장세이며 본인 스스로 이를 내세우거나 그에 만족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1년, 손흥민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며 레버쿠젠과 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축구에 관심있는 한국인이라면, 그래서 손흥민의 이름을, 그리고 그가 속한 레버쿠젠의 이름을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축구는 또 하나의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서형욱 아바타Opinions 벳지

서형욱은 http://blog.naver.com/minariboy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 문화방송(MBC) 축구해설위원으로, 무엇이든 읽고(드 보통 보단 뮈소), 보고(100분토론 보단 두분토론), 듣고(아델 보단 므라즈), 쓰는걸(소설 보다는 기행) 즐기는 편이며 장르는 잡식이다. 하나에 빠지면 둘과 셋은 잠시 미루는 성미이다. 지난 13년간 축구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본인도, 본인 어머니의 며느리도 모른다는 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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