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淸廉)의 덕목이 필요한 이유

물이 맑고 깨끗하면 우리는 淸(청)이라는 글자를 떠올린다. 그를 활용해 만든 단어의 하나가 淸廉(청렴)인데, 뒤의 글자 廉(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그저 ‘청렴하다’ ‘깨끗하다’의 새김으로만 받아들인다. 원래 그랬을까. 의문이 슬쩍 찾아드는 글자다.

이 글자는 원래 건축에 관한 용어다. 집을 지을 때 한 건물의 가장자리, 즉 변(邊)을 가리키는 명사다. 커다란 집채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번듯한 건물을 일컫는 당(堂) 또는 청(廳)이다. 이 당과 청의 변을 일컫는 글자가 廉(렴)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한자 그물로 중국漁 잡기] ⑤ 청렴(淸廉)

그 선은 반듯해야 마땅하다. 조금이라도 휘어짐이 생긴다면 건물 전체의 모습이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건물의 정각(正角)을 잡아주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廉(렴)이다. 그 변이 모아지는 ‘구석’ ‘모퉁이’를 한자로는 隅(우)라고 적는다. 이 隅(우) 또한 곧아야 한다. 변이 모여 이뤄지는 구석이니 그 각이 정확하지 않으면 건물은 틀어진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廉隅(염우)다. 곧고 올바른 행실, 절조(節操)가 분명한 행동거지, 염치(廉恥)라는 뜻까지 얻었다. 이로써 우리의 의문은 조금 풀린다. 한자 廉(렴)은 당초의 건축 용어에서 옳고 바름, 곧음, 나아가 청렴의 뜻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청렴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은 달리 부연할 필요가 없다. 높은 공직에 올라 있거나 올랐던 사람이 곧고 바름을 유지함이 廉(렴), 제 직위의 후광을 업고서 남의 재물을 엿보거나 받는다면 貪(탐)이다. 청렴(淸廉)에 이어 그런 관리를 뜻하는 염관(廉官)과 염리(廉吏), 청렴하면서도 뚜렷이 살피는 청렴명찰(淸廉明察)의 염명(廉明)이라는 단어가 그래서 이어진다.

양속이라는 동한(東漢) 때 관리가 다른 사람이 선물로 들고 왔던 생선을 건드리지도 않은 채 마루 앞에 걸어뒀단다. 그렇게 생선을 오래 놔두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또 선물을 들고 오면 그를 말없이 보여주며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양속현어(羊續懸魚) 또는 현어(懸魚)라는 성어다.

양수청풍(兩袖淸風)의 주인공, 우겸(于謙)의 교훈    

뇌물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아 성행했던 명(明)나라 조정에서도 깨끗함을 유지한 사람 하나가 있다. 지방 벼슬아치였던 그가 수도를 잠시 방문하자 높은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친구의 권고를 받았다. 그러자 그는 “상관에게 바칠 뇌물은 없고 두 소매에는 깨끗한 바람 뿐”이라고 했다.

우겸

| 명나라 때의 청렴한 관리의 대명사로 일컬어진 우겸(于謙)   

우겸(于謙)이라는 인물 이야기다. 그 스토리는 지금까지 ‘두 소매에는 깨끗한 바람 뿐’이라는 뜻의 양수청풍(兩袖淸風)이라는 성어로 남았다. 옛 복장에서 폭이 넓었던 소매는 높인 이에게 바치는 뇌물을 넣고 다니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모두는 청렴한 관리를 뜻하는 말들이다. 맹자(孟子)는 그런 대목에서 항상 멋진 충고를 던진다.

“가져도 좋고, 가지지 않아도 좋을 때, 가진다면 청렴함을 떨어뜨린다(可以取, 可以無取, 取傷廉). 줘도 좋고, 주지 않아도 좋을 때, 준다면 은혜의 깊이가 떨어진다(可以與, 可以無與, 與傷惠). 죽어도 좋고, 죽지 않아도 좋을 때, 죽는다면 용기의 진정성을 손상한다(可以死, 可以無死, 死傷勇).”

 

여운이 남는 말이다. 그 담긴 뜻은 곰곰이 살필 필요가 충분하다. 청렴함의 덕목이야 사실은 특정한 영역을 가릴 수 없다. 우리가 살아 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공적(公的)인 관계를 맺고서 살아야 하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다 필요한 덕목이다.

청렴의 덕목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맹자의 충고를 가끔씩이라도 떠올리면 좋겠다. 꼭 가져도 좋지 않을 것이라면 가져야 한다는 마음을 접자. 청렴함을 해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줄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면 행동은 떳떳해지는 법이다. 더구나 그 욕심이 제 몫이 아니라는 점을 일찍 알아챈다면 탐내는 마음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건축물에 들어 있는 반듯한 선은 그래서 옛 사람들에게 눈에 띄었던가 보다. 곧게 뻗어 흔들림이 없는 바른 직선(直線)을 보며 청렴(淸廉)의 단어를 조합했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렇게 바르고 곧은 직선을 만나면 늘 내 마음도 한 번 그에 견주자. 내 자세는 비뚤어지지 않았나, 마음은 곧게 제 자리를 향해 뻗어가고 있는가 등을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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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 23년의 전(前) 언론인이다. 중앙일보 사회부를 비롯해 국제와 산업,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다. 주력 분야는 ‘중국’이다.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장강의 뒷물결, '지하철 한자 여행_1호선',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등 중국, 한자 관련 저서 5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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