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독서여행, 성안마을 강풀 만화거리

만화 속 이야기가 골목길에 펼쳐지면 어떤 느낌일까? 스마트폰과 PC로 보던 웹툰이 골목에 살포시 들어왔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남들과 다른 눈으로 하는, 마음으로 하는 독서를 하고 싶어 강동구의 ‘강풀 만화거리’로 떠났다.

강풀 만화거리 초입. 담쟁이 넝쿨과 함께 어우러진 조형물이 보인다.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와 200m 정도 걸었을까? 싱그러운 초록빛을 머금은 담쟁이넝쿨이 보인다.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를 알리는 표지판과 자전거 타이어로 만든 ‘어서 와’라는 조형물이 이곳의 첫인상이었다.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를 배달하는 김만석 할아버지와 폐지를 줍는 송이뿐 할머니의 따스하고 소박한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이 벽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누군가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지라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다니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벽화가 그려진 골목의 느낌은 따스하고 편안하다.

[멀티라이프의 도심 속 힐링여행] ⑥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하는 독서여행,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

강풀 만화거리를 나타낸 지도

구불구불한 골목을 다니다 보면 벽화가 어디에 있나 걱정도 되고, 헤매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강풀 만화거리 입구와 성내 시장 근처에 위치한 29번 벽화 ‘사랑하고 있나요’ 앞에서는 벽화거리 지도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지도를 한 장 갖고 있으면 벽화가 있는 위치는 물론 시장까지 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벽화로 그려져 있는 강풀 만화의 한 장면

  |만약 지도가 떨어지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벽화가 길을 알려준다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을 벽화로 나타냈다.

  |봄이 온 듯, 화려하고 예쁜 색으로 그려진 ‘당신의 모든 순간’

지도 한 장을 들고 처음 와보는 동네 골목길을 마치 어렸을 때 뛰어놀던 고향 골목처럼 걸어가 본다. 무엇보다도 나를 향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은 그림들이 있기에 친구와 함께 걷는 듯한 느낌도 든다.

강풀 만화거리 곳곳의 풍경. 벽에 그려진 만화들.

높은 담에 앉아 만화거리를 찾은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승룡이. 그리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승룡의 단짝 친구 ‘상수’. 두 친구의 우정이 골목을 꽉 채운 느낌이다.

벽화 속에서 강풀 만화가의 캐릭터가 인사하고 있다.

  |벽화 속에서 강풀 작가가 인사를 하고 있다.

성안마을의 강풀 만화거리는 2013년에 강동구의 ‘따뜻한 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시리즈인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4편의 만화를 마을의 이야기와 엮어 벽화와 조형물로 조성한 거리다. 만화가 강풀 씨는 강동구에 오랜 기간 살았고 이 마을 곳곳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이렇게 예쁜 만화거리가 만들어졌다.

거리 곳곳 강풀 만화가의 그림으로 꽉 차있다.

골목 속에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와 예전부터 봐왔던 웹툰, 영화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짧은 몇 마디 대사지만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웹툰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미안한, 고마운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소소하고도 정겨운 문구, 쑥스럽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 등에서 미소가 저절로 피어난다.

'드디어 마지막 벽화입니다!'라는 문구

어느덧 마지막 벽화에 이르렀다. 만화거리 골목의 마지막은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이다. ‘사랑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라는 그림으로 작품 속 김민석 할아버지가 송이뿐 할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다. 연인과 함께 걸으면 아마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어서와요'라는 글귀가 돋보이는 강풀의 만화 입간판. 성내전통시장의 모습

벽화골목을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성내 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시장구경도 재미있지만, 먹거리가 많아서 벽화를 구경하며 생긴 허기를 채울 수 있어서 더 신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 곳곳에서도 재미있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성내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떡볶이 등 분식과 교통카드 결제기

시장 안에는 맛집들이 꽤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맛있는 어묵을 먹을 수 있는 ‘새벽길 빨간오뎅’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운 어묵은 특이하게 콩나물을 얹어주는데, 매콤한 양념과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어우러진 새로운 맛이었다. 그리고 성내 전통시장의 모든 가게에서는 카드결제가 된다. 교통카드는 물론이고 일반카드 결제도 가능한데, 정겨움은 그대로 갖추면서 편리함은 더해가는 시장의 변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별' 악보가 그려진 벽

정겨운 골목과 시장을 걸으면서 얻은 작고 소박한 행복이었다. 만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즐겁고 신나는 기분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강풀 만화거리에서는 3인 이상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14시에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강동구청 도시디자인과(02-3425-6130)로 신청하면 되고, 매주 월요일 18:00시까지 접수를 마감한다. 강풀 만화가 처음이라 낯설다면 도슨트 투어를 신청하면 그림 속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LG G4로 벽화를 촬영하는 모습

  |글에 담긴 모든 사진은 LG G4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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