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와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어릴 적 가슴 설레며 보던 만화가 있었다. 꿈 많은 소녀 ‘주디’의 후원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멋진 숙녀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 그걸 보면서 내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짠~ “하고 나타나 주지 않을까 상상해보고, 언젠가는 나도 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도와줘야지 다짐하곤 했는데, 눈 깜짝할 새 직장생활 8년 차에 접어들었다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그때의 다짐을 실천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키다리 아저씨, 아니 ‘키다리 이모’로 변신할 때다!

LG전자 MC연구소의 봉사동아리, ‘천사들의 사진’
잘할 수 있는 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진’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기의 돌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분들에게 돌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 주는 것. 마침 사진을 좋아해 2년 전 DSLR카메라를 사들였고, 연습하다 보니 실력도 많이 늘었다. 문제는 이를 진행할 돈이 없다는 것.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월급 중 일부를 차곡차곡 모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회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 공모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고 싶은 봉사활동에 대해 기획서를 제출하면 회사에서 일정금액을 지원해 준다니 그야말로 내 꿈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막상 기획서를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사진을 찍어줄 대상 아기들을 선정하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하다 ‘대한사회복지회’에 의논한 결과, 어린 나이에 미혼모, 미혼부가 되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기들을 키우는 분들과 인연이 닿았다. 같은 부서의 선배 자원 봉사자인 박선현, 송민아 선임과 절친한 친구 2명, 그리고 한국관광공사 사진기자 출신이자 현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전은선 작가로 팀을 구성했다. 전 작가는 촬영, 인터뷰, 책 집필 등으로 무척 바쁜 친구인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더니 “야~ 멋지다! 내가 갖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니, 정말 기쁜데?”하며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정말 멋진 그녀가 아닐 수 없다. 

사진찍는 아기의 모습
행복을 전해주는 사진사
이렇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4월부터 퇴근 후 회사 근처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한 아기들은 대부분 20살 내외 미혼모의 아기이며, 20살 미혼부의 아기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생활하다 미혼모가 되어서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모자 세대로 등록되어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아기엄마도 있었다.

제일 먼저 촬영했던 희준이(가명)는 촬영 다음날이 100일인 신생아로, 대상자 8명 중 유일하게 돌 사진이 아닌 백일사진 촬영이었다. 첫 촬영인데다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아기의 촬영이라 팀원들 모두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막상 희준이가 등장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까만 눈동자의 희준이가 천사처럼 예뻤던 것이다. 만지면 부서질까 너무나 조심스러웠던 희준이는 촬영 내내 짜증 한 번 없이 2시간 동안 잘 견뎌 주었다. 아직까지도 희준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면서 보고 싶고 얼마나 더 컸을지 궁금해 사진을 펼쳐보는 날이 많을 정도다. 촬영장에서 그런 희준이를 바라보는 아기엄마를 보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앞으로 얼마나 예쁘게 키울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모자세대로 등록되어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그 점이 많이 안타까웠다.
 
아기 이미지

작은 나눔, 큰 행복
지금까지 5명의 아기를 촬영하면서 팀원 모두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바쁜 생활 속에 잠깐 휴식을 내어 주위를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찾아보는 것. 무엇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용기를 갖는 것. 그동안 용기가 없어 실천하지 못했을 뿐 막상 시작하니 팀원 모두 진심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돕는 것 역시 인간이 갖는 본능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내 동생이라 하기에도 한참 어린 앳된 얼굴의 아기엄마들이지만, 아기들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니 그저 앨범이 잘 나와서 더욱더 큰 행복으로 되돌려 줄 수 있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하반기 때도 꼭 다시 참여해서 더 많은 지원을 통해 많은 아기엄마와 아기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사진을 찍고 싶다.

잠깐 소개  ‘임직원 자원봉사공모전’을 아시나요?
LG전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상, 하반기 2차례씩 ‘임직원 자원봉사공모전’을 실시해오고 있다. 임직원들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기획해 제출하면 총 50개 팀을 선정, 팀당 100만원의 자원봉사활동비를 지원하게 된다. 지원받은 금액은 기획한 봉사활동의 진행비로 사용하거나 복지시설에 기부할 수 있다. 

Writer

이현주 주임
은 MC연구소에서 북미향 휴대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인물사진 촬영 및 커피와 관련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사진은 전은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