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바다 먼 바다, 해양(海洋)

‘바다’가 등장하는 아주 멋진 명구가 있다. 진시황(秦始皇)을 도와 중국 전역을 제패한 인물 이사(李斯 BC284~208년)의 명언이다. 그는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라는 내용의 ‘축객령(逐客令)’을 내리자 그를 제지하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린다. 그 안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태산은 다른 곳의 흙을 물리치지 않아 그 거대함을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아 그 깊음을 이루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한자 그물로 중국漁 잡기] ⑦ 가까운 바다 먼 바다, 해양(海洋)

이 말을 한 이사라는 인물도 장하지만, 그 말이 함축한 ‘포용(包容)’과 ‘관용(寬容)’의 의미를 받아들여 결국 자신이 내린 ‘축객령’을 철회한 진시황도 장하다. 외부의 요소를 배제한 채 속 좁은 길로 갈 뻔했던 진시황의 배타적 정책은 그로써 멈췄고, 진나라는 마침내 중국 전역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판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가득 찬 곳에서 빈 곳으로 향한다. 그런 물은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으며, 그 물의 흐름에서 손자(孫子)는 남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사색, 즉 병법(兵法)의 체계를 완성한다. 그런 물이 거대하고 웅장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사의 말처럼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런 태도를 가리키는 성어가 위의 인용문에서 나온 ‘不擇細流(불택세류)’다. 작은(細) 물줄기(流)를 가리지(擇) 않는다(不)는 엮음이다.

바다

바다를 일컫는 한자 단어는 아주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한자를 만들고 키운 지금 중국이라는 곳이 바다보다는 대륙의 땅을 자신의 정체성에 더 많이 연결시켰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몇 몇 단어는 눈길을 끈다. 우선 天池(천지)라는 단어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글자다. 하늘이 만든 커다란 연못이라는 의미로 바다를 그렇게 적었다. 물의 으뜸이라는 맥락에서 만든 단어는 水王(수왕), 元流(원류), 水宗(수종) 등이 있다. 모든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다는 뜻에서 百谷王(백곡왕)이라고 적었다는 기록도 있다.

滄海(창해), 滄溟(창명)이라는 단어도 제법 귀에 익다. 滄(창)은 바다의 푸르른 색깔과 관련이 있는 글자다. 溟(명)은 드넓어서 아득하기만 한 크기를 가리키며 역시 바다를 뜻하는 글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글자는 海洋(해양)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물인 바다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海洋(해양)은 차이가 없다. 우리는 둘 모두를 ‘바다’로 통칭하지만, 요즘 정의(定義)로서의 海(해)와 洋(양)은 다르다. 먼저 큰 바다를 일컫는 글자가 洋(양), 그보다는 작은 바다가 海(해)다. 洋(양)은 오대양(五大洋)을 떠올리면 좋다. 태평양(太平洋), 대서양(大西洋), 인도양(印度洋), 북빙양(北氷洋), 남빙양(南氷洋)이다. 지구 전체를 통칭하는 오대양육대주(五大洋六大洲)의 그 오대양(五大洋)이다.

洋(양)은 큰 바다로서 스스로의 체계성을 지닌 바다다. 자체의 조류(潮流) 특성이 있으며, 일정한 밀물과 썰물의 조석(潮汐) 체계를 보인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며, 평균 수심은 3000~1만m 정도다.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89%를 차지하니, 이를 빼고서는 지구의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海(해)는 그에 비해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다. 따라서 육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수역(水域)이다. 전체 바다 면적의 11%를 차지하며, 수심은 평균 2000~3000m 정도다. 인접한 육지의 바람 등 기후 조건과 하천 유입 등의 영향을 받아 수온(水溫)과 물색 등에서 잦은 변화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해 맑은 날 찍은 시원한 제주도 바다 모습

해 맑은 날 찍은 시원한 제주도 바다 모습. 점점이 흰색으로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도 인상적이다.

이제 그 바다를 찾아가는 계절이다. 가까운 바다에 갈 사람이 많겠고, 먼 바다에도 나아가는 사람도 있겠다. 시원하고 푸르른 바다에서 우리는 일상의 피로를 날려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하나 더 배우면 좋다. 바다의 그 무한대에 가까운 포용성 말이다. 작은 흐름 마다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는 바다의 그 넉넉함까지 마음에 새길 수 있다면 이번 휴가는 더 큰 보람으로 채워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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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 23년의 전(前) 언론인이다. 중앙일보 사회부를 비롯해 국제와 산업,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다. 주력 분야는 ‘중국’이다.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장강의 뒷물결, '지하철 한자 여행_1호선',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등 중국, 한자 관련 저서 5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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