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이제 곧 현실이 된다

고글 같은 기기(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HMD)를 착용, 가상의 현실을 볼 수 있게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기. 지난해 10월 처음 착용했을 때 낮은 해상도와 어지러움 때문에 제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가 없었다. 너무 낯선 기기였기 때문에 “이런 걸 뭐 하러 만드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기기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이 낯선 기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던 것이다. 못생긴 기기를 머리에 차고 눈에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대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기기를 차고 있는 사람이 ‘긱(Geek)’처럼 보이기도 했고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일까 우려되기도 했다.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⑤ 가상현실, 이제 곧 현실이 된다

개인적으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 참석한 후 가상현실 기기에 대한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CES 2015’에 나선 가상현실 기술 업체 ‘오큘러스’ 부스엔 한번 체험해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인텔, 퀄컴 등의 부스에서 시연된 가상현실 기기 코너도 인산인해였다.

CES 2015 '오큘러스' 부스에서 가상현실 기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제대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해 보니 몰입감이 대단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VR 기기로 그랜드캐년을 촬영한 걸 봤는데 헬리콥터를 타고 협곡을 곡예비행하는 것이 실제로 그랜드캐니언을 비행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헬기를 타고 각국을 여행하는 콘텐츠를 담으면 대박이고 게임과 영화도 무궁무진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멋진 영상을 VR로 보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다. 물론 오래 볼 수는 없었다. 눈도 조금 아팠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금방 소모되었지만, 이는 기술이 극복해 줄 것이다. 내가 이 기기를 차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누가 봤다면 아마 “저 친구는 분명 사회 부적응자일꺼야”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열고 VR이라는 신기술을 들여다보니 저절로 ‘와우’란 감탄사가 나왔다. 가상현실 기기는 올해까지 아직 준비단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나온 VR 기기는 대부분 ‘개발자 버전’ 또는 ‘탐험가 에디션’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올 하반기(또는 내년 상반기)에 상용 제품이 본격 등장하고 오는 2020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123억 달러(약 13조 51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도 VR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웨어러블용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웨어’처럼 조만간 ‘안드로이드 VR’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VR로 인해 5년 내 영화와 게임의 경계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스크린의 경계도 무너질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특히 페이스북)와 결합하면 페친과 같이 동접(동시접속)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약 2조 1400억 원)에 인수한 것은 1년 만에 ‘돈 낭비’에서 ‘신의 한수’로 판명되고 있는 것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VR 가상 체험 기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 국내외 언론의 눈이 쏠려 있었지만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관심은 ‘게임개발자회의(GDC)’에 쏠려 있었다. 게임 개발자 회의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이나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EA에서 나오는 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모두 ‘가상현실’로 바뀌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전설의 게임 ‘둠’을 만들었던 존 카맥 오큘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오큘러스와 페이스북은 소수를 위한 VR이 아니라 전 세계 폭넓은 대중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VR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가상현실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니는 ‘GDC 2015’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초기 버전(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현실감과 몰입감이 더 강화되고 반응시간은 절반으로 줄어 더욱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소니 측은 “프로젝트 모피어스가 거의 완성 단계의 기술(near-final technology)이다”고 강조하며 VR 기기의 대중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VR 기기가 큰 관심을 모았다. 대만의 HTC는 VR 기기 ‘바이브'(Vive)’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트래킹용 카메라 장치 2개를 사용, 4.5m 공간 내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VR for G3 제품 이미지

이에 앞서 LG전자는 구글 카드보드 기반 기술로 스마트폰 G3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 for G3’를 만들었다. 구글은 모든 업체가 VR 기기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도를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LG전자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재질로 VR 기기를 만들어 G3를 넣어 머리에 착용하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

MS의 홀로렌즈 시연 장면. 성인 남성 3명이 홀로렌즈를 쓰고 손을 내밀고 있다.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온 ‘가상현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새 운영체제(OS) 윈도10을 발표하면서 히든카드로 ‘홀로렌즈(Hololens)’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가상현실’이 실제 세계로 진입할 것임을 예고한다.

물론 MS 홀로렌즈는 ‘가상현실 기기’는 아니다. 현실에 가상의 객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이라고 부른다. 현실 위에 컴퓨터 이미지를 입혀 작동하는 방식이다. MS는 홀로렌즈 시연 이후 관계자들의 격찬을 받았는데 이 기기가 제대로 작동할지, 구글 글라스처럼 시제품이 그칠지 모르지만 ‘증강현실’이 어떻게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윈도우10의 홀로렌즈 사용 모습

MS가 공개한 시연에는 현실 이미지에 가상의 컴퓨터 이미지를 중첩시켜 사용자 경험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사례가 시연됐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딸이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스카이프로 통화하면서 아버지에게 싱크대의 배관 문제를 수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버지는 딸의 눈앞에 화살표를 그려서 부품의 위치나 설치 방법, 작업에 필요한 공구 등을 알려줬다. 말로 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려주면 훨씬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홀로렌즈가 이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의 신기술이 합쳐져 이제 ‘경험 현실(ER : Experienced Reality)’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고글과 같은 기기를 머리에 차면 경험된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서 경험할 현실이 될 것이다. 미래가 아니다. 곧 경험하게 될 현실이다.

손재권 아바타Opinions 벳지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LG 삼성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국내외 글로벌 IT 기업을 취재하고 있다. 전자신문과 문화일보 기자를 거쳤다. 2012년~2013년 미 스탠포드 아태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혁신 비결과 기업 문화 그리고 기업가정신에 대해 강연 및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파괴자들 Disruptors(2013년)', '앱스토어경제학(공저)', '네이버공화국(공저)'등이 있다. 블로그로 '손재권 기자의 점선잇기(http://jackay21c.blogspot.kr)'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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