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혹시 연탄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언제부턴가 연탄은 이제 TV에서나 보는 남의 나라 물건이 되지는 않았나요?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집에는 연탄을 사용했지만, 그 이후에 이사간 뒤로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했기 때문에 연탄에 대한 기억은 그동안 제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혀져갔습니다. 그 후로 연탄을 본 것은 연탄불 구이 돼지갈비나 돼지껍데기, 연탄구이 생선처럼 퇴근 후 한잔 할 때 우리의 미각을 돋우는 도구로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탄을 제가 2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바로 얼마전 팀 송년회 때문이었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 배달로 의미있는 송년회를!
12월 초에 저희 팀에는 연말 송년회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시된 안은 3가지. 첫번째는 남들처럼 흥청망청 송년회가 아닌 뜻깊은 송년회를 보내자는 취지의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 배달’, 두번째는 영화나 연극을 단체로 관람한 뒤 저녁 식사를 하는 ‘문화 생활’, 세번째는  남들처럼 그냥 ‘저녁 먹고 술 먹고’. 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좋은 일이나 한번 하자는 생각에 첫번째 안을 선택했지만, 솔직히 ‘아무도 힘든 연탄 배달은 좋아하지 않을텐데, 이거 나만 튀는 거 아냐…’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탄 사진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송년회 프로그램의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다수의 선택으로 ‘독거노인에게 연탄배달’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의외의 결과에 나도 다소 놀랐지만, 송년회를 흥청망청 보내는 것보다는 좀 더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던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결국, 다수의 의견에 따라 올해 송년회는 연탄 배달로 결정되긴 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조금씩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연탄을 한번도 날라보지 않았는데 무겁지는 않을까, 깨뜨리면 어쩌나, 배달 끝나고 영화 ‘모범시민’을 보기로 했는데 얼굴까지 까매지면 어쩌나 등등. 심지어 어떤 사원은 태어나서 연탄을 처음 만져본다고도 했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 연탄 배달에 나서다
마침내 연탄 배달을 하기로 한 12월 중순의 어느 날. 아뿔사! 하필이면 이 날 반갑지 않은 겨울비는 왜 오락가락하는게 아닌가. 모처럼 착한일 하려고 옷도 따로 준비해 왔는데, 비가 오전 내내 보슬보슬 내린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연탄이 비를 맞으면 연탄 가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달을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그래도 비가 내리는 와중에 배달을 강행키로 했습니다.

오후 2시. 영등포 노인복지회관으로 집합해 복지관장님으로부터 관내 독거 노인의 현황을 전해들었는데, 영등포 관내에만 도움이 필요한 독거 노인의 수가 5천 명이 넘는다는 말에 과연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탄 나르는 사진
사회 복지사의 안내로 봉사단은 3개조로 나뉘어 연탄 배달과 쌀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신길동 대신시장 근처의 팔순 할머니가 사시는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지은지 족히 40년은 되어 보이는 한옥집에서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는데, 이 집에 연탄 250장을 배달하는 게 첫번째 임무.  다행히 집 앞 10여미터 앞까지 트럭이 들어올 수 있어서 10여 명의 인원으로 어렵지 않게 연탄을 나를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집도 역시 바로 집문 10여미터 앞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어 힘들지 않게 배달이 되는가 했는데, 주최측의 착오로 첫번째 배달차와 두번째 배달차가 서로 뒤바뀌는 바람에 사람이 더 적은 1조가 더 많은 연탄을 나르는 불상사가 발생했답니다. 그래서 2조는 사람이 많아 손에 손으로 날라도 4시 반에 모두 끝난 반면, 1조는 사람이 적어 연탄을 던지면서 날라도 5시 반이 지나서야 끝났답니다. 복불복이죠 뭐 ㅋㅋ 
연탄 나르는 사진
봉사자들 단체 사진
복지관으로 돌아오니 거의 두 배의 노동을 한 1조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즐거운 추억… 다 씻고 정리하니 6시가 넘더군요. 4시간 정도의 짧은 노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찜찜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기껏 1년에 한번정도 의례적인 연말 행사로 와서 조금 땀 흘리고, 사진 찍고 가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분들에게 결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내일 다시 회사에 가면 이런 분들이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또 잊고 살아갈텐데…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명히 봉사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미안해지는 마음이 더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어려운 분들을 항상 잊지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우리가 조금은 특별한 송년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동안 고마움을 잊고 지낸 연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함께 담아서 말입니다.

사랑의 연탄 나누기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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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강일선 차장(강CD)
은 LG전자 한국지역본부 Brand Communication팀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 및 Social Media를 통한 Reputation Management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사진 촬영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