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있는 모습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진에 ‘시옷’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미대를 다니던 시절 그 흔한 사진학 수업 한번 들어 본적이 없었고, 사진이라고는 손가락으로 V자 그리며 찍는 기념사진이나, 시장조사에서 수도 없이 찍어대는 자료수집용 사진이 전부였다.

하지만 카메라는 조금 달랐다. 철컥철컥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셔터음, 번쩍번쩍 기계적 완성도에 빛나는 렌즈, 필요할 때마다 선택 해 탈,부착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 가장 아날로그이면서도 가장 디지털화된 기술로 되살아난 디지로그(digilog)의 대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제품 디자인을 업(業)으로 하는 나에게 사진은 카메라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카메라를 알아간다는 것은 사진을 이해한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진을 보고, 장비를 바꿔가며,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완성도를 끌어내고 싶었던 사진은 ‘카메라’라는 차가운 기계가 담아낸 감성의 결과물이었고, 감성을 중요시할수록 카메라 기기 자체보다는 ‘사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보는 식견이 조금씩 생겨날수록 사진이 디자인과 닮아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나는 그 매력에서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내가 블로그에 이 글을 쓰게 되면서 “내가 사진을 잘 찍나?”하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고 당연히 “아직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경험한 디자이너로서 만족스러운 디자인이 그렇듯,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필요했던 디자인과 닮은 사진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1. 관찰이 가장 빠른 상상이다. (What and Where)

디자인은 상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상을 위해 고객을, 시장을, 제품을 관찰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어딘가를 담아내는 것이 사진이라면 그것을 면밀히 관찰하는 눈으로부터 사진이 시작된다. 그리고 대상을 얼마나 관찰해 내는 가는 아쉬운 무엇을 찾아내고, 더 만족스러울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한라산 구름 풍경
한라산 오르던 길에 수 백 번 등뒤를 돌아보며, 드넓은 오름들 사이에서 찾아낸 구름 한점
구름파도 풍경
눈오는 윗세오름에서 망원렌즈를 들이대고 2시간을 헤매며 찾아낸 구름파도


2. 변화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 (When)

좋은 디자인은 항상 변화의 시기를 포착한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도 시기를 잘못 타고 나면 시장에서 잊혀 지는 건 한 순간이다. 담아 낼 대상이 정해진 사진도 그러하다. 아무리 멋진 피사체도 시기를 잘 못 맞추면 최고의 컷을 담아내기 어렵다. 같은 피사체라 할지라도 동틀녘, 해질녘, 비온 뒤 같은 변화의 시기를 노려라.

해질녘 노을 풍경
4년을 넘게 담아온 같은 풍경이지만 최고의 컷은 두 번의 변화가 겹쳐진… 비온 뒤, 해질녘.

3.  기다리는 것이 가장 작은 노력이다. (How)

별별 아이디어의 경합과 시행착오의 반복에서 비로써 하나의 디자인이 탄생한다. 한번에 모든 것을 완성하려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의 기다림이 주는 순간을 찾아내는 것, 사진과 디자인에 또 다른 공통점이다.

밤의 도로 풍경
장노출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을 담는 일이다. 그래서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며 기다린다.

4. 말하는 사진은 몰입하게 한다. (Why)

디자인 결과는 말한다. “첨단기술의 강렬함이다.”, “최고의 프리미엄이다.”, “산뜻한 즐거움이다.”. 말하는 디자인은 언제나 좌중을 이끄는 힘이 있다. 그것은 디자이너가 말하려는 의도가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전달된 결과이다. 그리고 말하는 힘에서 사진은 디자인을 뛰어넘는다. 사진으로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내 아이에 대한 애증’,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외로움의 발산’ 공감을 얻으려면 무언가 말해야 한다.

다리밑 사진
이 사진은 연출된 것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느낄 수 있다면 잘 찍은 사진이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에게 멋진 휴가를 선물하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팁을 하나 드리고자 한다. 여름 휴가는 사진을 좋아하는 직장인으로 일 년에 몇 안되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번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사진 한 장을 선물하려 한다. 둘만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평생에 기억이 될 선물로 말이다. 어떤가!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보시지 않겠는가~

푸른 잔디와 나무 그리고 구름의 풍경

Writer(guest)

곽광현
선임은 HAC 디자인연구센터에서 냉장고 Universal Design을 거쳐 현재는 휘센 에어컨을 디자인하고 있다. 현재 디자인경영센터의 사진 인포멀그룹에서 활동 중이며, 지난해에는 불우이웃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주도했다.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는 S5pro, 필름 카메라는 Hasselbrad 503cxi, Rolleiflex 3.5T, Fujifilm TX-1.