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인동, 새해를 시작하기 좋은 특별한 곳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무대는 ‘숭인동’이다. 대체 숭인동이 어디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이 골목을 찾는 이들도 종종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관광객들보다도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더 많이 다니고 있고, 서울 사람에게는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숭인동이라는 이름은 1914년 동명 개정 때 조선 초부터 있었던 ‘숭신방’과 ‘인창방’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숭인동이라는 이름보다는 ‘동묘앞역’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세조의 조카로 짧은 생을 마감한 단종과 깊은 연관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 ‘봄봄’, ‘동백꽃’ 등을 지은 김유정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분명 서울 시내지만, 기암절벽이 펼쳐있고, 절벽 아래 바싹 붙어 촘촘히 들어선 집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빽빽하고 까마득하게 집이 펼쳐져 있어 낯설면서도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고, 누구의 방해 없이 조용하게 사색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멀티라이프의 도심 속 힐링여행] ④ 숭인동, 익숙하지만 특별한 곳에서 시작하는 새해

60세~90세들의 홍대거리, 동묘 벼룩시장

동묘 벼룩시장의 모습(위), 직접 손으로 쓴 것 같은 '종로 자전거' 간판(왼쪽 아래), 카메라, 전화기 등 다양하게 놓여진 좌판(오른쪽 아래)

동묘지하철 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동묘공원 사이 긴 골목길을 따라 걷게 된다. 이 거리는 60세~90세들의 홍대 거리라 불리는 동묘 벼룩시장이다. 젊음의 열기로 넘치는 시끌벅적한 홍대 거리와 사뭇 다른, 간간이 트로트가 들리고, 정겨운 흥정을 하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이 많아 분위기가 어두울 것 같지만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오래된 카메라, 전화기, 옛날 무전기, 안마기 등의 골동품과 생필품 등을 팔고 있어 물건 구경만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건을 내려놓은 곳이 상점이며, 지나가다 멈춰 서면 바로 손님이 되는 셈.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걷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곳은 느리게 구경하며 느리게 다시 걸을 수 있는 곳이다.

# 동묘 벼룩시장 위치 : 동묘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이르는 길 

잠시 잊고 지냈던 삼국지 속 관우 떠올리기, 동묘공원

동묘공원의 입구(위), 관우를 모신 정전 건물(왼쪽 아래)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관우상(오른쪽 아래)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의 내용을 다 기억하라면, 다 기억해 낼 수는 없을 듯하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어김없이 들어가는 게 ‘독서하기’지만, 한 달에 서너 권 읽는 것도 빠듯한 것이 요즘을 사는 우리다. 조용한 동묘공원에서는 삼국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노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묘는 관우를 모신 사당이 있는 곳으로 임진왜란 때 원병으로 온 명나라 병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1602년 무렵 세워졌다. 관우를 모신 정전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6칸으로 정면보다 측면이 길어 안으로 깊은 공간을 가져 특이하다. 물론 우리의 의지가 아닌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한때 동서남북, 사방으로 묘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 동묘만 남아있고, 보물 142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이색적인 건물을 눈여겨보는 이는 거의 없다. 주말이면 어르신들이 모여 산책을 하고, 가끔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 뿐이다. 햇살 좋은 날에 정전 앞에 앉아서 쉬다 보면 이렇게 조용한 곳이 서울에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차분한 느낌이 든다.

# 동묘공원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난계로27길 84

그림을 따라 조용히 걸어보기, 숭인동 벽화골목

왼쪽 상단부터 차례로 숭인동 벽화골목의 다양한 벽화들

종로65길, 숭인 2동 주민센터가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면 점점 골목이 좁아지고 경사도 급격히 높아진다. 숨은 차기 시작하는데,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꼬불꼬불해지는 골목에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하나둘 인사를 하는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벽화가 없을 것 같은 골목에서 벽화들은 툭툭 튀어나오며 반갑게 맞아준다. 골목 안에 어떤 벽화가 어디에 있는지 주민들은 알겠지만, 이곳이 처음인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신비한 곳이기도 하다.

# 숭인동 벽화골목 위치 : 종로 65길, 숭인 2동 주민센터가 있는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 길 

서울시 전경이 차분하게 자리한 곳, 숭인근린공원(동망봉)    

숭인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길. 미처 녹지못한 눈이 쌓여있다. 동망봉의 팔각정(좌),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서울 시내(우)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빛바랜 ‘공원길’이라는 표시가 보이고, 숭인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보인다. 여행자들에게는 ‘동망봉’이라는 단어가, 이곳 주민들에게 ‘숭인공원’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곳이다. 가쁜 숨을 내쉬며 공원을 둘러보면 운동하는 주민들이 보이고, 공원은 차분하게 여행자를 반긴다.

팔각정에 올라 빼곡히 집들이 들어선 풍경을 바라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운동하는 주민들의 운동코스를 따라 걸어본다. 어디서 어떻게 보든 동망봉에서는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전망 명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지막한 이 봉우리는 조깅코스, 산책코스로도 좋지만, 눈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 숭인근린공원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망산길 150  

새해 소망과 다짐을 격려하고 싶은 곳, 청룡사

가파른 오르막에 위치한 청룡사의 모습

숭인공원을 빠져나와 아파트 공사현장을 벗 삼아 내려오다 보면 큰 도로를 만난다. 가파른 경사로에서 기우뚱하게 서 있는 절이 바로 청룡사다. 한때는 왕후였지만 끼니를 걱정할 처지에 처한 정순왕후. 그녀는 단종이 세상을 떠나고 청룡사 비구니로 출가해 82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지냈다고 한다. 이후 세조는 식량과 집을 내주었지만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고, 옷감에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업으로 겨우 먹고살았다고 한다.

고려 태조 5년(922년)에 도선국사의 유언에 따라 태조 왕건이 명을 내려 창건했고, 풍수지리적으로 한양의 외청룡에 해당하는 산등에 지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청룡사라 했다 한다. 청룡사는 서울 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절 중에서 가장 고요한 절이라 말할 수 있다. 소규모의 아담한 절이지만, 석조삼불상과 전각 내 불화 상당수가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청룡사 대웅전의 모습. (위), '삼각산청룡사' 현판 아래 문이 열려있는 입구(왼쪽 아래),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있다. (오른쪽 아래)

절의 문은 활짝 열려있고, 종교와 상관없이 아무나 들려도 되는 곳이라 말하고 있다. 아담한 절을 들여다보면, 간절히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을 보다 보면 새해 소망을 꼭 이루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싶어진다.

# 청룡사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망산길 65

우리나라 인구의 1/4이 살고 있는 서울. 어디를 가든 사람들과 부대끼고, 부딪히게 되고, 그들의 빠른 발걸음에 덩달아 나도 조급해진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어떤 하루만큼은 조용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필요하다. 찬찬히 걸어도 보고, 눈 아래 펼쳐지는 서울 시내 풍경을 바라보며 올 한 해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5년은 작년보다 낫기를,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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