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식노동의 강도는 점점 더 높아져가고만 있습니다. 과연 지식노동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노동시간과 압박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노동자로서 이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히 챙겨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입니다. 수십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와 몸뚱이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망가지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류한석의 피플웨어] ⑦ 지식노동자의 직업병, 탈진증후군

여기에서는 지식노동자들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그 중에서도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진증후군은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인해 갑자기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을 뜻하는데, 연료를 모두 소진한 나머지 멈추어 버린다는 의미에서 ‘소진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낭떠러지에 밀어버리는 그림

현대 사회와 조직에서 이러한 탈진증후군은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전이 없고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초과근무와 압박감이 심한 업무 환경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탈진증후군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신체적 질병과 달리 탈진증후군은 육체적인 통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한 증상(계속 피곤하고 아무런 의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굴이 성냥모양으로 다 타버린 모습

이러한 탈진증후군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낮은 생산성을 초래하고,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험합니다. 더욱이 신체적 질병은 치료를 하면 되지만, 탈진증후군은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만, 탈진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단의 요인이 잠시 동안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결국 탈진증후군이 나타나게 됩니다.

탈진 증후군이 발생되는 원인
괴로워 하는 모습

●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대의 설정: 하지만 그에 못 미치는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또는 실망감
● 업무에 대한 중압감: 무거운 책임감, 과도한 업무량
● 열심히 일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 하지만 비전이 없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
● 부하직원에게 권한위임을 하지 않을 때: 할 일이 너무나 많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
● ‘아니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성격: 원하지 않지만 거절하지 못해 업무를 떠맡을 경우
● 자기 희생에 대한 실망스러운 피드백: 자발적으로 남들보다 많은 업무 또는 남들이 원하지 않는 업무를 떠맡았지만 사람들이 고마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할 때
● 업무와 개인적인 삶의 상충: 과중한 업무로 자신과 가정을 챙기지 못해 내면으로부터 압박감이 커지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한마디로, 탈진증후군은 해야 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발생합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의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이자, 성과사회라고 했죠. 그런데 그것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성공의 쟁취가 최고의 규율로 등극하게 됐습니다.

성공을 위해 과도하게 긍정의 정신을 강조한 나머지 긍정성의 과잉이 나타나게 됐으며,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불안과 좌절감이 지속적으로 자아를 압박한 결과 갑자기 의욕을 잃고서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자신 자신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돼 쓰러질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이 미덕으로 치부되는 소위 ‘자기착취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입니다.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성공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착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착취한 결과, 인류는 타인은 물론이거니와 자기자신을 착취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타인착취와 자기착취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극소수의 사람들은 성공을 쟁취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탈진증후군에 빠지게 됩니다. 무서운 사실은, 탈진증후군은 그 결과가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기에 증세가 심할 경우 그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노력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기력증이 아니겠죠.

그러니 탈진증후군의 마지막 단계, 즉 모든 의욕을 상실해 어떠한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자기자신을 내버려두어서는 안됩니다. 탈진증후군의 예방 또는 초기 단계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참고해 보세요.

첫째, 무엇보다 여유(slack)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갖기 위해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중요한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일해야 합니다. 관리자라면 특히 권한위임(empowerment)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권한위임이야말로 탈진증후군에 빠지지 않으면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탁월한 방법입니다.

You Have To Delegate Some Authority

둘째, 현재 맡은 업무를 벗어나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만일 그것이 힘들다면 업무 외의 관심사를 개발하세요.

탈진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자신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업무상 그런 일을 찾으면 좋겠지만, 여건상 그것이 힘들다면 다른 관심사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오프라인 세미나 등에 참여해 새로운 사람들과 지적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색이나 독서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만일 심각한 탈진증후군에 빠지게 되면, 그런 모든 활동에 대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전에, 의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당장 행동에 옮기세요. 한때 총명하고 활동적이었으나 피곤에 절은 흐릿한 눈동자를 갖게 된 지인을 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답니다.

셋째, 조직이나 타인의 관점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도록 하세요.

물론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조직과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런 관점에서만 자신을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진정한 자존감(self-esteem)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옵니다. 자기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부터의 자신의 가치를 찾으세요. 그러면 타인의 비난과 공격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답니다.

앞으로 거의 모든 업종에서 노동 강도가 점점 더 높아져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극도의 피로감이 우리를 감싸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인해 좌절하는 일도 많아지겠지요. 물론 우리 중 일부는 성공을 쟁취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일 겁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성공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 탈진증후군에는 빠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탈진증후군은 자기자신의 미래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니까요.

그러니 보다 여유를 갖고, 동기부여가 안 되는 일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스스로의 놀라운 가치를 자신의 내적요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재평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저와 여러분에게 이 강력한 사회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나아가서는 언제나 즐겁게 살 수 있는 영속적인 힘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